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
교회 갔다가 점심 먹고 오크밸리로 가족 스키 여행을 갔다. 오후에 도착해서 튜브눈썰매 타려고 했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그냥 스키장 옆 둔덕에서 우리 썰매 타고 눈놀이를 했다. 사실 작년에도 튜브 눈썰매는 고작 2번 타고 그 옆에서 눈놀이만 했었다. 어찌나 아까웠는지, 아이들도 썰매보다는 눈놀이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힘든 것은 부모지. 아이들은 노느라고 추운 줄도 모르지만 부모는 가만히 서있으니까....
콘도에서 저녁 먹고 '소나타 오브 라이츠'를 관람했다. 골프장 쪽 숲속에 조성한 3D 빛의 향연이다. 나무에 그냥 불만 켜놓은 것이 아니라 분위기 있는 길을 만들어서 즐길 수 있게 하였고, 야광으로 글씨도 쓰게 하였다.
인상적인 것이 세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3D 라이트 영상이다. 음악과 영상이 입체적으로 흘러서 새로운 경험을 주었다. 그리고 핸드폰의 와이파이로 접속하여 문구를 보내면 그 문구가 영상으로 뜨는 것도 있는데, 그냥 딱딱하게 전광판처럼 뜨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으로 움직이면서 뜨니까 여러 말들 속에 소중한 말의 의미를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대 달빛 앞에서의 포토존이 인상적이었다.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실루엣만 나와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폰 카메라였으면 다 흔들려서 재미없고, 화질도 안 좋았겠지만 삼각대와 좋은 카메라가 있었기 때문에 더 즐거울 수 있었다. 아이들도 야간에 숲 속을 한 시간 넘게 걷는 것이 힘들었을텐데 씩씩하게 즐기면서 잘 다녔다.
야간에는 나만 스키를 탔다. 나도 낮에 계속 움직이고 야간에 9시 넘어서 타려고 하니 힘들긴 힘들었다. 12시 정도에 접었다. 내일은 최초의 온가족 스키의 날이다.
2일차
오전에 둘째 스키 강습을 받음으로써 이제 둘째도 스키를 시작했다. 첫째보다 1년이 빠르긴 한데, 아내가 둘째와 콘도를 지키고 있는 것이 너무 지루하고 답답해서 둘째도 태울 수 있으면 태웠으면 좋겠다고 해서 시도를 했다.
강습받는 것을 보니 아직 힘이 없어서 A자로 스키를 밀지 못하니 제동이 아직 힘들었다. 그러다가 강습이 끝날 즈음에는 약간 스스로 제동을 할 수 있긴 한데 완벽하지는 않았다. 선생님 말로는 애가 겁이 없어서 잘 탈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둘째가 겁이 없지....
11시에 오전 강습이 끝나고 간식으로 토스트 먹고 들어갈 줄 알았는데, 더 타겠다고 해서 둘째를 데리고 탔다. 제동이 어느 정도 되는 것 같아서 따라가면서 탔는데, 제동이 되지 않다보니 두어 번 넘어지기도 했다. 결국 내 스키 안에 아이를 넣고서 나의 제동으로 안고 타듯이 두 번 탔다. 허리가 아팠지만 아이가 조금씩 A자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세 번째부터는 옆에서 손만 잡고 A자를 시켰고, 다섯 번째부터는 손을 잡지는 않고 손을 얹기만 하고 A자를 시켰다. 그랬더니 조금씩 속도를 제어할 수 있고, 넘어지지 않으면서 균형을 잡았다. 그렇게 오전의 가족 스킹을 마쳤다. 진정한 온가족 스키 여행이 처음으로 완성된 것이다.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점심 먹고 온 가족이 낮잠을 잤다. 오전 스키가 힘들어서 낮잠을 안 잘 수가 없다. 문제는 첫째가 낮잠을 안 자서 심심해 했다는 것. 결국 혼자서 멀뚱히 있었다고 한다. 잘 줄 알았는데, 다음에는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
온 가족이 야간도 탔다. 많이 타지는 않고 한 시간 정도 탔는데, 처음에는 내가 둘째를 데리고 탔다. 오전에 했던 것처럼 손만 얹고 타다가 손도 놓고 혼자서 타게 했는데, A자 잡고 잘 탔다. 그래서 양손으로 한 쪽 무릎에 올리면서 턴을 가르쳤는데, 한쪽 무릎에 힘을 들이지를 못 하다보니 그건 아직 하지 못했다. 다음에 시도를 해봐야겠다.
애들 들여보내고 나도 2시간 정도 탔는데, 힘이 많이 빠져서 탈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오전에 강습을 마치면서 내일도 한 번도 강습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했지만 강습을 받아도 내가 같이 탄 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아서 강습은 하지 않았다. 대신 둘째 데리고 타느라 허벅지가 터지는 느낌이었다.
온 가족이 함께 리프트 타고 야간 스키도 타고 역사적인 하루였다.
3일차
아침에 일어나면서 느낌이 3박 4일 스키 직무 연수 받은 것과 같은 몸 상태인 것 같았다. 일어나서 스키 타고, 밥 먹고 스키 타고, 밥 먹고 스키 타고 자고, 다시 일어나서 스키 타는 일상의 연속..... 둘째 A자 가르치느라 나도 A자로 타다 보니 골반이 뻐근한게 초보가 된 느낌이었다.
원래 계획은 오전에도 타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어제 야간을 타느라 늦게 일어났고, 체크아웃을 생각하면 짐도 싸야 하고, 장비도 내 락카에 옮기고 테트리스 하듯 우겨넣어야해서 오전 스키까지 타면 힘들 것 같아서 그냥 콘도에서 쉬다가 눈놀이 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큰 애가 자라는 것을 보니 다음 시즌에는 스키, 부츠, 스키복을 바꿔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둘째가 그것들을 물려받으면 될 것이고....
아이들이 스키 타는 것을 싫어 하지 않고 즐거워해서 다행이고 다음 주에 가면 좀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꿈에 그리던 가족 스키 여행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몸이 약간 힘들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