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를 1차로 마무리했다. 보관소 키를 반납하고성우에 있는 장비를 철수시킨 것이다. 올 겨울에 눈이 많이 오고 적게 오고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이미 스키장은 파장 분위기로 가고 있다. 예전에는 2월에도 신나게 탔는데, 지구 온난화를 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사실 오늘 장비를 철수시킬 생각은 아니고, 오늘은 그냥 슬로프 상태만 보고 다음주까지 탈 수 있으면 탈 생각이었다. 그런데, 도무지 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가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다. 스키에 대한 애정이 식다 못해 싸늘해진 것을 내 자신이 느꼈다. 스키장에서 오전 내내 같이 말을 나눌 수 있는 사람 없이 혼자 타는 것이 이제는 못견디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스키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장비를 철수시켰다. 오늘 눈이 정말 좋아서 스키에 대한 애정이 조금이라도 살아나면 장비를 다음 주까지 둘 생각이었다. 이게 내 생각이었던 것 같다.
시즌권 끊고서 그래도 본전은 뽑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스키장 간 날짜를 세어 봤더니 성우는 오늘까지 12번 갔고, 하이원은 5번 갔다. 적어도 돈 박아놓고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거기다 10일 해외여행 가고서도 이만큼 간 것은 그래도 열심히 다닌 편이다.
오늘 타다 보니까 스노보드 월드컵한다고 알파인 보더들이 카빙을 하는 모습을 보니 보드가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성우에 다시오게 되면 보드 들고 와서 타야겠다. 그리고, 하이원 리프트권 두 장 남은 것은 3월 1일과 4일 빨간 날에 써야겠다. 앞으로 2-3번 정도면 정말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 다음 시즌에는 시즌권 없이 버스 시즌권만 통합으로 끊어서 설렁 설렁 다닐 수 있으면 다녀야겠다. 단, 스키장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생기면 그 때는 시즌권을 끊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안타깝다.
이 글을 쓰고 다음 날(22일) 하이원 리프트 교환권 2매를 팔았다. 하이원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성우로 보드를 타러 갈 일도 없을 것 같다. 결국 이렇게 06/07 시즌이 완전 마무리 되었다. 다음 시즌까지 체력 비축해야겠다.
위에 추가 글을 쓴 다음 며칠 후 하이원에서 3월 이벤트를 발표했다. 리프트권 1장 사면 똑같은 권종으로 1장 더 주고, 리조트 카드 발급자는 오전 무료권 준다는 것. 결국 주간권 가격은 장당 30000원에서 장당 15000원으로 절반으로 깎였다. 안 팔고 쥐고 있었으면 정말 억울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