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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1] 햄릿: 누가 햄릿을 우유부단하다고 했는가행간의 접속/문학 2018. 7. 18. 11:09
책이름: 햄릿
지은이: 윌리엄 셰익스피어
옮긴이: 최종철
펴낸곳: 민음사
펴낸때: 1998.8
말로만 듣던 작품을 이제야 읽었다. 덴마크 왕실의 암투와 복수를 다룬 희곡 작품이다. 문체가 너무 만연체이고, 비유적 표현이 많아서 그야말로 연극적이었다. 한 마디를 그냥 넘어가지 않고 꼭 미사여구를 붙여서 얘기를 하는데, 옛날 사람들은 정말로 이렇게 말했는지, 아니면 연극은 원래 이렇게 말해야 하는건지 궁금하다. 요새도 연극을 보면 약간은 과장된 것 같으면서 잘 정리된 말투가 현실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인데, 이것이 예전에는 조금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 같다.
햄릿하면 떠오르는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유명한 대사가 어느 부분에 어떤 맥락에서 나오는지 주의깊게 읽었다. 아버지 유령을 만나고 삼촌이 아버지를 죽인 것을 안 후에 복수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나오는 대사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결정을 못하고 주저하면서 마지막에 이 대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결정은 어느 정도 다 하고 그 마음을 정리하는 장면에서 제일 서두에 나오는 대사였다. 그래서 약간 김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우유부단한 사람을 햄릿형 인간이라고 하는데, 작품 속 햄릿은 그렇게 우유부단한 것 같지는 않다. 생각이 좀 많지만 결론은 명쾌하다. 삼촌이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는 것을 알고 복수를 결심하고, 자기를 설득하려는 클로디스를 죽이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고, 영국으로 가라는 왕의 명령에도 고민없이 받아들이고, 여러 선택의 순간에서 크게 주저하지 않는다. 아주 명쾌하다. 특히 레어티즈와 자신의 결투를 두고 내기를 하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겠느냐는 제안에 대해서는 달관한 면모까지 보여준다. 항상 그의 편을 들어주는 호레이쇼가 내기를 연기할 것을 권유하자 이렇게 말한다.
아무 상관없어. 우린 전조를 무시해. 참새 한 마디락 떨어지는 데도 특별한 섭리가 있잖은가. 죽을 때가 지금이면 아니 올 것이고, 아니 올 것이면 지금일 것이지. 지금이 아니라도 오기는 할 것이고. 마음의 준비가 최고야. 누구도 자기가 무엇을 나믹고 떠나는지 모르는데, 일찍 떠나는 게 어떻단 말인가? 순리를 따라야지.
어디에 주저함과 망설임이 있는가. 대범함과 용기가 있는 상남자다.
마지막에 왕비도 죽고, 레어티스도 죽고, 왕도 죽고, 햄릿도 죽어서 주요인묻들이 다 죽는 모습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야 혼돈과 파국으로 결말을 맺게 되는 비극으로서 완성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다음에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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