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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12] 감독, 독립영화를 말하다: 다시 독립영화를 찾아서
    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16. 3. 26. 22:30

    책이름: 감독, 독립영화를 말하다

    지은이: 지승호, 남다은, 변성찬

    펴낸곳: 수다

    펴낸때: 2010.06


    지승호의 영화 감독 인터뷰 시리즈 제3권이다. 제2권의 머리말에서 3권에서는 김대승, 김동원, 송인곤, 송해성, 유하, 이명세, 이준익, 이창동, 임순례, 장진, 정윤철, 정재은, 허진호, 홍상수 감독 등을 만고 싶다고 했는데, 그들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름 기대했는데....독립영화 감독들이 더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위의 감독들 인터뷰 작업은 작업대로 하면서 틈틈이 이 책을 준비했던 것인지도 모르고....


    인터뷰를 진행한 독립영화 감독들은 김곡(세번째 시선 Bomb! Bomb! Bomb!), 신동일(나의 친구, 그의 아내), 양익준(똥파리), 양해훈, 윤성호(은하해방전선), 장형윤(인디애니박스:셀마의 단백질 커피(무림일검의 사생활)), 황윤(작별/어느 날 그 길에서)이다. 이 중 양해훈 감독 작품만 못보고, 나머지 작품들은 한 작품씩은 다 봤다. 내가 독립영화를 한창 보던 시기의 감독들이라서 인터뷰 흐름을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독립영화를 요새 잘 안봐서 예전과 어떻게 다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들이 많이 없어져서 독립영화 제작, 배급 환경이 많이 열악해진 것 같다. 그런 얘기도 인터뷰에 나오지만 아무튼 보수 정권의 문화에 대한 인식의 저열함을 볼 수 있다.


    양익준 감독과의 인터뷰에서는 스태프의 섭외에 대한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제가 배우 섭외나 스태프 섭외에 있어서 연기를 잘하고, 테크닉이 좋은 사람들이 구성을 하는 요인의 1순위가 아니에요. 그 순위는 사실은 되게 한참 뒷순위로 가 있고, (물론 제가 봤을 때지만) 일단 사람의 됨됨이나 저하고 놀 수 있는가가가 저한테는 섭외할 수 있는, 캐스팅할 수 있는 1순위인 것 같아요.


    그야말로 배우와 스태프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서 한 팀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자신과 맞는 사람들과의 협동 작업은 즐거울 수 있을 것 같다.


    윤성호 감독과의 인터뷰에서는 자신의 독특한 연출 기법이 사실은 치밀한 계산과 의도된 작업이 아니라 자기가 할 줄 아는 것이 그것밖에 없고, 이 생각, 저 생각하다 좀 재미있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도한 것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대단히 실험적이고, 작가적인 것으로 봐줘서 신기했다는 투로 얘기한다. 그야말로 포스트모더니즘의 키치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뭐가 있는 것 같다고 하는 것.....


    나도 윤성호 감독의 스타일이 굉장히 독특하고 그래서 뭔가 심오한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뷰를 보니 아무것도 아닌데, 페이크로 있는 것처럼 한 것도 있고, 영화를 좀 장난처럼 만든다는 느낌도 들었다. 말을 장난처럼 해서 그런가....


    그리고 윤성호 감독 이외에도 다른 감독들도 그런 얘기를 했는데, 독립영화 감독과 상업영화 감독의 차이는 없다는 것을 말한다. 그냥 영화를 만들 뿐이고, 상업적인 제작과 배급을 통하면 상업영화이고, 그렇지 못하고 독립적으로 제작하고 배급하면 독립영화인 것이다. 감독들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지 생각하고 결정하고 진행하는데, 저 사람은 상업영화 감독, 저 사람은 독립영화 감독이라고 말하면서 고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장형윤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그 열악함을 얘기한다.


    우리나라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은 한마디로 투자 기피 대상이다. 장편 애니메이션은 독립 극영화처럼 1억 이하로 제작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 제작비를 늘린다고 해서 유명한 배우를 섭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가 무슨 픽사도 아니고, 감독이 특별히 유명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기 어려운 것다. 물론 지금은 영화계 전반이 다 어려워졌지만, 어쨌든 예전에는 애니메이션 제작비로 3억에서 10억 사이가 든다고 하면 저예산으로 분류했다. 왜냐하면, 생각해보라. 장편 애니메이션은 평균 제작 기간이 2년 이상이고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노동이 이루어지는데, 그런 인건비를 영화가 성공한 후에 준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애니메이션은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사람과 시간이 돈이다. 다 사람이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작비는 많이 들 수밖에 없는데, 그 제작비만큼의 수익이 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 영화산업 자체가 원래 수익률이 낮기는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공영역에서의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데, 정부의 인식이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니 안타깝다.


    황윤 감독과의 인터뷰는 물 흐르듯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감독과의 인터뷰집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이해하기 좋았다. 평론가 변성찬이 황윤 감독이 하고 싶은 얘기를 아주 잘 이끌어준 것 같다. 감독 데뷔부터 자신의 작품들을 찍게 된 동기까지 감독의 생각과 작품 활동을 장황하지 않으면서도 잘 얘기했다.


    황 감독의 인터뷰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들을 뽑아보았다.


    독립영화 진영은 한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그룹 중의 하나이지만, 여전히 인간 중심적 태도가 강한 것 같아요. 강하다기보다는, '그래도 사람이 먼저' '고통받는 동물 이야기보다는 고통받는 사람 이야기가 더 중요하지'라는 생각들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뉴타운 개발 때문에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도시 빈민과 도로 건설로 삶터를 빼앗기고 죽게 된 야생동물, 두 가지가 서로 다른 이야기일까요? 용산 참사에서 희생된 사람들과 4대강 사업으로 살 곳을 잃게 된 수달, 뭐가 다른가요? 저는 똑같다고 생각해요. 둘 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가 핍박받는 문제이지요. 저는 '인간 문제 해결하는 게 우선이고, 그다음이 생태계 문제'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고, 그런 생각은 아주 진부한 태도라 생각해요. 사회나 공동체라는 개념을 인간 사회로 한정 짓는 게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 전체를 공동체로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 사회에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야생동물은 그 공동체에서 소수자, 사회적 약자의 위치로 몰리게 된 거구요.


    문제의 본질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야생동물의 고통이 그들만의 고통이 아니라, 결국 인간, 그리고 공동체의 고통이라는 점을 얘기하면서 생태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문제만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똑부러지게 말한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이 거대한 사회의 모순에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는 일이죠. 다큐멘터리는, 그것도 독립영화로서의 다큐멘터리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하거나,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에 대해 그게 맞는 건지 다시 보게 하거나, 낯설게 바라보게 하거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해답보다는 오히려 질문을 던지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거꾸로 제가 관객들에게 묻고 싶었던 거죠. '이렇게 많은 자동차, 이렇게 많은 도로, 괜찮은 건가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하는 질문 말이지요.


    그러면서 <어느 날 그 길에서>를 만든 의도에 대해서 얘기한다.


    <어느 날 그 길에서>를 로드킬에 대한 고발 다큐로 만든 것이 아니었어요. 제가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건, 길이라는 것, 땅이라는 것을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들의 시선으로 한번 바라보자는 제안이었지요. 인간은 자연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종들 중의 하나일 뿐인데 마치 자신이 이 대지와 그 속의 거주자들을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죠. 한 번쯤 나머지 '대지의 거주자들'의 입장에 서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지,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 도로 설계를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저감 시설을 갖춰야 하고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이 영화의 목표가 아니었어요. 이런 건 굳이 영화가 아니어도 보고서, 논문, 토론회, 방송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지요.


    대지의 거주자들의 시선, 생태적 시선으로 길과 땅을 보고 다시 생각해 보자는 얘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야생동물에 대한 우리의 자세에 대해 얘기한다. 근대 초기에 유럽의 동물원에는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을 전시했었는데, 오래가지 못했다고 한다. 이유는 그들이 언어를 배우면서 인사를 받아치고, 시선이 마주치니까 관계가 형성되면서 불편해지게 된 것이다. 그럼 동물들은 왜 여전히 동물원에 있는 걸까?


    동물들도 시선이 있는데 우리가 외면하기 때문에 갇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건 그런 "눈 마주침"이라고 생각하면서 저는 계속 작업을 하고 있어요. 갇혀 있는 동물들 혹은 걸레 조각처럼 물화되어서 떠돌아다니는 존재와의 눈 마주침. 존재와 존재 간의 만남. 그런 작업을 계속 하고 싶은 건데, 그런 작업은 마음의 통증을 동반해요. 나도 그렇고 관객들도 그렇고. 그걸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존재의 만남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그게 동물과 인간, 모두를 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독립영화 감독, 사실은 그냥 감독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겼고, 기회를 만들어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올해부터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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