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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6] 선량한 차별주의자: 평등을 위하여행간의 접속/인문 2020. 10. 16. 21:01
자신이 차별주의자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그러나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차별적인 언사를 하게 되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차별하게 되는 경우들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1. 여성에 대한 차별
여성에 대한 차별이 예전보다 많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데,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없어졌다면서 그 근거로 여성 대통령이나 여성 고위 공무원, 각종 시험의 여성 합격률 등을 들기도 하는데, 그것은 평균적으로 여성들이 불리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자신보다 좋은 조건에 있는 여성들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리고 여성이 몰리는 전공이 있고, 그 전공의 졸업생들이 그 직종에 종사하게 된다. 그래서 특정한 직종은 여성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되는데, 그 직종들의 평균 임금은 대체로 낮게 나타난다. 그럼 여성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일까? 우선 적성에 맞춰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사회문화적인 영향이 있다. 여성으로서 어떤 전공이 취업에 유리하고, 결혼을 하고 양육에 유리한지 고려한 결과이다. 즉, 사회 전반의 차별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전공과 직종을 선택당한 것이다.
2. 대상에 대한 비하
웃음은 우리에게 즐거움과 활력을 주지만 그 웃음이 대상에 대해서 비하를 의미하고 있다면 그 웃음은 건강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냥 웃자고 한 얘기에 고대 그리스 철학자까지 들먹이는 이유는 우리의 내면에 깔려 있는 대상에 대한 비하를 끄집어내기 위함이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약함, 불행, 부족함, 서툶을 볼 때 즐거워한다고 했다. 웃음은 그들에 대한 일종의 조롱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관점을 우월성 이론이라고 한다. 토머스 홉스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자신이 더 낫다고 생각할 때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기분이 좋아져 웃음이 나온다고 설명한다. 누군가를 비하하는 유머가 재미있는 이유는 그 대상보다 자신이 우월해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자신의 우월성을 웃음을 통해 확인한다는 것은 좀 비열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모르게 우리의 마음 속에는 그런 우월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웃음은 마음 속 편견을 봉인해제시키는 기능도 있다. 즉, 어떤 집단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편견을 일상적으로 드러낼 수는 없지만 비하성 유머를 던져서 가볍게 여겨도 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편견을 쉽게 드러내고 차별을 용인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가볍게 던진 유머인데,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분위기를 깨는 것 같고, 부적절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대상이 권력일 경우에는 풍자가 될텐데, 약자에게 향할 때에는 잔혹한 혐오가 된다. 최근 한국에서 특정 대상을 '~충'이라고 하는 표현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따라서 우리는 웃음 속에 숨겨진 우월의식과 편견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3. 공정한 차별?
정규직은 치열한 선발 과정을 뚫고 그 자리에 섰지만, 비정규직은 그런 선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 자리에 섰다. 따라서 이 두 대상에 대해 다르게 대우를 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것은 능력주의에 따른 생각이다.
능력주의는 "누구나 능력 있고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는 믿음이다. 누구든지 노력과 능력으로써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가 낮은 책임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계층의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지기만 한다면 평등한 사회라고 여긴다. 능력주의에 따르면 계층이 존재한다는 사실, 즉 불평등한 구조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경쟁에서 쏟은 노력을 보상하기 위해 차등적으로 대우해야 정의로운 사회다.
그런데 능력주의가 공정하려면 능력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그 측정이 정확해야 하며, 평가의 조건이 똑같아야 한다. 그런데 능력에 대한 편향된 생각, 능력을 갖추기 위한 사회문화적 배경의 차이 등 어쩔 수 없이 있을 수밖에 없는 편향된 현실을 우리는 외면하면서 차별을 공정하다고 말하고 있다. 능력은 하나가 아니고, 전부도 아닌데말이다.
4.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성적인 취향이 많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해서 차별을 받는 경우가 있다. 성소수자들이 커밍아웃을 하거나 축제를 하면서 사적인 특성을 공적인 영역으로 드러낼 때, 사람들은 "왜 굳이 ~"라는 표현을 쓴다. 그냥 자기들끼리 알고, 자기들끼리 축제를 하지 왜 드러내놓고 여러 사람 불편하게 만드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지은지는 그렇기 때문에 공공의 장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 성수자에게 축제와 커밍아웃은, 보이는 존재로서 평등한 세상에 입장하고 민주적 토론에 참여하기 위해 낙인이 찍혀 있는 사적 기표를 공공의 장에 노출하는 행위다.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어떤 사적 특성이 공공의 장소에서 받아들여지는가? 공공 공간의 주인은 누구인가? 공공 공간에 입장할 자격은 누가 정하고 통제하는가?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그 자체로. 변화를 요구받지 않으면서.....
5. 평등을 위하여
한나 아렌트는 평등에 대해서 말했다고 한다.
평등은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 평등은 인간 조직이 정의의 원칙에 의해 지배를 받는 한, 그 결과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는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상호 간에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우리의 결정에 따라 한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평등하게 되는 것이다.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았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평등하기 위해서는 정의의 원칙에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말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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