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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8] 마음의 구석: 마음을 찌른다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21. 3. 28. 00:32
책이름: 마음의 구석
곁이름: 소소하지만 시시하지 않은 이야기
지은이: 서밤, 블블, 봄봄
펴낸곳: 문학동네
펴낸때: 2019.06.
팟캐스트 '서늘한 마음썰'을 만드는 세 사람이 그 내용 중의 몇 가지를 다듬어서 책으로 펴낸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무심하게 넘어가는 마음의 한 장면들 속에서 그 마음의 깊이를 가늠해 보고, 그 마음을 펼쳐보이는 글들이다.
그 중 힘들다고 말하기 힘든 이유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이 있다.
힘든 마음을 꺼내놓는 건 그 하나하나가 너무 어렵다. '나 사실 힘들어'라는 말 뒤에 따라오는 수많은 나의 취약함들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힘들다는 건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뜻이다. 사업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는 건 내가 그만큼 무지했다는 것일고, 익명의 악의를 흘려보내지 못하다는 건 내가 그만큼 대범하지 못하다는 거다. 동료들과 관계를 어떻게 맺을지 몰라 당황스럽다는 건 그만큼 내가 서툴다는 거고, 모르는 사람들이 보낸 메시지를 열어볼 때마다 긴장하게 된다는 건 아직도 악플로 인한 과거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나는 잘 모르고, 긴장하고, 허둥지둥거리거나, 사소해 보이는 과거의 상처에 매인 내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이 모든 걸 인정하고 난 뒤에야 힘들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타인의 위로와 이해가 필요한 인간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힘들어"라고 말할 수 있다. 나의 미숙한 부분들을 미워하는 마음 없이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란 정말 힘들다.
힘들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 이유도 있고, 그 이유도 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이렇게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정말 마음의 깊이가 가늠이 된다.
그리고 화를 낼 때 생각해 보는 몇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 정말 이 일로 화를 내고 싶은 건지 묻는다. 둘째, 정말 이 일로 화가 난 게 맞는지 묻는다. 셋째, 지금 느끼는 게 정말 분노인지 묻는다. 이 질문들에 대해서 대답을 하고서도 화가 난다면 그 때는 아주 맹렬하게 격하게 화를 낸다고 한다. 그리고 그 화는 포기할 수 없고,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내는 것이다. 어정쩡한 평화를 위해 희생당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나 자신은 화를 잘 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 TV를 보다 늦게 자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나의 모습을 보니 위의 세 가지 질문 중 한 가지도 대답할 수 없었고, 포기할 수 없고, 지키고 싶은 무언가도 특별히 없었음을 깨닫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저 아이들을 다그치기 위한 감정의 표현이었을 뿐이다. 약한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것, 아랫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 지은이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한 감정 표출을 내가 하고 있었다. 다시 부끄러움을 느낀다. 책을 보며 인상적인 부분이라고 표시를 해 놓고서 현실에서는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생각해보니 나의 마음을 찌르는 아픈 책이고, 한편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시켜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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