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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7]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 노동자: 밑바닥을 향하여행간의 접속/문학 2021. 1. 25. 23:13
책이름: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 노동자
지은이: 천명관
펴낸곳: 창비
펴낸때: 2014.08.
천명관의 단편소설집이다. 천명관의 장편소설을 읽다 단편소설들을 읽으니 약간 분위기가 달랐다. 너무 몽환적인 작품도 있고,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고, 약간 쓰다 만 느낌이 드는 작품도 있었다. 그 중 몇 작품은 인상적인 것들을 담고 있었다.
「왕들의 무덤」은 여성 작가의 이야기인데, 도시적이고, 세련되고, 감각적인 작품과 생활을 추구하는 주인공이 촌스럽고, 투박하고, 덜 감각적인 것들에 대해서 쓰지 못한다는 남편의 비판을 듣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작가가 그런 콤플렉스를 딛고 좀 더 진정한 작가로 다시 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마지막 엔딩 대사("죽은 왕들이 뭘 어쩌겠어요?")도 좋았다.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 노동자」는 막노동꾼이 노래방 도우미 외상값을 갚지 못해 압박하는 포주를 칠면조로 패주고, 트럭을 훔쳐 도망치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말이 좀 웃긴데, 말은 웃기지만 억압적이고 짓눌린 삶을 버텨가는 밑바닥 삶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원교향곡」은 귀농을 했다가 생각대로 되지 않아 이혼한 후에 아이를 접견하던 날 아이가 옆집 돼지 축사를 지키는 개에게 물리는 사고를 당하자 축사를 불지르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만 보면 이웃집 간의 갈등을 다룬 것이지만 귀농이라는 것의 현실적인 문제들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특히 마지막에 축사를 불지르는 장면은 충격적이라서 그의 장편들에서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이동의 봄」은 부모의 이혼으로 단칸방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 수밖에 없게 된 청년의 이야기인데, 고집쟁이 할아버지의 요구로 우이동 계곡의 벚꽃을 구경하면서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1년전 병원에서 할아버지는 폐암이라서 6개월밖에 못 산다고 했는데, 그냥 건강 조심해서 지내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 것이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6개월도 살고, 1년까지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할아버지는 그 거짓말에 활력을 느끼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천명관의 단편을 읽다 보니 장편에서와는 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었는데, 흡입력은 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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