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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47, 48] 미망 상,하: 인물의 변화가 자연스러운 소설행간의 접속/문학 2014. 12. 9. 15:24
구한말부터 한국전쟁까지의 기간 동안 전태임을 중심으로 3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박완서의 다른 작품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호흡이 긴 소설이었고, 박완서가 갖고 있는 시대와 역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중심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나름 긴 역사의 시기를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대하소설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서술이 끊임없이 이루어지지는 않고, 장과 장 사이에 몇 년 간의 공백을 두고 있어서 대하소설로 가지는 못했다. 그 공백을 채운다면 대하소설로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읽으면서 느낀 것은 꼼꼼하게 읽을 수밖에 없는 소설이라는 것이다. 3대에 걸친 가족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중심인물이 아닌 주변 인물들도 비중없이 등장했다가 몇 년 후 장면에서 변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이들까지 고려하려면 신경써서 읽어야 하고, 장과 장 사이의 비어있는 시간을 요약 정리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작가가 요약하면서 생략한 부분들을 채우려면 꼼꼼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후에 상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완서 다운 것은 인물들이 고정적이지 않고,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종상이 전태임과 결혼할 때에는 신학문을 공부한 당당한 청년으로 묘사되어 그가 앞으로 큰 인물로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하게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우회하고, 피하면서 때로는 적당히, 때로는 안전하게, 때로는 가족 중심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영웅이 아닌 인물을 제대로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상이 외에도 태남이, 여란이, 상철이 등 여러 인물들도 변화하는 양상을 보면 우리 삶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장면은 숙명여학교 장면인데, 신부감을 보러 온 신랑측 어머니쪽 사람들이 학교에 들어와서 교실 창밖에서 학생들을 찍어가며 살펴보는 장면이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아예 학교에서도 그들을 막지 않고, 학생들도 자신을 보러 온 사람들이 많으면 1등 신부감으로 여겨 자부심을 갖는다는 인식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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