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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가족 여행바람의 시선/가족여행/나들이 2014. 2. 15. 22:00
1. 여행의 동기
3박 4일 제주도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부모님과 동생네, 그리고 우리 가족까지 총 8명이 움직였다. 온 가족이 모여서 여행하는 것, 그것은 어머니의 로망이었고, 동생도 결혼을 했으니 갈 수 있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게 여행의 최초 동기였고, 어머니 칠순을 맞이하여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것이 그 다음이었다.
2. 역할 배분
세 가족이 역할을 나누었다. 우리는 교통편을 맡았다. 왕복 항공권과 렌터카를 예약했다. 부모님은 식사를 맡으셨다. 메뉴를 짜고, 맛집을 찾고, 부식을 준비하고... 동생네는 한끼 정도만 쏘는 것으로 했는데 약간의 프로그램도 있는 식사를 준비했다. 세 가족이 유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어머니는 보기 좋으셨나 보다. 여행 내내 즐거워 하셨다.
3. 첫 날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탔고, 예약된 렌터카를 받았고, 부모님과 동생네는 장을 보러 가기 위해서 이마트에 내려주었고, 우리는 아이들 카시트와 유모차와 부스터를 빌려왔다. 문제는 이 모든 것들과 각종 짐들을 카니발에 모두 싣고, 사람이 앉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모차 2대와 중간 트렁크 2개와 가방을 짐칸에 실었고, 카시트는 중간에 하나, 뒤에 하나 실었고, 부스터는 아이 좌석 앞과 옆에 실었고, 큰 트렁크는 큰 아이 좌석 앞에 실었고, 다른 짐들은 어른들이 안거나 발 앞에 두었다. 맨 뒤에는 두 며느리가 앉았고, 중간에는 동생과 어머니가 앉았다. 모두들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해낸 것도 같고....
애초 계획은 그러고서 자연사 박물관을 가는 것이었는데, 시간이 이미 4시를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숙소인 한화리조트로 향했다. 한화리조트는 한라산 자락에 있어서 눈이 녹지 않은 상태로 있어서 겨울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제주시 쪽은 눈이 없었다.
저녁 먹고 내일을 위해 일찍 잤다.
4. 둘째 날
아이들이 있다 보니까 여러 군데를 다닐 수는 없었다. 오전에 하나, 오후에 하나 정도 다니는 것이 전부다. 둘째 날 오전에는 에코랜드, 오후에는 해녀박물관과 일출봉을 갔다. 점심과 저녁은 그 근처 식당에서 먹었고.... 아이를 다니면서 힘든 것이 이유식을 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니면서 이유식을 다 잘 데울 수 있었다. 어떤 식당은 전자렌지가 없어서 데우지 못한다는 곳도 있는데, 제주도 여행 기간 중에는 그런 곳은 없었다.
에코랜드는 겨울보다는 봄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각종 야생화와 숲과 잔디가 있는 곳인데, 겨울에는 바람과 눈 밖에 없다. 아이들이 좀 힘겨워 했다. 마스크를 최대한 벗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해녀박물관은 해녀들의 삶과 문화를 전시해 놓았는데, 아이는 어두운 곳을 싫어해서 빨리 나가자고 했다. 그런데 지하에 어린이 해녀 체험관이 있어서 가보니까 물항아리 들어보기, 아이 보기, 물고기 잡기, 해녀의 해외진출 현황 보기 등 아이가 직접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체험관을 만들어 놓으니까 아이가 재미있게 박물관을 접할 수 있었다. 잘 꾸며 놓은 것 같다.
일출봉은 바람이 많아서 우리는 안 가고, 부모님과 동생네가 갔다 왔다. 우리는 차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근처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바람이 너무 많아서 아이가 좀 힘들어 했다. 결국 밤에 열이 많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5. 셋째 날
어제는 세 군데를 야외로만 다녀서 아이들이 힘들었기 때문에 오늘은 중문 근처의 실내를 주로 갔다. 오전에 돌고래쇼를 보고, 패키지로 중국식 부페를 먹었고, 그 옆에 해수욕장에서 해변을 거닐었다. 그리고 그대로 돌아왔다. 아이를 위해서 무리하지 않았는데, 문제는 아이의 낮잠 스케쥴과 겹치는 바람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아이의 투정이 좀 힘들게 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아이에게 언제나 맞출 수는 없으니 말이다.
6. 넷째 날
마지막 날은 짐을 챙겨서 또다시 차에 싣고 몸을 꾸겨서 출발했다. 가는 길에 한라수목원에서 산책을 했고, 점심 먹고 렌트한 아이들 물품을 반납하고, 공항에 갔고 차도 반납했다. 이제 집으로 가면 된다. 올 때 진에어는 좌석이 지정되지 않아서 선착순으로 자리를 맡아야 해서 자리에 앉기 전까지 긴장을 했는데, 갈 때 티웨이 항공은 좌석이 정해져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장기 주차한 차를 찾아서 집 근처 식당에서 저녁 먹고 귀가했다. 그렇게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7. 아이들의 적응
여행 전에 걱정한 것은 아이들이 비행기 탈 때 괜찮을까 하는 것이었다. 결론은 좋았다. 아이들은 비행기를 즐겼다. 뒷좌석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을 왔다 갔다 하면서 놀고, 창밖을 보면서도 놀고, 좌석 앞의 테이블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놀고, 나름대로 자신들의 놀거리를 만들었다. 왕복 두 시간 동안의 비행에서 두 아이 모두 자지 않고 놀았다. 아이들은 비행기 체질인가 보다.
여행 중에는 바람이 많은 실외에서 아이들은 힘들어 했다. 힘든 내색을 바로바로 하는 것은 아니고 밤에 잘 때 열이 오른다거나 콧물을 많이 흘린다거나 투정을 부린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힘든 것을 표현했다. 아이들과 다니면서 이런 것을 감당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여행할 때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발생할 것이 두려워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바로 그것들을 만날 때에는 산을 넘는 기분으로 꿋꿋이 맞서 나간 것 같다.
무엇보다도 가장 힘든 것은 자기 편이 되어 줄 다른 어른들이 있음으로 인해 부모인 우리들의 말을 정면으로 거역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밥상에서의 노골적인 반항은 우리를 참담하게 만들었다. 집에서는 그러지 않는 아이가 밖에서는 이렇게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나중에 아내가 친구들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그정도는 당연하고 보통인 경우이고, 더 심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좀 마음이 가라앉아졌다.
8. 마무리
여행 전에는 여행하는 날이 오기는 하나 생각했는데 어느새 3박 4일이 지나버렸다. 정말 시간이 금방 갔다. 나 뿐만 아니라 모두들 그렇게 느낀 것 같았다. 어머니는 소원을 이루어서 즐거우셨고, 여름에도 또 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아이만 잘 따라준다면 또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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