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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9] 유쾌한 하녀 마리사: 기발함과 반전을 품은 소설집행간의 접속/문학 2021. 1. 27. 21:08
책이름: 유쾌한 하녀 마리사
지은이: 천명관
펴낸곳: 문학동네
펴낸때: 2007.09.
천명관의 초기 소설들을 묶은 단편집이다. 천명관의 기발함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흡입력이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프랭크와 나」는 천명관의 데뷔작이다. 남편이 캐나다에 있는 지인의 권유를 받아 랍스터를 수입해서 파는 일을 하기로 하고 캐나다로 갔는데, 일이 꼬이는 이야기이다. 일이 꼬이는 상황들이 너무 말이 안 되고,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 재미있고, 그 상황을 한국에 있는 아내의 서술로 전개되어 독자들은 아내의 입장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어 작가가 의도하는 뜨악함이 더 잘 전달된다.
「13홀」은 조용한 시골 마을에 골프장이 들어서자 거기에 의존하게 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과 골프장을 놀이터로 삼아 몰래 들어가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경비원 몰래 골프장 연못에 빠진 골프공을 건져 내다 팔려는 아이들이 대장 노릇하는 친구의 부당함에 저항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순간 연못에서 실종된 아이의 시체가 발견되는 반전이 일어나 충격을 주는 작품이다.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극을 전환시켜서 인상에 남는다.
「비행기」는 방송작가가 겪는 이야기와 현실 사이의 혼돈을 담고 있다. 방송작가는 자신은 현실이라고 기억하는 것들 중 몇 가지는 자신이 쓴 드라마의 내용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한다. 그런데, 자신의 이혼과 남편의 여자와 남자 친구의 옛 사랑들이 얽히면서 극적인 효과를 주고 있는데, 정확하게 어떤 것이 현실이고 가상인지 구별해주는 장치를 찾지 못해서 궁금하고, 다시 차근차근 따져 읽고 싶어지는 작품이다. 그리고 왜 제목이 비행기인지도 궁금하다.
「이십 세」는 지방 소도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 가기 전에 고민하는 젊은이의 이야기이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그만큼의 능력은 없고, 그렇다고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할지 모르는 가운데, 음악 다방의 여종업원과 짧게 마음을 나누면서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살짝 경험하고, 그 여자와의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이야기이다. 불확실한 청춘의 모습을 차분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대서와 숙영 부부와 그 딸이 등장하는 작품이 두 개 있는데, 「세일링」과 「농장의 일요일」이라는 작품이다. 각기 독립적인 단편소설이지만 작가가 한 두 번씩 반복해서 등장시키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면 연작 소설 같아서 이야기를 연결심켜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서 그것이 재미를 유발한다.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다.
그리고 배경이 외국이고, 등장인물도 외국인인 작품도 있는데, 결국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어디에 있는 누구이건 작가의 주제를 구현하는 데에 있어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약간의 이질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작품은 잘 읽히지 않는 단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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