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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선거 연휴 가족 여행 제2일: 설악워터피아, 동명항
    바람의 시선/가족여행/나들이 2014. 6. 5. 18:48

    1. 둘째날 워터피아


    둘째날 워터피아는 10시 30분 정도에 갔다. 아침에 부지런을 떨지 않고, 가까우니까 여유를 부리다 보니 그렇게 되었는데, 주차장에 들어서니 어제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주차장의 차들이 꽉꽉 들어찼고, 저 뒤에 가야지 차를 세울 수 있었다. 매표소도 몇 줄을 서야 했고, 사람들도 장난이 아니었다. 이 정도 사람들이 있을 때 워터피아 내부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해야 했는데, 그것을 놓쳤고, 아내는 나에게 선심 쓴다고 자시가 아이 둘을 데리고 들어갈테니 나는 혼자 들어가서 사우나 한 시간을 하고나서 나오란다. 나올 때는 아이들을 씻겨야 해서 혼자 둘을 챙길 수는 없지만 들어갈 때에는 옷만 갈아입히면 되니까 아이 둘을 챙길 수 있단다. 나도 별 생각 없이 그러마 하고 혼자 들어가서 한 시간 동안 사우나를 했다.


    사우나를 하고 워터피아를 입장했더니 내가 생각한 그림이 아니었다. 내가 생각한 그림은 약속 장소에 아내와 아이들이 있고, 나는 우리 가족들을 여유 있게 찾아서 손 잡고 밥 먹으러 가는 것이었는데,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은 어린이날의 대공원 풍경이었다. 풀마다 사람들로 가득차고, 만남의 장소에도 사람들로 붐볐으며 튜브를 넣는 곳에도 2줄, 3줄로 줄이 길게 늘어섰고, 어디를 가나 사람이었고, 어디를 가나 줄이었다.


    이런 곳에 아내에게 아이 둘을 맡겼으니 아내는 한 팔로는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둘째의 튜브를 들고, 첫째는 한 손으로는 엄마가 들고 있는 둘째의 튜브를 잡고, 또 한 손으로는 자기의 튜브를 안고 엄마의 걸음을 따라 가려고 긴장된 표정으로 걷는 듯, 뛰는 듯 움직이고 있을 것이 금방 그려졌다. 또 아내는 2개의 튜브에 바람을 넣으면서도 뒤에 줄 서 있는 사람들 신경 쓰랴, 튜브가 어제처럼 터지지 않는지 조심하랴,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엄마 옆에서 잠자코 있는지 신경쓰랴, 정신 없는 가운데에서 튜브에 바람을 넣었을 것이다. 내가 사우나를 하는 한 시간 동안 편하에 놀았을리가 없다.


    아이들과 아내를 잃어버린 것도 아닌데,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난 것도 아닌데 마음은 급해지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면서 약속 장소 주변을 오갔다. 이러다가 안내방송으로 만나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다가 아내와 아이들을 만났다. 역시 내가 예상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튜브를 넣을 때 첫째가 너무나 의젓하게 둘째 손을 꼭 잡고 움직이면 안되고, 엄마 옆에 있어야 하고, 엄마는 멀리 있지 않으니까 울지 말라고 하면서 매우 잘 챙겼다고 한다. 첫째는 그런 점이 있는 것 같다. 절실하면 정말 모범적으로 행동한다는 것. 그런데 튜브 타기는 첫째는 재미있어서 계속 타고 싶어하는데, 둘째는 싫어서 계속 울고, 그렇다고 안 탈 수도 없어서 힘들게 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힘들게 아이들을 챙긴 아내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했다.


    12시라서 점심을 먹으러 어제 한식당에 갔고, 잘 먹었는데, 조금만 늦었으면 자리도 못 잡을 뻔했다. 거기다가 어린이 의자도 못 구할 뻔했다. 어떤 가족은 테이블을 나누어서 앉았고, 어떤 아이들은 어린이 의자가 없어서 부모가 안고 먹였고, 어떤 가족들은 아예 자리도 없어서 입구에 서있으면서 가득 찬 테이블만 쳐다 보고 있었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았고, 한 발 앞서 행동하는 우리 가족의 판단력과 실행력에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빠른 판단, 빠른 행동. 우리집 가훈으로 할까 보다.


    식사 후 오후에는 내가 첫째를 데리고 튜브를 태워주고, 아내가 둘째를 데리고 수유실에서 낮잠을 재웠다. 첫째는 만족해 했는데, 역시 추위가 문제였다. 한 시간 이상을 밖에서 튜브를 타니 아이 입술이 파래지기까지 했고, 온천에서 몸을 녹이고, 가운으로 갈아입힌 후 간식과 따뜻한 우유로 추위를 좇아 냈다.


    그 사이 수유실에서도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단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수유실에는 아이들이 잘 수 있는 침대가 세 개이고, 엄마가 수유할 수 있는 4인석 소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내가 둘째를 데리고 들어갔을 때 침대 두 개는 아이가 자고 있었고, 마지막 하나를 두고 우리 둘째와 다른 아이가 경쟁을 하고 있었단다. 엄마들은 아이가 잠이 들어야지 침대에 누일 수가 있으므로 아이를 재우기 위해 필사의 노력과, 혼신의 힘을 다하여 재우기 위해 피눈물나는 전쟁을 펼쳤고, 결국 우리 둘째 아이가 착하게도, 효성스럽게도, 지 엄마의 지극정성에 보답하는 의미로 잠이 들어서 침대를 차지할 수 있었다. 결국 그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잘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아 쓸쓸히 퇴장했다고 한다. 이후에 들어오는 아이 엄마들은 자리가 없어서 소파에서 재우거나 다시 나가거나 했단다. 아닌게 아니라 수유실 앞 벤치에 보니 아이를 안고 재우는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수유실의 아이 침대가 좀 늘어나야 할 것 같다.


    아내 얘기를 들어보니 수유실에서 접하는 가족들의 상황들이 우리와 흡사하다. 아빠는 첫째 데리고 놀고, 엄마는 둘째 데리고 재우고, 아빠가 잠깐씩 수유실 앞에서 아이 엄마를 찾으면 엄마가 나와서 첫째 데리고 들어와 간식 먹이고나서 내보내고, 엄마는 침대 곁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둘째가 빨리 커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게 되면 풍경이 좀 바뀔 것 같은데.... 그 다음 풍경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무튼 둘째가 잠을 깨고 분유 먹고, 워터피아를 나와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2. 부모님과의 저녁


    숙소에 도착하고 얼마 후에 오색약수 쪽에서 부모님이 오셨다. 부모님은 따로 즐길 것이 있다고 하셔서 저녁에 합류하여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동명항 회 센터로 갔다. 1층에서 활어회를 사서, 회를 뜨는 집에서 뜨고, 2층의 식당에서 밥과 매운탕을 시켜서 먹는 시스템이었다. 광어와 몇가지 잡어를 섞어서 푸짐하게 먹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가 좋아하셨다. 비용도 부담이 없고, 시스템도 재미있고, 다음에 오면 꼭 다시 와야겠다고 하셨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니 보람이 있었다.


    사실 우리는 5년 전에 신혼여행 왔을 때 우리 둘이 왔던 곳인데, 아이 둘 데리고, 부모님 모시고 왔다는 것이 약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중에 또다시 5년 후에는 아이들이 더 많이 커서 오게 되면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보니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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