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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5] 읽다: 흔들림과 성장을 위하여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18. 6. 29. 12:37
책이름: 읽다
지은이: 김영하
펴낸곳: 문학동네
펴낸때: 2015.11
김영하의 산문집이다. '읽다'는 말 그대로 책을 읽고 생각한 것을 쓴 산문인데, 6회에 걸친 강연의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그냥 책에 대한 독후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조금 더 수준이 있다. 문학의 본질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깊이가 있다.
제일 먼저 독서를 왜 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한다.
독서는 왜 하는가? 무엇보다도 독서는 우리 내면에서 자라나는 오만(휴브리스)과의 투쟁일 겁니다. 독서는 우리가 굳건하게 믿고 있는 것들을 흔들게 됩니다. 독자라는 존재는 독서라는 위험한 행위를 통해 스스로 제 믿음을 흔들고자 하는 이들입니다. 비평가 해럴드 블룹은 『교양인의 책 읽기』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독서는 자아를 분열시킨다. 즉 자아의 상당 부분이 독서와 함께 산산이 흩어진다. 이는 결코 슬퍼할 일이 아니다."
생각해보면 독서를 통해서 성장했다고 생각하는데, 성장을 위해서는 깨어져야 하는 부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새로운 것보다는 취향에 맞는 것만 골라서 읽다보니 그렇게 많이 흔들렸던 것 같지는 않다. 좀더 도전적으로 모험을 하듯이 독서를 해야 할 것 같다. 몸이 다칠 일은 없을테니....
특히 소설 읽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 그것은 인간이라는 어떤 우월한 존재가 책이라는 대량생산품을 소비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라는 이야기가 책이라는 작은 틈을 통해 아주 잠깐 자신을 둘러싼 거대한 세계와 영겁의 시간에 접속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바로 이야기이고 이야기가 바로 우주입니다. 이야기의 세계는 끝없이 무한하니까요.
소설과 인간과 이야기가 모두 우주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괴물이나 괴물 같은 인물을 소설에서 등장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너는 괴물이다. 반성하라!"고 직설적으로 외치지 않고, 괴물의 내면을 이야기라는 당의정으로 감싸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가지 시각으로 괴물을 직시하도록 만들어줍니다. 우리는 소설 속 인물처럼 그렇게까지 심각한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 내면에 그런 면이 전혀 없다고는 아무도 단언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고대 그리스인들이 믿은 바와 같이, 인간의 성격은 오직 시련을 통해 드러나는데, 우리는 아직 충분한 시련을 겪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언제나 잘 모르고 있습니다. 소설이 우리 자신의 비밀에 대해 알려주는 유일한 가능성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그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것임에도 분명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새로운 괴물을 만나기 위해 책장을 펼칩니다.
소설이, 문학이 자신이 감추고 싶은 부분을 드러냄으로써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그냥 무서우라고, 잔인하라고 그런 괴물 같은 인물이 나오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 생각을 못했네....
세부적으로는 돈키호테의 인물형에 대해서 얘기한다. 돈키호테를 얘기하면 저돌적이고, 물불 안 가리고, 불의에 대항하는 모습을 생각하지만, 지은이는 돈키호테를 '너무 많이 읽고', 읽은 것을 '너무 많이 믿는' 자로서의 돈키호테를 생각한다. 기사소설에 너무 빠져서 책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이런 인간형이 없었으므로, 현대의 매니아의 원형적 인물이 돈키호테라고 할 수 있다.
읽으면서 본질적인 얘기를 참 구체적으로 잘 한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작품들을 예를 들어서 얘기를 했는데, 대부분 서양 고전들이라서 내가 읽은 것이 별로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 기회에서 나의 성장과 흔들림을 위해 서양고전을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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