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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46] 소문의 여자: 말이 만드는 허상, 그 속의 진실행간의 접속/문학 2014. 11. 19. 12:28
일본 지방 소도시에서 이토이 미유키라는 색기가 있는 여자를 두고 사람들이 전하는 말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소설이다. 역자 후기의 일부분을 통해 작품 속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매장에 떼로 몰려가 억지 보상을 요구하는 직장 선후배, 여자를 보면 성적인 상상만 하는 젊은 남자, 간부가 모조리 친인척인 중소업체, 매일같이 마작장에서 날밤을 새며 그런 사장을 성토하고 노조를 결성하자는 헛된 구호를 부르짖는 직원, 불황의 그늘에서 쥐꼬리만 한 월급에 실망하여 직업의식 따위 애당초 없는 사원들, 공무원의 이권 챙기기와 거기에 빌붙으려는 사람들, 유산상속을 위해 힘겨루기에 들어간 배다른 형제들, 삼 개월의 실업수당을 타 내기 위해 취업을 미루고 파친코 점에서 소일하는 젊은 여자들, 거기에 꼬여 드는 능글맞은 중년남자, 워킹푸어로 내몰린 부모 세대의 딱한 모습과 그 궁상을 저주하며 해외여행과 명품 쇼핑만이 삶의 희망인 딸, 집금단체로 전락한 종교와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신자들, 경찰 내부의 파벌싸움에 수훈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초대형 사건을 몇 년 묵혀 두자는 형사과장, 고급 클럽에서의 매춘 알선을 이용해 진보적인 젊은이를 파멸에 몰아넣는 지역 건설업체 사장단과 우익단체 주재자, 그들의 담합을 조정하며 이권과 표밭을 지키는 보수당 시의회 의원.
다른 등장 인물들은 이토이 미유키라는 여자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면서 인물을 말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직접 접하면서 제대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없다. 작가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의 진실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의 이야기이지만 2014년 대한민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크게 범법을 저지르지는 않지만 이런 관행이 사회를 더 안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거창한 이야기보다 이런 작은 이야기가 우리의 모습을 훨씬 더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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