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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33] 열하일기: 열하일기 입문서
    행간의 접속/인문 2016. 6. 15. 23:33

    책이름: 열하일기

    곁이름: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지은이: 고미숙

    원저: 박지원

    펴낸곳: 작은길

    펴낸때: 2012.11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유명한 고전이고, 그의 자유분방한 문체는 조선 후기의 지성계를 뒤흔들었다고 교과서에 나와있지만 우리는 늘 그렇게 간접적으로만 고전을 접하고, 직접 접하지는 않는다. 직접 접하는 것은 웬지 어려울 것 같으니까...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다. 이 책은 열하일기를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내용을 발췌하고 거기에 해설을 달아 독자들을 열하일기에 보다 가깝게, 그리고 박지원의 생각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으니까 말이다.


    먼저 지은이인 박지원에 대한 대략적인 얘기를 해준다. 그는 우울증을 앓았다고 하는데, 이를 치료하기 위해 거리를 돌아다녔고, 그러면서 밑바닥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엮어서 『방경각외전』을 냈다. 그 안에 「양반전」, 「민옹전」, 「광문자전」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제목과 내용은 많이 들어봤는데, 그 배경에는 이러한 사실도 있었다. 그러면서 신분에 개의치 않는 사람사귐을 하게 되었다.


    여행의 처음 시작에서 연암은 통역관과 이야기를 하면서 '길은 사이에 있다'는 말을 한다. 이것을 고미숙은 '사이에서 사유하기'라고 말하면서 '사이'가 중간이나 평균, 절충, 그리고 상대주의도 아닌 것이라고 말한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이것과 저것, 두 양변을 고정시키는 의미망 자체를 의심하고 전복하는 사유라 할 수 있다. 즉, 양변에 끄달리지 않고 둘 다를 벗어나 제3의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그것은 어떤 초월적 척도에 갇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상대주의의 나락에 떨어지지도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 진리란 매 순간 새롭게 구성되어야 한다. 삶이 끊임없이 변해 간다면 사유 역시 관계와 활동에 따라 계속 새롭게 변주되어야 할 터이므로.


    세상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고정된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런 생각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범답안은 없고, 따라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끊임없이 질문을 하면서 골몰하는 과정이 곧 앎이라고 하는 것. 이게 고미숙의 생각이고 박지원의 생각이다.


    『열하일기』에는 유명한 작품 「호질」도 있다. 이 작품을 둘러싼 얘기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먼저, 작자 문제. 이 작품은 연암이 옥전현이라는 곳에 도착해서 어느 가게에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벽 위에 격자를 만들어 붙인 글이 있어 흥미롭게 읽었는데, 그 글이 「호질」이다. 연암이 주인에게 누가 지은 것이냐고 물으니 모른다고 하고, 어디서 났냐고 하니 장에서 사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베껴도 되겠냐고 묻고, 허락을 받아서 베끼는데, 내용이 길어서 앞부분은 연암이 베끼고, 뒷부분은 동행한 정진사가 베끼는데, 나중에 갖고와서 다시 보니 정진사가 베낀 뒤부분은 오자고 많고, 빼먹은 부분도 많아서 연암이 다듬었다고 한다. 물론 연암이 전부 자기가 쓴 것이지만 트릭으로 다른 사람이 썼다고 연막을 치는 것일 수도 있고......


    인상적인 부분은 열하에 있는 황제의 여름 피서 행궁에서 티벳의 달라이라마를 만난 것이다. 원래는 연경까지만 가려고 했는데, 황제가 여름 행궁에 가있으니 그쪽으로 오라는 전갈을 받고, 조선의 사신 일행이 열하까지 간 것이고, 연암도 따라갔다. 거기서 황제도 알현하고, 황제를 알현하는 달라이라마도 본 것이다. 달라이라마는 황제에게는 스승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예를 갖추라고 했지만 조선의 사신 입장에서는 중국에는 예를 갖추어도 주변의 오랑캐에게 예를 갖출 수 없다고 하면서 황제를 화나게 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 부분에서 고미숙은 현재의 상황을 비판한다.


    한국은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허용하지 않는 극소수 국가 가운데 하나다. 무슨 특별한 명분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그런 것일 뿐이다. 역시 조선 사신단의 처신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양상이다. 명분에 골몰하여 현실을 깡그리 무시한 조선 사신단도 한심하지만, 오로지 현실적 이해관계만을 따져 국가적 자존심이나 대의 따위는 완전히 망각한 지금의 정부도 한심하기는 매한가지다.


    다 읽고나서 참 새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암의 생각이 참 현대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쉬운 것은 전체를 읽은 것이 아니라 발췌한 것을 읽은 것이라서 전체적인 맥락이 없이 끊어지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고미숙의 열하일기 시리즈가 있으니 그 책들을 읽으면서 열하일기에 빠져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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