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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 가야산 산행: 그렇게 겨울산행을 하다
    바람의 시선/여행/등산 2007. 2. 28. 09:46
    가야산
    주소 경남 합천군 가야면 구원리 123-1
    설명 경상남도와 경상북도가 서로 잇대어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해발 1,430M의 산
    상세보기

    가야산 산행을 했다. 소백산을 갔다와서 대구 찜질방에서 1박 하고, 대구 서부 정류장에서 해인사로 가는 7시 20분 시외버스를 타고 가야산으로 갔다. 가는 도중에 야금 야금 비가 내렸다. 내 기억으로는 비가 온다는 예보는 없었던 것으로 아는데, 비가 와서 좀 찜찜했지만 금방 그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비는 그치지 않았고, 해인사 시외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 비는 가는 눈발로 바뀌었다.눈 오는데 가도 괜찮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5년 여름에 비 온다고 대둔산을 가려다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생각이 나기도 했다. 아무튼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 시작 시간 9시.

    등산로는 해인사를 통해서 나있기 때문에 해인사를 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해인사 관광도 했다. 해인사는 대웅전이 있는 본 사찰이중심이 된다기 보다는 주변에 있는 여러 암자 중심이 되는 느낌이었다. 주변에 암자가 굉장히 많았고, 각 암자의 규모도 상당했다. 보통 사찰 주변의 암자는 드문드문 산 중턱에 있고, 규모도 건물 하나에 마당 하나 정도인데, 해인사 주변 암자는 그렇지가 않았다. 암자가 7-8는 되는 것 같고, 건물 규모도 2-3채씩은 되는 것 같았다.

    해인사 고려대장경 판본이 있는 건물 견학은 하지 못했다. 내가 간 날이 마침 쉬는 날이었나 공사중이었나 아무튼 보지 못했다. 그래도 건물은 멀리서 볼 수 있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해인사 마당 앞에 해인도라고 기하학적인 무늬를 가진 길이 있는데, 이 길을 광명진언이라는 진언을 외면서 돌면 공덕을 성취하고 소원 성취한다고 해서 열심히 합장하고 돌았던 것이다. 부디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아래 사진이 해인도이다. 화살표대로 가면 길이 된다.

    해인사를 적당히 돌아보고 9시 40분부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해인사 옆으로 있는 등산로는두 사람 정도가 다닐 정도로 폭이 좁았다. 특징적인 것은 주변에 키작은 대나무가 푸른 빛을 발하며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40분정도 더 올라가면 그 키작은 대나무에 눈이 쌓여 눈꽃 아닌 눈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게 한 두군데가 아니라 계곡 전체의 대나무에 눈꽃을 피워서 설죽(이런 말이 있나?)을 이루게 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사진은 키작은 대나무에 핀 눈꽃이다. 계곡 전체가 다 이렇게 되어 있다.

    가야산 정상(상왕봉)에 오르는 길은 하나였다. 중간에 빠지는 길이 있었는데, 지금은 휴식년제가 적용되어서 다닐 수가 없다. 그래서 방향을 나타내는 표지는 별 필요 없고, 단지 얼마나 왔고,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만 필요했다.

    대략 산행 후 1시간 30분 정도 가면 키작은 대나무들이 별로 안 보이고, 바위들이 나타나면서 경사가 조금 가파르게 된다. 그리고, 눈들이 좀 더 많이 내려서 쌓이게 된다. 헬기장을 지나서 대략 정상까지 800m 정도 남았다고 하는 위치에 오게 되는데, 나는 금방 가면 정상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바위들을 지나고 나도 안개인지 구름인지 속에 계속 오르막길이 나오는 것이었다. 거기에다 바위 사이에 얼음까지 얼어서 순식간에 미끄러지기도 했다. 여기서 길이 헷갈리기도 해서 앞에 간 사람의 발자국을 유심히 찾는 일도 있었다. 눈과 얼음길을 다니면서 내가 겨울산을 원래 안 다니려고 했는데, 이렇게 겨울산을 다니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11시 30분 정도에 상왕봉(우두봉)에 올랐다.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구름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구름에 쌓여서 잘 안 보이니까 산이 마치 닫힌 공간처럼 느껴지고, 무슨 세트장같은 느낌도 들었다. 상왕봉 밑에 삼거리에서 점심을 먹고 11시 50분 정도에 칠불봉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찜질방에서 뜨거운 물을 담아 올 수 있어서 별 불편이 없었다. 눈 내리고, 바람 불고, 기온 내려가는 정상에서 찬 김밥 먹었으면 정말 고생할 뻔 했다. 어제 소백산에서도 느꼈지만 보온병 필수다.

    아래 사진은 우두봉에서 찍은 사진이다.

    칠불봉은 상왕봉에서 100m정도 거리에 있는데, 가는 길은 바위길이었다. 그런데, 칠불봉에서 상왕봉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지기 시작해서 시간이 좀 지체되었다. 그렇게 해서 12시 정도에 칠불봉에 도착했다. 나는 원래 상왕봉이 가야산 정상인 줄 알았는데, 표시석을 보니 칠불봉이 정상이었다. 상왕봉은 1430m이고, 칠불봉은 1433m였다. 상왕봉 갔다가 칠불봉은 안 가려고 했는데, 멀지 않으니까 그냥 가볼까 해서 간 것이었다. 만약 칠불봉을 안 갔으면 좀 억울할 뻔 했다.

    아래 사진은 칠불봉에서 찍은 사진이다.

    칠불봉 주변에 산악회에서 온 단체 산악인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만 찍고, 하산을 시작했다. 거기에 조금만 더 있다가는 사람들한테 밀려서 떨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많이 밀려왔다. 저 사람들이 다 정상에 어떻게 올라설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좁은 바위에, 눈에, 얼음에, 바람까지 있는데 좀 위험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아래 사진은 칠불봉 주변의 낭떠러지이다. 정말 아찔하다.

    칠불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백운동 계곡 쪽으로 잡았는데, 정상 주변은 정말 가파랐다. 계단도 계단이 아니라 거의 사다리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계속 몰려와서 나중에는 좀 짜증도 났다. 그러다 중턱부터는 눈도 많이 녹고, 바위도 많이 없고 해서 평탄한 하산길이 되었다.

    아래 사진은 정상 부근에서 찍은 눈꽃이다. 찍고 싶어서 찍은 게 아니라 올라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기다리다 기다리다 사진이나 찍자고 해서 찍은 것이다.

    백운동 계곡 쪽은 군데군데 자리 펴고 앉아서 놀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보여서 사람들이 여기까지만 와서 즐기기도 했다. 나는 정상에서 오느라고 바지가 진흙으로 지저분해졌는데, 이 곳에 있는 사람들 바지는 지저분하지 않았다. 계곡 쪽에 있는 사람들 옷이 지저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여기까지만 산행하고 산을 즐기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그렇게 백운동 계곡 쪽으로 내려오니 대략 2시 정도가 되었다. 이제 대구 쪽으로 나가야 하는데, 여기는 대중교통이 없단다. 아니, 있긴 있는데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단다. 가야쪽으로 걸어가다가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고, 가야에서 대구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야 한단다. 그 시외버스가 아침에 타고 온 그 버스인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도 또 히치를 했다. 역시 큰 차는 안 태워준다. 이번에 나를 태워준 차는 구형 아반테였다. 내 나이 또래의 젊은 사람이었는데, 이 사람도 등산복 차림이었다. 이 사람은 등산로 아닌 곳으로 다니기도 하고, 사냥하는 친구하고 멧돼지 잡으러 다니기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냥 막 잡아도 되는건가? 생각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그렇게 20분 정도 내려와서 가야의 버스 정류장까지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40분 정도 기다려서 대구행 시외버스를 탔고, 지하철로 동대구역에 갔고, 동대구 터미널에서 동서울 오는 버스를 타고 서울에 왔다.

    겨울에는 스키 타고 산에 다닐 생각은 없었는데, 날이 따뜻해지다보니 엉겁결에 겨울산행을 하게 되었다. 겨울산행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준비만 잘 하면 나름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겨울에도 틈틈히 산에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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