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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 새로고침: 홍세화의 내공이 느껴짐행간의 접속/인문 2016. 1. 12. 10:19
책이름: 새로고침
지은이: 은수미 외 5인
펴낸곳: 한겨레출판
펴낸때: 2013.08
한겨레21에서 2013년에 진행한 열번째 인터뷰 특강을 모은 책이다. 국회의원 은수미, 과학자 정재승, 범죄심리학자 표창원, 사회활동가 홍세화, 인권운동가 박래군, 정치인 윤여준 등이 강연을 맡았다. '새로고침'이라는 주제는 결국 새롭게 변화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체적으로 인터뷰 특강을 처음 접했을 때의 신선함과 강렬함이 떨어져가고 있는 느낌이다. 강사들이 토해내는 내용도 그렇고 기획력도 그렇다. 아니면 내가 성숙해졌다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고.....
그래도 인상적인 부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뽑아보았다.
정재승 교수의 얘기 중에 '실망'과 '후회'의 차이에 대해서 언급한 것이 있다. '실망'은 기대를 한 바가 있는데,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생겨나는 것이고, '후회'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때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간은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선택할 상황과 선택하지 않을 상황을 머리 속에 그려서 판단할 수 있는 고등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고등 사고와 관련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다음 홍세화의 얘기 중에서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라는 언급도 인상적이었다. 먼저 우리의 생각이 어디에서 왔는지 묻고 있다.
사람은 생가하는 존재이지만, 생각을 갖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여러분, 생각을 갖고 태어나셨습니까? 그렇지 않죠.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인데 생각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여러분이 갖고 있는 생각은 어떻게 갖게 되었습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존재라면 이 물음을 던져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답으로 네 가지를 꼽는다. 폭넓은 독서, 열린 자세의 토론, 직접 경험, 마지막으로 성찰.
중요한 것은 이 네 가지의 주어가 모두 '나'라는 것입니다. 내가 독서의 주체이고, 내가 토론의 주체이고, 내가 직접 보고 겪고 느끼며, 내가 성찰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을 통하여 형성한 생각은 적어도 내가 개입한 생각이라는 것이죠.
평범하고 당연한 얘기처럼 여겨지는데, 학생들을 보면 주체적으로 이러한 것들을 하도록 지도하였는지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지 않아서 이 얘기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고, 다음 학기에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울러 자유인을 자아실현과 관련시켜서 얘기하는데, 자아를 실현하는 행위를 통해 생존이 담보되는 사람을 '자유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게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자아실현을 하려고 하면 생존이 걸리고, 생존에 신경쓰면 자아실현을 포기하게 되고.... 이 사이에서 우리는 갈등하고 결국에는 후자를 선택하게 된다. 이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한다.
문제는, 한국 사회처럼 자유인에게 허용되는 영역이 지극히 좁은 사회에서는 결국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 선택이 제가 볼 때는 '소박한 자유인'이라는 것입니다. 그 얘기는 뭐냐, 양면에서 다 욕심을 부리지 말자. 아주 소박한 자아실현에서 멈출 줄 알고, 생존 조건도 소박한 데서 멈출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이 아님에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완전히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유보하되,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는 선택의 상황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나머지 하나를 완전히 포기하고 잊어버리는데, 그게 정말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나름의 가치를 갖고 있다면 유보시키고 언젠가 불러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자아실현을 단순히 개인의 역량이나 노력, 의지의 문제가 아닌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아실현이라는 것은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사회 속에서 나를 작용시켜서 이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어내고, 아주 작은 일이라도 그런 의지가 있어야 하고, 그런 의미를 스스로 가져야 하고, 그 속에서 나름대로 삶의 보람을 느껴야 합니다. 이게 자야실현인 거죠. 생존 문제 때문에 자아실현을 유보한다고 했을 때, 그 기간을 짧게 하려면 소박한 생존 조건에서 멈추어야 한다는 말씀은 이미 드렸지요.
자아실현을 이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것이 보람과 연결된다는 것도... 보람이라는 말이 자아실현과 연결된 것을 보니 새삼스러운 느낌이었다.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사람들하고 인사할 때, "행복하세요.", "보람차게 보내세요." 하는 것도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홍세화 이외의 다른 강연자들의 얘기들은 내가 보기에 평범했다. 홍세화가 인터뷰 특가의 단골 손님이라서 무슨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까 싶은데, 이렇게 새로운 생각을 갖고 오는 것으로 봐서 내공이 깊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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