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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3]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고등학생에게 딱 맞는 인문교양서
    행간의 접속/인문 2016. 1. 19. 12:54

    책이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1

    지은이: 채사장

    펴낸곳: 한빛비즈

    펴낸때: 2014.12


    우리가 인문 교양이라고 말하는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와 관련되는 내용을 정말 쉽고, 편하게 풀어서 설명해준 책이다. 2권은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를 묶었는데, 1,2권을 나눈 기준은 1권이 현실의 세계, 2권이 현실 너머의 세계라고 한다. 2권도 읽고 싶다.


    이 책은 현실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추상화하여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제목에도 있지 않은가? 넓고 얕은 지식이라고.... 그러려면 구체적인 얘기보다는 추상적인 큰 얘기들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추상적이라고 해서 뜬구름 잡는 얘기는 아니고, 반드시 짚어야 할 것들은 확실히 짚으면서 잘 얘기하고 있다.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나도 몰랐거나 애매하고 알고 있는 것들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들을 뽑아보았다.


    1. 역사 


    먼저 역사에서 자본주의를 유지해주는 핵심요소를 얘기하고 있다.


     하나는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유행이다. 전쟁과 유행은 자본주의라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이 공급과잉의 문제를 단번에 해소하듯, 유행은 필요를 뛰어넘는 막대한 소비를 창출해서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한다.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특징이 공급과잉이다.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숙제인데, 전쟁과 유행이를 이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유행은 필요없는 것도 필요하게 만들지 않는가? 그렇다면 광고는 유행의 자식정도가 되지 않을까?


    자본주의의 공급과잉 문제를 얘기하면서 전쟁을 얘기했고, 히틀러와 제2차 세계대전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서 히틀러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면서 왜 유대인을 학살했을까? 그 실질적인 원인도 얘기한다.


    히틀러는 베르사유 조약에 반대하며, 전쟁배상금을 물지 않겠다고 하고서 집권했다. 그런데, 전쟁배상금을 물지 않을 방법이 딱히 없었다. 협상을 다시 해서 물지 않겠다고 할 수도 없고, 어디서 돈을 빌려 올 수도 없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전쟁이었다. 다시 전쟁해서 이기면 되잖아. 그런데, 그 다음 문제는 전쟁비용이었다. 돈이 있어야 전쟁을 하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독일에 있는 유대인들의 재산을 생각했다. 유대인들은 세계적 금융과 사업을 부유했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해서 전쟁을 하면 되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몰수할까? 여기서 생각한 것이 독일 민족성과 순수성의 회복이었다. 독일의 땅에는 순수 위대한 독일인만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 


    자본주의의 공급과잉은 대공황을 가져왔고, 이에 대한 대비책은 크게 세 가지로 본다. 미국은 국가가 개입하는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수정하는 후기 자본주의를 취하였고, 러시아는 공산주의 혁명으로 자본주의 자체를 폐기했다. 그리고 독일은 전쟁을 일으켜서 대공황을 해소하였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왜 공산주의와 대립하는지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본주의의 특성인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장이 필요한데,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와 거래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시장이 오히려 축소되었고, 또 하나는 공산주의의 이념적 특성이 자본주의를 내적으로 붕괴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공산주의를 경계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우리의 위치에 대한 얘기도 하고 있다.


    사람은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야만 한다는 인간적 한계로 인해서,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나름대로 해석하며 살아간다.  자신이 경험한 만큼의 세상만을 이해하며 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과거를 상상할 때, 과거의 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하게 생각하고, 비슷하게 느끼고, 비슷하게 소비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계는 신자유주의라는 매우 소비적이고 시장중심적인,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매우 독특한 세계다. 신자유주의 체제에 살지 않았던 과거의 사람들은 우리와는 너무도 다르게 살았을 것이다. 다른 세계에서 산 만큼 지금의 우리와는 다르게 생각하고, 느끼고, 생활했을 것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첫 여행지가 역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세계가 매우 독특한 세계임을 아는 것, 내가 사는 세계가 지금까지의 인류 전체가 살아왔던 평균적이고 보편적인 삶의 모습은 아님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이 독특한 세계에 발 딛고 서 있는 독특한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왜곡된 '세계'에 서 있는 왜곡된 '나'를 이해하는 것. 이것이 지적 대화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준비다.


    이런 시각이 바로 역사를 배우는 데에 필요하다고 본다.


    2. 경제


    아주 쉬운 것부터 개념 정리를 한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구분하는 것. 공산주의는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모두 국가가 관리하고, 자본주의는 개인이 사적으로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것을 허용하는 체제이다. 우리는 단순히 사유재산을 소유할 수 있느냐로 생각하지만 정확하게는 생산수단이다. 잉여생산물은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나 다 소유할 수 있다. 


    공산주의를 얘기하면서 사회주의와 구별하는 얘기도 나온다. 사회주의는 혁명의 주체가 엘리트, 공산주의는 노동자이고, 혁명의 단계에서 사회주의는 수단이고, 공산주의는 목표이다. 그래서 사회주의는 온건하고, 공산주의는 급진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대략적인 것으로만 이해해야 할 것 같다.


    3. 정치


    이런 가정을 한다. 인격적이고, 지혜를 갖추고, 절대 부폐하지 않고, 사회를 성장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통치자가 나온다면 그에게 독재를 허용해도 되지 않을까? 이 생각이 바로 플라톤의 철인정치론인데.... 어떨까? 여기에 대한 대답을 하려면 정치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이상적 개인에 의한 이상적 정치는 실현 불가능하다. 독재자나 민주주의자나 어쩔 수 없이 특정 집단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고, 이로써 필연적으로 소외되고 희생되는 집단이 생긴다. 모두를 만족시킬 이상적인 정치는 없다. 따라서 이상적인 독재자, 엘리트는 불필요하다. 정치에서 요구되는 것은 뛰어난 인물이 정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에서 충돌하는 이해당사자들이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이견을 조율할 절차가 마련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익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정치에 직접 참여할 여건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는 엘리트주의의 비현실성을 압도한다.


    정치는 협의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이것이다'라고 정하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늘 까먹는 것 중의 하나이다.


    한국 사회가 왜 보수성향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인구의 대다수는 노동자이고,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고, 부유층과 재벌은 소수인데, 정치적인 결정은 왜 보수적으로 나오는지.... 그리고 보수적인 입장을 옹호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세 가지를 그 원인으로 제시한다. 첫째는 역사적 경험아.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체제에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게 된 경험이다. 한국전쟁이라든가 월남전 등을 통해서 우리는 보다 우측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둘째는 교육의 문제이다. 학교에서의 교육과 미디어에 의한 교육을 통해 우리는 영향을 받으면서 또 우측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셋째는 대중의 비합리성이다.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당이 무엇이고 어떤 사회, 경제 체제가 자신의 이익을 보장하는지 구분하지 못한다. 그럼 왜 대중은 비합리적으로 결정하는가? 역사적 경험과 편향된 교육이 다른 세계, 다른 체제에 대하나 과장된 공포가 민중의 의식 저변에 뿌리 깊에 내재하기 때문이다. 뼈아프지만 사실이다. 


    4. 사회


    전체주의는 개인이 전체의 비윤리적 행위에 눈감게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전체주의는 개인에게 결정권이 없다. 따라서 책임이 없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내가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전체의 비윤리적 행위에 눈을 감는 것이다. 사실 무서운 것이다.


    5. 윤리


    의무론과 목적론에 대해서는 새롭게 알게 되었다. 말은 들어봤는데, 정확하게 설명한 것을 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알게 되었다. 의무론은 의무나 도덕 법칙을 준수하는 행위를 윤리로 보고, 목적론은 이익을 창출하는 행위를 윤리로 본다. 의무론자의 대표적인 사람들이 종교인이다. 절대적인 도덕 법칙에 따라 행동한다. 반면 목적론자의 대표적인 사람들이 안중근 같은 사람들이다.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면서 "인간은 다른 사람을 죽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민족의 해방을 위해, 민족의 이익을 위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이는 다시 시간과도 연관해서 생각할 수 있는데, 과거로부터 주어진 의무를 고려해서 행동한다면 의무론, 미래의 결과를 고려해서 행동한다면 목적론이다.


    의무론의 대표자가 칸트이다. 칸트는 정언명법으로 도덕 법칙을 제시했는데, 한마디로 하면 "네 의지의 준칙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로 타당할 수 있도록 행동하라."고 했다. 풀어서 얘기하면, "네가 한 것을 다른 사람도 모두 동시에 해도 괜찮은지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 어떤 윤리적 결정을 할 때 많이 하는 생각이다. 그 행동을 다른 사람들도 "저도요. 저도요."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고 하라는 것.


    또 칸트의 책들 중에 '무슨무슨 비판'이 많은데, 이 때의 비판은 한계를 정한다는 것이다. '순수이성 비판'하면, 순수이성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한계를 정하는 것이란다. 여기에서 비판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한계를 정해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6. 마무리


    이 책의 특징 중의 또하나는 말투가 친근하다. 딱딱하지 않다. 예시들도 명쾌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길로 잘 유도하고 있다. 고등학생들에게 정말 잘 맞는 인문교양서라고 생각한다. 교과서를 읽기 전에 이것을 읽으면 교과서가 훨씬 더 잘 이해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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