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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6] 조율의 시간: 우리가 몰랐던 피아노의 세계로 안내합니다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21. 3. 8. 19:43
책이름: 조율의 시간
지은이: 이종열
펴낸곳: 민음사
펴낸때: 2019.10.
피아노 조율 장인인 이종열의 에세이다. 피아노 조율사는 단순히 피아노 줄을 맞추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 세계에는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있는 느낌이었다.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연주하지만 조율사의 능력에 따라서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영향을 크게 미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1. 순정율과 평균율
순정율은 절대적인 음률 같은 것인데, 몇 개의 화음은 완벽하게 화음을 이루지만 그 화음 때문에 다른 음이 희생되어서 나머지 음은 쓸 수 없는 단점이 생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순정율에서 차이나는 음을 한 옥타브 안의 12음이 나누어 갖는 것을 평균율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도에서 솔 음을 맞출 때 완전하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1/12만큼 솔 음을 낮추어 미세한 양만큼씩 양보하는 것이다. 순정율의 화음과 비교하면 순정율이 명료하고, 평균율이 약간 못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면 모를 정도이므로 화음으로는 손색이 없다고 한다.
나는 피아노음은 절대적인 음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절대적인 음을 고집하면 화음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들이 나누고 양보를 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뭔가 인간들에게 무슨 가르침을 주는 것 같다. 같이 가기 위해서는 힘든 것을 서로 나누고 양보를 해야 한다는 가르침.....
2. 피아노의 정음
정음이란 제작과정에서 피아노가 갖고 태어난 음을 음악적인 음으로 창조해내는 것이라고 한다.
정음은 피아니시모에서 포르티시모까지 놃은 음폭을 갖도록 해머를 다스려서 십수 단계의 강도가 다른 타건에 따라 각각 다른 음이 나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피아니시시모에서 포르티시시모로 점점 타건 강도를 높일 때마다 음색과 음량이 다르게 들려야 한다. 다이내믹 폭이 타건력과 정비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인은 이런 작업이 있는 줄은 알 수가 없다. 그냥 피아노가 만들어지고 조율하면 소리가 나는 줄 알았지 음을 창조하는 작업이 있다니 놀라웠다. 비유하자면 정음은 전문 성악가의 발성처럼 울림이 길고 소리가 모아지고 혼이 담긴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기 위하여 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성악가가 성악가다운 발성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데, 그런 소리를 피아노에서 내기 위해 피아니스트가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조율사가 노력한다는 것이다. 정말 피아노에 영혼을 불어넣는 작업인 것 같다.
3. 하나도 똑같지 않은 case by case by case by case by ......
조율사 후배가 조율의 비법을 물어 볼 때 어디를 어떻게 찔러서 소리가 좋아진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똑같이 하더라도 결과는 모두 다 다르다. 결과는 조율사가 쌓아온 노력만큼 나온다. 비법대로 해도 그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피아노 조율은 오직 노력.... 끊임없는 노력으로 할 수밖에 없고, 기계가 대신 할 수 없는 영원한 아날로그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기계 조율기, 디지털 조율기가 있지만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연주자를 위한 피아노를 기계 조율기로 맞출 수는 없다고 한다. 기계 조율기가 맞출 수 없는 기계 너머에 조율사의 노력과 영혼을 갈아 만든 감이 존재하여 완벽한 피아노를 만드는 것 같다.
그밖에 피아노의 터치에 대한 이야기, 피아노 연주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응했던 숨가빴던 이야기 등 피아노 연주와 관련된 여러 뒷이야기들이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쉽게 받아들여지고, 새로운 세계를 신기하게 구경할 수 있도록 잘 안내해주었다. 그러면서 삶의 지혜라는 티를 내지 않으면서 은근히 가르침을 깔고 있어서 숙연해지기도 했다. 80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도 모르는 것이 계속 생겨서 배우고 있다고 하는 모습에서 진짜 장인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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