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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14] 시골에서 로큰롤: 반은 내 얘기
    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21. 2. 16. 17:26

    책이름: 시골에서 로큰롤

    지은이: 오쿠다 히데오

    옮긴이: 권영주

    펴낸곳: 은행나무

    펴낸때: 2015.10.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가 자신의 청소년기에 들었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에세이이다. 대략 60년대말부터 70년대까지 음악을 얘기하면서 음악에 대한 애정과 풍부했던 감성을 몇 가지 일화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나 역시 80년대 학창시절에 음악에 심취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었기 때문에 지은이의 일화나 감성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때로는 내 얘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단지 그가 들었던 음악 중에서 내가 접해보지 않았던 것들이 몇 가지 있었고, 당시 일본은 해외 뮤지션들이 주기적으로 공연을 하는 분위기와 환경이 만들어졌던데 반해 내가 음악을 듣던 80년대는 내한공연이 지금처럼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이 좀 차이가 나는 점이기도 하다.

     

    지은이의 얘기들 중 공감이 되는 것들을 좀 뽑아보았다.

    자신이 십대 때 듣던 록이며 팝을 좋은 음질로 다시 듣는다는 것은 어른이기에 가능한 은밀한 즐거움이다. 나는 이제 새 음악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현역이 아닌 것이다. 복고 지향이라고 하든 말든, 사람이 뭔가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허용량이라는 게 있다. 그게 다 찬 사람은 그 안에서 조용히 노는 게 일종의 점잖음이 아닐까. 다 큰 어른이 유행 따위 쫗아다니면 안된다.

    딱 내 얘기다. 요새 음악들을 시간도 별로 없지만 어쩌다 듣게 되어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예전에 듣던 음악들을 듣게 된다. 그 음악들이 편하다. 반면에 배철수가 대화의 희열에 출연해서 자신은 예전 음악에만 파묻혀 있지 않고 요새 음악들도 꾸준히 듣는데, 요새 음악들도 여전히 좋다고 한다. 자신이 마음을 닫고 받아들이지 않아서 그렇지 요새 음악이 예전 음악들보다 못하거나 허술하지 않다고 말한다. 꾸준히 듣지 않는 자신이 문제라고 한다. 그것도 맞는 말 같다. 그런데 꾸준히 들을 시간이 없는 것이 현실.....

     

    신이 난 오쿠다 소년은 자전거를 타고 전파상으로 달려가 케이블을 구입하고 녹음에 도전했다. 밤에 내 방에서 공부하며 라디오를 듣다가 디제이가 "그럼 다음 곡을 들어볼까요. '**군의 신청곡으로, 리언 러셀의 <Tight Rope>입니다."라고 하면, 연필을 내전디고 녹음기 앞에 앉아 타이밍 맞춰 녹음 버튼을 딸각 눌렀다. 외국인이 말하는 교재 테이프에 덮어씌워 녹음하는 것이다. 어엿한 자원의 유효 활용 아닌가.

    이것도 내 얘기다. 아버지가 쓰시던 어학용 녹음기에서 라디오를 듣다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공테이프를 넣고서 녹음버튼을 타이밍 맞춰 누르기는 나도 했었다. 특히 잘 나오지 않다가 어쩌다 나오는 음악을 녹음하면 뿌듯해하면서 설레기도 했지만 녹음을 못하거나 녹음을 했는데 테이프가 끝부분이라서 잘리거나 하면 너무 속상해서 아까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식으로 모아놓은 테이프가 50여 개가 넘기도 했다. 그런데 라디오 프로그램에 신청곡 엽서를 보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하고 다른 점이다.

     

    일을 통해 알게 된 홍콩의 음악 관계자가 "십대 때 일본에 가서 부도칸에서 록 콘서트를 보는 게 꿈이었는데요."라고 말한 것을 듣고 감탄한 적이 있다. 한국이나 대만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은 본고장을 동경하기 이전에 같은 아시아인 일본에 록 시장이 있다는 데 대해 선망을 품었다.

    맞다. 딥퍼플의 일본 실황 앨범을 들으면서 이런 유명한 뮤지션이 일본에 와서 공연도 하고, 녹음도 하는 것을 부러워했다. 이런 공연은 정말 꼭 봐야 하는데 싶었지만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가까운 일본에서는 그게 가능하다니.... 거기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입되지 않는 음반들이 빽판으로 나오는데 일본에서는 라이센스로 나오는 것을 보고, 우리는 언제 저렇게 되나 하는 생각도 했다.

     

    책에는 뒷 부분에 음악 소년을 주인공으로 다룬 단편소설이 있는데, 자신의 학창 시절을 그대로 소설로 옮겨놓았다. 별다른 내용이 없이 음악에 대한 이야기, 음악에 빠져 있는 소년의 설렘이 잘 드러나있다.

     

    나 보고 청소년기의 음악 들은 이야기를 쓰라면 이 책과 반은 비슷하고, 나머지 반도 쓰는 내가 재미를 느끼며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단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을 지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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