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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가족여행 3: 강화도
    바람의 시선/가족여행/나들이 2014. 1. 26. 23:53

    이번 겨울에는 가족여행이 좀 많다. 이제 둘째가 돌을 지났기 때문에 데리고 다녀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돌을 지나면 일단 앉아 있을 수 있고, 설 수 있고, 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해야 할 점은 아직 이유식을 해야 한다는 것, 낮잠을 자야 한다는 것 등이다. 물론 걸을 수 없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지만 이것들을 하기까지 1년을 더 기다리기에는 지난 1년도 너무 길었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이번 겨울에는 갈 수 있는 곳은 가자는 생각이다.


    대학 동아리 선배가 제안을 했다. 가족 동반으로 모임을 하자. 우리끼리만 모이지 말고, 아내와 아이들도 함께 보자. 동의했고,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아내가 더 반긴다. 휴직을 하느라 외부 사람을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던 아내는 내 동료든, 자신의 동료든 구분하지 않고, 만남이라는 것 자체를 즐겼다. 그렇게 가족 여행이 결정되었다.


    장소는 강화도로 정해졌고, 선배가 펜션을 예약했다. 오후 2시까지 오라고 했지만, 우리는 아이들의 낮잠이 있어서 4시까지 도착했다. 강화도로 가는 길은 많이 바뀌었다. 자전거로 여행 다닐 때, 강화도는 세번 왔었다. (2007년 5월, 2007년 6월, 2008년 10월) 그 때는 강화도의 길들이 지금처럼 넓지 않았고, 기껏해야 왕복 4차선, 대부분이 왕복 2차선이었다. 그래서 오붓하고, 한가롭고, 여유있게 다닐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길도 많아졌다. 그래도 해안도로 쪽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펜션에서 한 것은 별로 없다. 먹는 것, 자는 것... 그게 전부였다. 그러나 다 같이 어울려서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숯불 피워 석쇠에 고기를 굽고, 야채를 씻고, 밥을 하고, 상을 차리고, 먹고, 먹이고, 치우고.... 여럿이서 하니까 금방금방 되고 괜찮았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서로 어울리면서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만들고, 아이들이 이렇게 커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도 몇 년 후면 저런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하면서....


    밤에는 아이들을 재우는 것이 가장 큰 미션이었다. 취침 시간이 제각각이라서 일률적으로 맞출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일단 방에 자리를 깔고, 마루의 불을 끄니까 아이들은 침실로 들어갔고, 일단은 누웠다. 누웠다고 다 자는 것은 아니고 누워서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쉬 마렵다고 하면서, 목 마르다고 하면서, 잠을 자지 않았고, 아빠 엄마들은 같이 자면서 아이들을 재웠다. 그렇게 오붓한 부부동반의 대화 겸 술자리를 만들었고, 삶을 공유하는 재미있는 자리였다.


    다음 날은 아침 먹고, 짐 챙기고, 기념사진 찍고, 강화역사박물관에 갔다. 원래는 갯벌센터에 갔는데, AI 때문에 운영을 안 한다고 해서 박물관으로 갔다. 이제 2살, 4살인 우리 아이들한테 박물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마는 그래도 아이들한테는 생애 최초의 박물관이었다. 나중에 기억을 하려나 모르겠다.


    조금 늦었지만 강화읍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문제는 둘째의 이유식을 데울 전자레인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편의점을 찾아 10여분을 헤맨 끝에 데워올 수가 있었는데, 자식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려는 아버지의 절실함이 내 안에서 흘러 나왔다. 편의점을 반드시 찾아야 하고, 찾을 때까지 헤맨다는 생각 밖에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모두 헤어졌고, 귀가했다. 그제 둘째가 몸이 안 좋아서 잠을 못 잤었는데, 어제오늘은 첫째나 둘째나 모두 다니면서 잘 울거나 보채지 않고, 잘 놀았고, 잘 먹고, 잘 싸고, 잘 잔 것 같다. 다음에는 캠핑을 하기로 했다. 이제 캠핑 장비를 사야 하나 고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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