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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2] 비행운: 비정하리만치 절망적인...행간의 접속/문학 2018. 6. 26. 15:09
책이름: 비행운
지은이: 김애란
펴낸곳: 문학과 지성사
펴낸때: 2012.07
김애란 단편소설집이다. 밑바닥까지는 아니더라도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데, 결말들이 다 절망적이다. 도대체 희망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일상들을 참 비정하게 그리고 있다.
'너의 여름은 어떠니'에서는 대학 시절 좋아하던 선배의 연락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갔다가 먹기대회 엑스트라로 등장해서 모멸감을 느낀 여성의 이야기이다.
'벌레들'은 재개발 구역 옆의 빌라에 신혼집을 차린 신혼부부의 집에 벌레들이 들어와서 기겁을 하는 이야기인데, 그 와중에 커플반지를 떨어뜨려 이를 찾으려 내려간 아내가 양수가 터져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애를 낳아야 하는 장면에서 끝난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 이런 상황과 같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물속 골리앗'은 현실과는 약간 괴리감이 있는 작품인데, 재개발로 철거되는 집에 끝까지 남아서 버티다가 아버지가 사고로 죽고, 수도와 전기가 끊긴 상황에서 수재가 나서 도시가 물에 잠긴다. 어머니는 그 와중에 사망하고, 어머니 시신과 함께 집을 빠져나와 문으로 만든 뗏목을 타고 떠돌다 시신을 잃고 절망적으로 버텨나가는 이야기이다.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 독자들이 느끼기에 답답하게 그려져있다.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는 시골 집에서 사고만 치다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다가 연변 조선족 처녀를 우연히 만나 짧은 사랑을 나누는데, 그 처녀가 위암으로 죽자 다시 절망 속에서 그녀를 생각하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아무한테도 인정받지 못하는 이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순수함이 아름다웠고, 그런 여자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지만 해줄 수 없는 남자의 마음도 안타까웠다. 특히 남자가 중국어를 배우겠다고 그냥 한 말에 여자가 기뻐하며 자신의 목소리로 발음을 녹음해준 테이프 선물은 그녀가 죽었어도 그녀를 생각하게 하는 매개체로 의미가 있다.
'하루의 축'은 인천공항 화장실 청소 용역 직원의 하루를 그린 작품이다. 하루의 고단한 삶이 빡빡하게 그려져 있다. 공항의 화려한 이면에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낸다.
'큐티클'은 다른 작품들의 인물들에 비해서 그나마 여유있는 직장 여성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분수에서 조금만 초과하여 지내는 삶 속에서 더 잘 살고 싶지만 잡을 수 없는 여유를 보여주고 있다. 여성들의 일상에 대한 모습이 아주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여성들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런 일상을 보내는구나 라고 알 수 있다.
'호텔 니약 따'는 동갑내기 단짝 친구가 여행 가서 싸운 이야기이다. 서로 다른 여행 스타일의 친구가 여행에서 일상을 공유하면서 사소하게 부딪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른'은 이 책에서 가장 짜임새가 있는 작품이다. 서른이 되어 자신의 20대를 어떻게 살았는지 고백하는 작품인데, 결국 다단계로 파멸하고, 누군가를 또 파멸시키는 이야기이다. 현대 한국 젊은이의 고달픈 삶이 압축되어 있다.
읽으면서 답답했다. 하나의 예외도 없이 전부 다. 마지막에 빛이 있을거라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항상 무너졌다. 작가는 그게 우리의 삶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어설프게 근거 없이 희망을 주고 싶지 않았나 보다. 희망은 작가가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만드는 것인가? 소설로 어설프게 희망을 받지 말고, 좀더 현실을 직시하라는 얘기같다. 그래서 현실도 아프고, 소설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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