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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키 5] 무주리조트 탐방기: 해외원정하는 느낌
    바람의 시선/스키/보드 2014. 2. 8. 22:05

    아는 모임에서 모임을 무주에서 하자고 해서 무주리조트를 갔다. 스키 타는 사람들이 많을 줄 알고 무주로 정한 것이었는데, 타는 사람은 나 밖에 없어서 나만 잘 놀았다. 아무튼 주선한 분의 아는 사람이 KT에 있어서 숙소는 우리가 안 내고, 리프트권은 정회원가, 그밖의 할인 등의 혜택도 얻을 수 있었다.


    첫 날인 어제는 어중간하게 도착해서 곤도라를 탈 수 없었고, 저녁 먹고 들어오니 야간을 타기에도 애매해서 그냥 쉬었다. 그리고 둘째날인 오늘 새벽과 오전을 탔다. 6:30~12:30까지 6시간권을 끊었는데, 정회원가 46200원으로 탈 수 있었다. 할인 안 했을 경우 66000원인데, 그랬으면 안 탔을 것 같다. 아무튼 이 선택은 매우 탁월했다. 눈오는 토요일 무주리조트의 오전 슬로프는 마음 놓고 타기가 힘들었다. 리프트 대기줄은 많아 보였지만 그래도 잘 빠져주었으니 그나마 괜찮았는데, 슬로프는 정말 힘들었다. 사람도 많고, 어제부터 내린 눈으로 모글이 생겼고, 습기가 많아서 눈도 무거웠으니 스키를 다루기가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처음 와본 무주였기 때문에 여기저기 최대한 많이 가보려고 노력했다.


    6:40 정도에 만선하우스에 도착해서 매표하고, 7:00에 라이너 리프트를 탑승하여 서역기행에서 플루그보겐으로 내려오고, 두번째에는 패럴렐로 내려왔다. 서역기행도 초급으로서 괜찮은 곳이었지만 중간에 평지가 있어서 열심히 스케이팅을 해주어야 했다. 솔마을에 투숙한 사람들은 바로 슬로프로 나오면 서역기행 쪽으로 나오게 된다.


    라이너 리프트로 웨스턴 터보를 탔는데 괜찮았다. 중급치고는 조금 낮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여기도 야마가 만나는 곳으로 가려면 약간 평지가 있어서 스케이팅을 해주어야 했었다. 숲 사이에 아기자기한 슬로프들이 있는 모양이 외국의 스키장 같은 느낌이 들었고, 숨어있는 슬로프를 찾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자신만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을 만들기에 좋은 코스였다.


    라이너 리프트로 드디어 야마가를 탔다. 상급의 스키어와 보더들은 다 여기에 모여 있었다. 슬로프가 휘거나 기울어지지 않고, 그래도 가장 반듯하게 조성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초반 경사가 심해 보였지만 막상 올라가보니 용평 골드 상단 같은 느낌이었고, 그렇게 길지도 않았다. 이후는 무난한 중상급 경사로 베이스까지 이어져 있어서 연습하면서 타기에 좋은 것 같았다. 그만큼 사람도 많았다.


    8:30에 크루저 리프트를 타고 레이더스 하단과 루키힐을 탔다. 레이더스 하단은 상급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중급 정도로 느껴졌고, 루키힐도 좀 쉬운 중급 정도였다. 편하게 즐기면서 탈 수 있는 슬로프였다. 사람도 많았다. 만선봉 정상까지 가는 무주 익스프레스 리프트는 오픈이 되지 않아서 일단 커넥션 슬로프를 타고 설천 베이스로 갔다. 가는 길에 커넥션 슬로프 중간에서 오른쪽을 보면 스키 점프를 하는 점프대가 있었다. 멀리서 보니 멋있었고, 영화 '국가대표'가 생각났다. 거기 중간에 주차장도 있고, 차들도 있던데, 어떻게 갔을지 궁금했다.


    설천 베이스에서 좀 쉬려고 했는데, 쉴 수 있는 공간을 못 찾았다. 어디에나 사람이 많았다. 화장실, 매점, 장비 및 의류 대여소, 라커시설, 정신이 너무 없었다. 할 수 없이 설천봉 정상에서 쉬기로 했다. 정상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곤도라, 또 하나는 코러스 리프트 타고, 다시 하모니 리프트를 타는 것. 나는 곤도라 통합권이 아니었기 때문에 후자를 택했다. 사실 매표할 때 통합권으로 할까 하다가 비용이 너무 비싸서 그냥 한 것이었다. 새벽과 오전을 함께 탈 수 있는 새오권은 정회원가 46200원이고, 새벽에는 곤도라는 하지 않고, 오전부터 곤도라를 하니까 이 때에는 새벽권(정회원가 25900원)과 통합반일권(46200원) 두 개를 끊어야 한다. 그러면 72100원이 된다. 곤도라 몇 번을 탈 것도 아닌데, 그 비용을 낼 수 없어서 그냥 새오권으로 했던 것이다. 아무튼 무주는 좀 비싼 것 같다. 그리고 이 선택은 아주 탁월했다. 곤도라 줄이 엄청 길어서 타고 내려오면 두 번 이상 탈 수 없을 것 같았다. 등산객들이 엄청 많았다.


    아무튼 그래서 코러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데, 토요일 오전이라서 리프트줄에 사람들이 많았다. 아무튼 이 리프트에서 가장 많이 기다렸다. 코러스 내려서 하모니를 타고 정상에 올라갔더니 등산객들이 곤도라 하차장 앞에 무리를 지어 있었고, 화장실, 매점, 레스토랑 입구 모두 만원이었다. 정상 레스토랑에서 자리 잡고 핫쵸코 시켜 먹으니 시간은 9:40이었다. 거의 2시간 40분만의 휴식이었다.


    정상에는 스키나 보드 타는 사람보다 등산객이 많았고, 직원들은 아이젠 착용하는 사람들 제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상에서 아무 생각없이 40분 정도 쉬고, 일단 실크로드 상단을 탔다. 임도를 슬로프로 만든 것이라서 꼬불길이 많았는데, 하단 쪽으로 갈수록 부채꼴의 호가 짧아져 재미있었다. 단지 초보자들이 많은 것이 좀 흠이었다. 


    다시 하모니 리프트를 타고 정상으로 간 후에 폴카 슬로프를 탔다. 상급 슬로프가 많았지만 모두 빙판 위에 눈이 쌓인 곳이 많아서 제대로 즐기기가 힘들 것 같았다. 결국 폴카 하나만 탔다. 이 때부터 슬슬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힘들어서 시간도 없고 해서 설천 쪽의 상급 슬로프를 충분히 즐기지는 못했지만 하모니 리프트를 타고 정상에서 본 눈꽃들은 환상이었다. 


    이어서 실크로드 하단도 탔다. 초급자들이 너무 많았다. 곳곳에 앉아있는 사람들이었다. 거기다 내린 눈이 쌓여서 모글 만들어 놓았으니 스키를 제어하기가 쉽지 않았다. 실크로드 슬로프가 사람들도 별로 없고, 정설만 잘 되어 있으면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만선 베이스에 도착해서 설천 베이스로 가기 위해 쌍쌍 리프트를 탔다. 쌍쌍이라고 해서 2인승인 줄 알았는데, 6인승이었다. 이게 무슨 쌍쌍이야. 쌍쌍리프트를 내리면 루키힐 슬로프가 나오고, 이것 타고 내려와서 만선봉 정상으로 가는 무주 익스프레스를 탔다. 아까는 운행하지 않았는데, 설천에 갔다 오니까 하고 있었다.


    대략 10분 정도 올라가니 만선봉 정상이었고, 거기에 레이더스 상단이 있었다. 사람들도 없었고, 최상급자라고 하니 안 가보면 자꾸 생각날 것 같아서 가봤다. 내려가다 첫번째 턴을 하고 바로 후회했다. 뭉쳐진 눈, 그 밑에 빙판, 깎아지를 듯한 경사... 사람들이 안 오는 이유가 있었다. 여기에 내가 왜 들어왔나 후회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보고 웃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것은 다 괜찮았다. 무사히 내려가는 것만이 나의 목적이었다. 레이더스 하단까지 내려오자 다리에 쥐가 나기 일보직전이었다. 힘 한 번 잘못 주면 바로 쥐가 날 것 같았다. 여기서부터 날라리로 탔다. 다리에 힘 안 주고, 스키 날만 바꿔서 뒷발 차면서 스키딩으로.... 폴 체킹도 건성건성... 힘들어서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시간은 12:00를 넘겨서 마지막 리프트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만선봉에서 야마가 쪽으로 이어지는 프리웨이 슬로프를 타기 위해 무주 익스프레스를 타고 만선봉에 올랐다. 프리웨이는 뭉쳐진 눈과 빙판으로 되어 있었는데, 차라리 빙판이 더 나았다. 빙판에서는 그래도 스키가 돌아가기라도 하니까.... 뭉쳐진 눈을 갖고 스키를 돌리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그렇게 프리웨이를 지나 웨스턴 터보를 지나 서역기행 쪽으로 내려오면서 무주리조트의 스킹을 마무리했다.


    솔직히 나 혼자 무주를 다시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힘들어도 최대한 타려고 한 것 같다. 마치 해외원정하는 느낌이었다. 해외원정하면 다시 못 오니까 무조건 열심히 타지 않나. 무주도 마찬가지였다. 짧은 시간이나마 무주의 이곳저곳을 다니니까 이제 무주 슬로프맵을 보면 갔던 곳들의 풍경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힘들었지만 나름 행복한 스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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