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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산 캠핑: 너무 고급스러운 캠핑의 맛
    바람의 시선/가족여행/나들이 2017. 5. 6. 09:10
    아내 친구 가족과 낙산해수욕장에서 4일부터 6일까지 2박 3일 동안 캠핑을 했다. 아이들이 책이나 애니메이션에서 텐트 치고 잠을 자는 내용을 보고 캠핑을 가고 싶다고 했었는데, 우리는 캠핑 장비나 경험이 거의 없어서 독자적으로 가기는 힘든 차에 아내 친구의 제안으로 얼씨구나하고 가게 되었다.

    1일차

    출발하면서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먼저 했다. 9일에도 애들 데리고 어디 갈 예정이라서. 5월 황금연휴라서 수도권 주변의 도로들은 거의 막혔다. 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춘천고속도로를 타고 가는데,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언제 도착하느냐고 하는데, 아직 멀었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가면서 점심을 어디에서 먹을 것인지 고민했는데, 휴게소가 가평휴게소 밖에 없어서 거기서 먹었다. 거기도 사람들이 많아서 자리 잡기도 쉽지 않았다. 영원한 아이들의 외식 메뉴 돈까스와 우동류를 시켜서 먹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잘 받아먹어서 이제는 힘이 들지 않는다.

    가평 이후부터는 원활했다. 중간중간 막히기는 했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다. 오후 3시 내외로 낙산 오토캠핑장에 도착했고, 아내 친구네가 오지 않아서 해수욕장에서 모래놀이를 하면서 기다렸다. 

    시기적으로는 비수기인데, 연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아내 친구네가 와서 텐트를 치는데, 해수욕장 쪽과 숲 쪽 중에서 숲 쪽에 쳤다. 해수욕장 쪽은 너무 더울 것 같았다. 우리 텐트는 5~6인용을 두 동이나 칠 수 있는 텐트였다. 거의 빌라 수준이었다. 거기다가 장비들도 다 갖춰져서 부족한 것이 없었다. 8인용 테이블, 4인용 테이블, 주방용 테이블 2개, 의자 14개, 가스 스토브 2개, 석유 난로, 숯불그릴, 각종 식기류, 대용량 아이스박스, 설겆이 팩, 전기선, 전기램프 2개, 야전침대 2개, 침낭4개, 매트리스 3개, 해먹 등 없는 것이 없었고, 불편함이 없었다. 이 많은 장비들을 구입하려면 돈도 많이 들겠지만 아깝지 않게 사용하려면 자주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침낭만 갖고 가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다. 식기류도 갖고 갔는데, 꺼낼 일이 없었다.

    저녁은 고기를 먹었고, 아이들도 언니와 친구가 있어서 잘 어울리면서 잘 먹었다. 밤에는 불꽃놀이, 풍등 날리기 등을 하면서 놀았다. 나도 놀러와서 이런 것 해본적이 없었으니 우리 아이들한테는 처음이었다. 아이들도 신기해하면서 재미있어 했다.

    하루종일 내가 한 것은 운전밖에 없다. 텐트는 아내 친구네가 다 쳤고, 식사준비도 그네들이 다 했고, 아이들은 자기네들끼리 어울려 놀고, 아이들 씼기는 것은 엄마들이 하고..... 나는 방해되지 않게, 걸리적 거리지 않게 있는 것이 중요했다. 이사날 주인이 아무 할 일이 없는 것처럼....

    2일차

    어제 한 게 너무 없어서 일어나서 어제 저녁에 먹은 것들 설겆이를 했고, 밥을 먹었다. 아이들은 바닷가에서도 놀았고, 해먹에서도 놀았고, 텐트 안에서 보드게임 하면서 놀았다. 아이들도 언니와 놀면서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금새 서로에게 맞추면서 어울린다. 같이 노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아이들끼리 바닷가에 내놓는 것이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아이들 스스로 물을 무서워했고, 나름 놀아본 경험이 있어서 잘 놀았다. 걱정스러움과 한가함이 공존하는 심정이었다.

    부모들은 아침 설겆이를 하고, 점심 준비를 했다. 캠핑에서 무언가를 따로 할 것은 별로 없었다. 텐트 치고, 저녁 준비하고, 먹고 잔다. 일어나서 아침 준비하고 먹고나서 정리하면 점심 준비할 때이다. 끼니와 끼니 사이가 그렇게 길지 않다. 그야 말로 삼시세끼를 준비하고 먹고 정리하는 것이 캠핑이다. 그동안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논다. 아이들이 적으면 부모가 놀아줘야 하는데, 아이들이 많이 있으니 부모가 좀 편하다.

    아내 친구네 부부는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때 그때 내키는 대로 하는 스타일이라서 처음에는 뭐가 될지 싶었는데, 캠핑까지 와서 빡빡하게 할게 뭐가 있나 생각하면서 편하게 여겼다.

    3일차

    마지막 날은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다. 텐트가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주변의 다른 텐트들은 뒤집히거나 날아가기도 했는데, 우리는 괜찮았다. 어제 그제 많았던 텐트들이 거의 철수를 했다. 우리는 점심까지 먹고 귀경했는데, 아내 친구네는 저녁까지 먹고 나왔다. 바람 많이 불 때 텐트 걷으려고 하면 텐트를 잡을 수가 없어서 제대로 되지 않을 수가 있다고 바람이 잦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철수했다고 한다.

    귀경길도 막혔다. 미시령부터 전구간이 다 막혔는데, 홍천 근처의 어느 휴게소에서 저녁 먹고나니 좀 풀려서 올 수 있었다.

    아이들이 즐거워서 좋았고, 한가해서 좋았다. 아내 친구 부부들에게 감사한다. 그런데 우리가 캠핑에 발을 담글 것 같지는 않다. 너무 고급스러운 캠핑의 맛을 보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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