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60] 정동과 각국공사관: 정동의 조금 깊은 이야기행간의 접속/역사 2016. 10. 11. 11:02
책이름: 정동과 각국공사관
곁이름: 근대서울의 역사문화공간
지은이: 이순우
펴낸곳: 하늘재
펴낸때: 2012.01
조선이 개항이 되고 근대화되면서 외국의 공관들이 자리를 잡았던 정동의 역사성을 되짚어보는 책이다. 정동을 지나다니면 근대 건축물들이 많은데, 그 건물들이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이야기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거리를 단순히 멋있다고 느끼며 걸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혼란했던 시기의 중심에서 서양의 파고를 온몸으로 맞닥뜨린 정동의 지난 1세기는 우리 역사의 축소판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개항이 되기 이전 정동이 왜 정동인지 그 유래부터 되짚어 본다. 정동은 원래 정릉동이고, 정릉은 태조의 둘째 부인인 신덕왕후 강씨의 릉이다. 그러나 태종이 즉위한 후 정릉을 성북쪽으로 옮겼다. 그런데도 그 이름은 남아서 정동이 된 것이다.
그리고 정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덕수궁의 유래에 대해서도 나온다. 덕수궁은 조선이 개국할 때부터 있지는 않았다. 임진왜란 후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은 불타버렸고, 피난 갔다 돌아온 선조는 양천도정의 집과 계림군의 집을 대내로 삼고, 심의겸의 집을 동궁으로 삼아서 거처를 마련했다. 이후 이 집들을 정리하여 정릉동행궁이라 했다가 광해군 때 경운궁이라고 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개항 이후에 외국공관들이 왜 정동에 모이게 되었는지 생각해봤을 때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정동지역은 서울 도성의 서쪽 끝에 해당하는 위치에 자리하는 동시에 인천으로 이어지는 마포와 양화진 가도의 진입로 역할을 하는 지리적 이점을 지니고 있었다.
둘째, 정동지역은 바로 뒤편으로 서울 성벽이 둘러치고 남대문, 서대문, 서소문과 가까워 진출입이 자유로운 편으로 비상시에 방어와 퇴각이 용이한 측면이 있었다.
셋째, 정동지역은 도성 안쪽에 자리하였으나 상대적으로 외진 곳이고 빈터도 많이 남아 있었으므로, 그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토지와 가옥의 매입이 쉬웠던 탓도 작용했으리라 보인다.
넷째, 각국 공사관에 의해 의뢰된 부지선정건에 대하여 조선정부는 대부분 정동지역의 토지와 가옥을 선호하여 매매알선을 하여주었는데, 여기에는 외교공관이 특정지역에 모여들게 함으로써 일반백성과 격리하는 효과도 고려하였다.
다섯째, 이는 약간 결관론적인 풀이이긴 하지만, 1896년 아관파천 이후 경운궁이 재건됨에 따라 궁궐과 가까운 곳에 자국의 외교공관을 두려는 의도가 표출되면서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등이 공관을 차렸고, 외교관들이 모이는 사교클럽인 외교관 구락부(서울클럽)도 생겼다. 미국공사관은 지금의 미국대사관저이다. 덕수궁 뒤에 있고, 영국공사관은 지금의 영국대사관에 그대로 있고, 그 옆에 선교를 위한 성공회 대성당이 있다. 러시아 공사관은 아관파천을 했던 곳으로 지금은 탑부만 남아있다. 예원학교 뒤쪽에 있다. 프랑스 공사관은 지금의 창덕여중 운동장 끝 부분에 그 정초석만이 남아있는데, 당시의 사진을 보면 공사관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물로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예술적인 건축물이었다. 독일 영사관은 처음부터 정동에 있지는 않았지만 정동에 있을 때에는 지금의 서울시립미술관 자리에 있었다. 그 후에 그 자리는 육영공원이 있었다. 벨기에영사관은 이화여고 건너편 러시아공사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었으나 지금은 해체, 이전되어 사당동에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이탈리아 공사관은 처음에는 을지로에 있다가 정동으로 온 것은 지금의 대한항공 서소문 빌딩 자리에 들어섰다. 그밖에 외교관구락부(서울클럽)은 중명전 건물을 빌려 사용하였다.
이 책을 읽고나서 정동을 다니면 정동이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것 같다.
'행간의 접속 >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7] 사피엔스: 우리가 바란 역사와 미래는 어디에.... (0) 2017.05.30 [책 61,62]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2: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네 (0) 2016.11.04 [책 50] 처음 읽는 일본사: 우리와 달랐던 길 (0) 2016.08.19 [책 39] 처음 읽는 미국사: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새로운 미국의 역사 (0) 2016.07.08 [책 37,38]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1,2: 학생들에게 딱 맞는 교과서 (0) 201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