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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1]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그만행간의 접속/문학 2016. 6. 5. 23:48
책이름: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지은이: 성석제
펴낸곳: 창비
펴낸때: 2002.06
전에 이 책을 한 번 읽다가 그만 둔 적이 있었다. 아마도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좀 가벼운 소설을 읽어보자는 의도에서 골랐었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다 읽지 않았던 것 같다. 블로그에 기록이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머리도 식힐 겸 오랜만에 소설을 잡았다.
모두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기억에 남는 작품은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이었다. 작은 읍내의 곗날 풍경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내는 작품인데, 영상으로 만들면 한편의 블랙코미디가 될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 대한 평론가의 해설을 인용해본다.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현실세계의 지리멸렬함을, 그 지리멸렬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권력의 몰합리적이고 폭력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속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유도 없이 치고박기, 한여름 땡볕 속을 쫓고 쫓기기, 태평스러운 코골기와 비명소리 그리고 활극의 재미를 즐기는 환호성이 뒤섞여 아수라 소용돌이를 이루는 쾌활냇가의 풍경은 곧 현실세계의 축도이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도 이 세계를 지배하는 권력은 꿈적도 않는데, 그 요지부동의 완강함은 그 권력의 몰합리성과 폭력성과 자기중심성에 대응한다. 우리는 끔찍한 세계를 살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 끔찍한 진실을 그 끔찍함과는 정반대인, '시원하게 앞이 트이어 넓음'이란 뜻의 '쾌활'과 '밝고 쾌활함'이란 의미의 '명랑'이란 단어로써 담아내고자 하였는데, 이는 곧 끔직한 세상에 대한 거대한 야유이다.
제목에서부터 성석제의 색깔이 들어 있다. '쾌활'과 '명랑', 세상의 부조리를 대해 무겁지 않은 이야기로 담이 풀어내는 과정을 보면 읽는 이도 함께 유쾌해진다. 특히 인물들에 대한 능청스러우리만치 세밀한 접근은 빠지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든다.
다른 작품들도 그런 가벼우면서도 우리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있는데, 다소 괴이하기도 하고, 현실성을 따져봤을 때 약간 과장된 느낌도 드는데, 그의 문체가 '이것은 내가 너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인데,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그만이니까 한 번 들어봐'라고 말하는 투라서 안 믿어도 부담이 없고, 믿으면 재미있다. 이게 성석제의 장점인 것 같다. 믿을 만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깔고 얘기하니까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인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에 남는 것은 별로 없다. 바라는 것은 조금 더 현실에 가깝게 하는 것은 어떨까? 이문구처럼.... 그럼 성석제가 성석제가 아니게 되나?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성석제가 성석제다운 것도 좋고, 성석제가 이문구 닮는 것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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