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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24] 남자를 위하여: 남자도 모르는 남자의 심리
    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16. 4. 30. 09:39
    책이름: 남자를 위하여
    곁이름: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지은이: 김형경
    펴낸곳: 창비
    펴낸때: 2013.11

    소설가 김형경이 남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자신의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서 남자들의 여러 행동들을 접하고, 처음에는 그런 행동들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여러 심리학 책들과 자주 겪게 되는 사례들을 통해서 남자들의 행동의 이유들을 나름 가벼우면서도 진지하게 설명하고 있다.

    부제가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인데, 여자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남자들의 행동들을 이런 관점으로 보면 이해할 수 있다는 뜻 같다. 그런데, 그게 꼭 여자들의 이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남자들도 자신들의 행동들이 어떻게 해서 일어났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남자들의 이해를 위해서도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남자들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여자들의 이야기도 남자들의 이야기 끝에 덧붙이면서 어떤 행위나 생각이 남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자도 해당되고, 결국 인간의 문제라는 것도 얘기한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고 하지만, 다른 점보다 인간으로서 같은 점도 많다는 것을 외면하지 않았다.

    책 속에서 인상적인 부분들을 발췌해 본다.

    사실 남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책임감 그 자체가 아니다. 책임을 다하지 못해 연인이나 아내가 떠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가. 그것은 경제적인 면에서이기도 하고, 성적인 측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자들은 섹스 후에 "좋았어?"하고 묻는 남자들이 예의없고 무감각하다고 뒷담화하지만 그들이 여자를 만족시키지 못할까봐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는 상상하지 못한다. 그들은 아내나 자식이 무엇을 요구했을 때 그것을 들어주지 못하면 두려운 나머지 오히려 화를 내는 것이다.


    남자의 책임감에서 나온 부분인데,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 연인이나 아내가 떠난 후에 혼자 남아있을 자신이 없고, 혼자 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남자는 의존적이라는 사실을 얘기한다.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얘기다. 그런가? 


    남자들은 술자리에서 왜 그토록 여자를 필요로 하는지. 그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를 들려주었다. 남자들이 단둘이 있을 때, 혹은 남자들끼리만 있는 자리에서 그들이 얼마나 파괴적이 되는지 말해주었다. 화제는 저열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작은 일로도 극단까지 대립하며, 곧잘 파괴적인 분위기로 치닫는다. 하지만 그곳에 단 한명이라도 여자가 있으면 남자들은 부드러워지고 신사적인 태도를 견지하려 노력한다. 자기들끼리 경쟁하는 게 아니라 여자를 두고 경쟁하기 때문에 게임의 룰이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남자들은 술자리라는 감정 표현 방식에서조차 자신과 상대를 보호할 안전장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야 술을 잘 마시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술자리에 여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분위기가 다른 것은 알겠다. 비단 술자리 뿐만 아니라 여럿이 모인 자리에 여자가 있고 없고에 따라서 남자들의 말과 행동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볼 때 다른 게임의 룰이 적용된다. 비근한 예로 배드민턴의 예를 들 수 있는데, 혼합복식으로 경기를 할 때 남자들은 여자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죽을 힘을 다해서 뛰고, 다음 날 앓아 눕는다. 그럴 필요까지 없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몸은 에너지가 충만하여 다음 날을 생각하지 않는다. 여자가 없으면 그냥 운동일 뿐이다.


    사물을 통해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남자의 방식이다. 남자들은 여자가 모를 것 같은 질문을 해놓고 상대가 모른다고 대답하면 "그런 것도 몰라?"하는 말을 시작으로 자신의 우월함과 친절함을 펼쳐 보인다. 남자들은 자기 감정이나 내면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자주 사물들을 화제로 삼는다. 자기 기분이 어떤지 말하지 않기 위해 날씨에 대해 언급하고, 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말하지 않기 위해 정치와 스포츠를 말한다. 좀더 가까운 사이라고 느껴지는 사람들과는 특별한 사물이나 기계에 대해 말한다. 골프 장비, 컴퓨터, 스마트폰, 자동자 등등. 그 사물들은 감정으로부터 먼 곳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여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감정을 보이지 않는 방편으로 사물을 얘기하는 것.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 안에 숨겨진 감정의 실마리가 있어서 결국은 그게 감정을 보이는 방편이라는 것. 감정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감정을 보이는 역설이 남자의 감정 표현 방식이라는 얘기인데..... 약간 그런 것 같기도 한다. 나는 감정을 보이는 것,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역설의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의도했다기보다는 표현하고 보니 역설인 것이지.... 이렇게 보면 남자도 여자 못지 않게 복잡한 존재처럼 여겨진다.


    읽으면서 남자도 모르는 남자의 심리를 어떻게 이렇게 잘 파악했을까 싶다. 소설가이기 때문에 여러 자료들과 주변의 경험들을 섬세하게 재구성하여 남자들의 심리와 연결시켜서 그런 것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글쓴이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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