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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34]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18. 8. 9. 16:19

    책이름: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곁이름: 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법

    지은이: 류시화

    펴낸곳: 김영사

    펴낸때: 2003.09


    아메리카 인디언 추장들의 연설과 이에 대한 해설, 각종 격언들을 모은 책이다. 인디언들의 삶의 방식은 물질 문명을 추구하면서 자본의 논리로 속도와 경쟁, 가시적인 성과만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 크나큰 가름침을 주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우주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 배웠다. 아침에 일어나면 천막 밖으로 나가기 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만물을 지으신 이에게 '저를 용서하소서' 하고 기도하라고. 세상 만물에게도 그렇게 기도해야 한다. 당신의 발자국으로 풀줄기 하나를 구부러뜨리기 전에. 그런 다음에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가 다른 생명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발견해야 한다.


    미타쿠예 오야신,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는 인디언 말이다. 세상이 유기적으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 내가 행한 작은 행동이 세상을 이전과 다른 것으로 만들어놓고 이런 변화들이 쌓여서 세상은 움직인다. 그렇다고 보면 이전과 달라진 세상은 분명히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고, 결국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선한 의지로 행동해야 한다.


    이 거북이 섬에 사는 모든 원주민 부족들에게 공통된 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나의 모든 친척들에게' 또는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다. 기도나 대화를 마칠 때 인디언들은 그 말로써 끝을 맺는다. 지금까지 존재해 온 모든 생명체들, 그리고 앞으로 존재할 모든 생명체들, 동물, 새, 곤충, 풀, 약초, 나무, 바위, 공기, 물, 불, 흙까지도 모두가 인간과 똑같은 창조의 일부분이다. 그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이고, 우리의 형제 자매들이다. 우리는 영혼과 에너지에 있어서 하나다. 모두 어머니 대지의 자식들이다. 서로 다른 형태의 껍질을 하고 나타날 수는 있다. 서로 다른 재능과 힘을 지닐 수는 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하나다. 우리 모두는 생명의 원에 연결되어 있다. 당신이 일단 이 연결을 이해하기만 하면, 당신은 힘의 근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때 당신은 창조의 모든 부분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의심이 생겨날 때, 눈을 들어 주위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보라. 그러면 그 모든 것들 속에서 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에 대한 인디언들의 생각이 잘 드러나있다. 자연을 친척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자연을 훼손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세상은 그렇게 하나이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해란 책이나 교사를 통해 어떤 사실을 아는 것과는 다르다. 이해는 사랑과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위대한 정령을 존중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위대한 정령은 그야말로 모든 것들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 그 자체다. 모든 존재들, 풀들, 심지어 바위들과 광물질 속에도 위대한 정령이 깃들어 있다. 모든 존재는 자신만의 의지와 삶의 방식, 그리고 자신만의 목적을 갖고 있다. 우리 모두는 그것을 존중해야만 한다.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은 하나의 느낌이나 자세가 아니다. 삶의 방식이다. 우리 자신과 주위 생명체들에 대한 인간의 의무인 것이다.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은 생각이나 느낌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삶 자체가 존중으로 뭉쳐져서 살아져야 한다. 


    어머니 대지는 우리에게 인간으로 사는 법을 가르쳐 준다. 어머니 대지는 생명을 사랑하고, 우리에게 자신이 가진 선물을 나눠 준다. 그것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는 이 대지 위에 살아 있는 모든 존재들을 잘 보살펴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다.

    바위는 수세기에 걸친 지혜를 간직하고 있으며, 가장 오래된 스승으로 일컬어진다. 그래서 인디언들은 바위를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바위로부터 우리는 내적인 힘과 인내를 배운다. 바위는 잘 움직이지 않지만, 한번 움직이면 온 세상이 주목해야 한다.

    나무는 우리에게 정직함을 가르쳐 준다. <중략>

    동물들은 우리에게 가장 큰 선물을 준다. 그것은 나눔의 가르침이다. 동물들은 우리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신들의 목숨을 포기한다. 인디언들은 사냥을 나갈 때면 가족을 먹일 수 있도록 동물을 한 마리 보내 달라고 위대한 정령에게 기도를 올리곤 했다. 그래서 동물과 만나면, 그것은 그 동물이 인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그 동물을 죽인 다음에는 심장을 꺼내 사냥꾼들이 한 조각씩 나눠 가진 뒤 감사의 기도와 함께 어머니 대지에 묻어 주었다.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것을 말하고 있다. 자연에 대해 항상 감사하고 자신을 낮추면서 보답하기 위해 보살피는 자세를 현대의 우리들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이런 자연들 속에서 인디언들은 그 마음을 이렇게 시적으로 표현한다.


    나무들의 아름다움, 대기의 부드러움, 풀잎의 향기, 그것들이 내게 말을 건다. 멀리 있는 산꼭대기, 하늘의 천둥, 바다의 파도, 그것들이 내게 말을 건다. 아스라한 별들, 아침의 신선함, 꽃에 맺힌 이슬, 그것들이 내게 말을 건다. 불의 힘, 연어의 맛, 태양의 여행, 결코 어디로 사라지지 않는 생명, 그것들이 내게 말을 건다. 그러면 내 가슴은 높이 날아오른다.


    평범한 자연들, 일상적인 말들로 인디언들이 갖고 있는 자연에 대한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나는 그 예수라는 사람이 인디언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는 물질을 손에 넣는 것, 나아가 많은 소유물을 갖는 것에 반대했다. 그리고 평화에 이끌렸다. 그는 인디언들과 마찬가지로 계산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사랑으로 일한 것에 대해 아무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다. 얼굴 흰 사람들의 문명은 그런 원리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 인디언들은 예수가 말한 그 단순한 원리들을 늘 지키며 살아 왔다. 그가 인디언이 아니라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선교사들이 인디언들에게 포교를 하면서 예수의 가르침, 말씀을 전하는데, 서양인들은 그 말씀대로 행하지도 않는다. 그런 모습을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인디언들의 삶의 태도가 예수의 가르침대로 산 것이다. 기독교인들의 모순을 그대로 찌른 말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삶에 대한 비판을 한 말이 하나 더 있다.


    우리는 진리의 책이라는 걸 가져본 역사가 없으며, 누가 어떤 진리를 말했다고 해서 그것을 책에다 적어 놓고 찬양하고 다니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삶이 곧 진리이며, 진리가 곧 삶이다. 진리로부터 멀어진 삶은 죽음이며, 그런 살을 사는 자에게는 진리의 책도 아무 소용없다.


    예수도 책보고 가르침을 주지 않았고, 그 삶으로 우리에게 말씀을 전하지 않았던가. 


    사람은 자신의 생각에 책임을 져야 하며, 생각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어떤 특정한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을 대 인디언은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마다 먹을 필요가 없듯이, 떠오르는 생각을 모두 말할 필요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이 하는 말을 잘 관찰하며, 오직 좋은 목적을 위해서만 말을 한다. 원하지 않는 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맑게 가져야 할 때가 있다. 그때를 위해 우리는 꾸준히 자신을 훈련시켜야 한다.


    좋은 목적으로만 말을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생각을 다스리고,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마음을 맑게 가져야 할 때가 있기 때문에. 그 때는 언제일까?


    당신들 눈에는 우리가 야만인으로 보일지 몰라도 우리는 쓸데없이 화내는 것을 언제나 경계한다. 특히 그거시 인생의 사소한 일이라면 들소가 산들바람에 미동도 하지 않듯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당신들이 이곳에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는 욕설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 우리는 남이 자기를 모욕해도, 그것이 진실이 아니고 오해나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것이 사라질 때까지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리라는 걸 믿기 때문이다. 진실이 아닌 것이 오래 가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작은 일에 화내는 모습, 그렇게 해야 자기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욕하고, 싸우는 것이 오히려 사람을 더 가치 없게 만든다. 반면에 인디언들은 그냥 둔다. 진실이 아니라면 저절로 사라질 것이고, 힘을 잃을 것이니까. 그런 것들에 자기를 소모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디언들의 언어는 많이 사라졌지만 미국의 여러 지명에는 그 흔적이 남아있다. 미네하하 강(웃는 물), 세네카 호수(서 있는 바위), 미시시피강(물들의 아버지), 아이오와(이곳이 그곳 혹은 아름다운 땅), 다코타(모두 연결된 사람들), 미시간(큰 호수), 나이아가라(천둥처럼 구르는 물), 리노이즈(잘난 사람들), 켄터키(내일의 땅), 앨러바마(이곳에서 쉴 것이다), 요세미티(핏발이 선 곰) 등등.


    현대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인디언들의 삶에 태도를 가졌으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미 생긴 문제들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환경 문제....


    앞부분은 서부가 개척되던 시대의 인디언 추장들의 이야기였는데, 뒤로 갈수록 점점 현대의 인디언 추장들의 연설들도 나왔다. 현대에까지도 인디언 추장들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고, 여전히 인디언들이 자신들의 삶의 가치를 지키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900쪽이 넘는 책이라서 읽기에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마음 먹고 읽으니까 꾸역꾸역 읽게 되더라. 구성을 주제별로 하든지, 인물별로 하든지, 시대별로 하든지 조금 체계화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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