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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11] 영화, 감독을 말하다: 역시 집요함의 승리
    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16. 3. 23. 21:30

    책이름: 영화, 감독을 말하다

    지은이: 지승호

    펴낸곳: 수다

    펴낸때: 2007.08


    지승호의 두번째 영화 감독 인터뷰집이다. 김태용(가족의 탄생), 박진표(너는 내 운명), 박찬욱(공동경비구역 JSA), 이송희일(후회하지 않아), 임상수(바람난 가족), 최동훈(타짜) 감독을 인터뷰했는데, 그래도 내가 이 감독들의 작품을 하나 이상은 봤기 때문에 어느정도 얘기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다.


    김태용 감독의 인터뷰에서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그의 생각이 깊이가 있어서 좀 길지만 인용해 본다.


    나는 성숙한 인격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기보다는 배우가 연기를 잘해야 하는 이유는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매력이 있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영화 속에서 한 인물을 보는데, 그 인물이 얼마나 살아 있고, 그 인물의 고통에 같이 참여하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인물에 무한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잖아요. 바로 그 인물이 매력 있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연기를 잘 하는 거지, 연기를 잘한다고 매력이 생기는 건 아니에요. 즉, 배우가 연기라고 하는 것에 너무 매몰되다 보면 인물의 매력도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자기가 끊임없이 연기라는 걸 하는 인격체로 갈등하고 충돌하고 있는 모습들이 영화 속에서 보여질 때 인물의 매력이 생긴다는 거죠. 감독은 하고자 하는 어떤 이야기와 계속 싸우잖아요. 배우는 자기 인격과 캐릭터가 계속 싸워가는 느낌들을 받으면 그때부터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용기 있는 배우를 좋아하고, 또 배우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 다른 감독들은 캐릭터와 어울리는지, 그 캐릭터를 배우가 어떻게 맞추는지, 배우에 캐릭터를 맞추는지, 그때 감독은 어떤 방식을 추구하는지 등을 주로 얘기하는데, 김태용 감독은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가서 배우들의 매력과 에너지, 그리고 용기를 언급하면서 캐릭터에 생명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감독의 선택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옛날에는 영화감독이 오랜 고민 끝에 중요한 결정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일단 결정해놓고 무마하는 사람이더라구요. 사는 것도 그렇잖아요. 뭔가 결정된 것에 대해서 무마해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감독은 결정해놓고 무마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그 세계에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나도 감독은 선택의 고뇌를 통해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말이다.


    임상수 인터뷰는 하기 힘들어 보였다. 인터뷰어의 질문들은 한 문장으로 퇴짜 맞기 일쑤였고, 그러다 보니 흐름다운 흐름을 가져가지 못했다. 그만큼 임상수 감독이 친절하지 않은 예술가이거나 자기 세계가 확고하거나 지승호와 궁합이 맞지 않거나 지승호가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거나..... 아무튼 쩔쩔매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면서도 임상수의 까탈스러움과 예술가적인 작가의식은 그런대로 잘 드러난 것 같다.


    감독들에 대한 인터뷰들은 전문분야에 대한 내용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준비가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은데, 거의 평론가 수준으로 영화를 분석하고, 이해하고 준비하는 지승호의 모습에서 역시 집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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