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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97]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자신만의 눈으로 영화 보기행간의 접속/문화/예술/스포츠 2013. 10. 27. 00:08
시오노 나나미의 영화에세이다. 일본어판은 1995년에 나왔고, 한국어판은 2002년에 나왔다. 그걸 나는 2013년에 읽고 있다.
언급하고 있는 영화들은 지금으로 따지면 죄다 옛날 영화들이다. 내가 본 영화, 혹은 아는 영화가 반 정도, 모르는 영화가 반 정도인 것 같다. 만약 요새 영화들로 얘기를 했으면 더 많이 몰랐을 것이다. 그래도 대학 때에는 나도 영화를 어느 정도 챙겨보았으니까....
주로 하는 얘기들은 남자의 품격에 대해서, 여자의 심리에 대해, 리더에 대해 얘기하는 것들이 많은데,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측면에서 날카롭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글쓴이가 언급한 영화 중에서 인상적인 영화 2개가 있어서 언급해본다.
하나는 1933년에 제작된 미국 영화 『삶을 위한 계획(Design for Living)』이다.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사랑이야기이다. 여자는 두 남자를 다 사랑하고, 두 남자도 한 여자를 사랑한다. 이게 가능할까? 극작가 지망생인 톰과 화가 지망생인 조지는 예술의 꿈을 안고 미국에서 파리로 갔고, 함께 여행하고 돌아오는 길에 기차 안에서 지르다를 만난다. 세 사람은 친해지고, 지르다는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다 동거를 제의하고 남자들은 받아들인다. 단, 섹스는 금지. 이 무슨 김빠지는.... 그러다 톰의 작품이 성공하여 영국으로 갈 일이 생기고, 조지와 지르다가 남게 된다. 조지는 자신의 현실을 깨닫고 우울해 하고, 그런 조지를 위로하기 위해 지르다는 관계를 맺게 되고 같이 지내게 된다. 떨어져 있는 톰은 그들의 소식을 듣고 그들의 행복을 빈다. 그러다 조지도 초상화가로 성공하게 되고, 톰은 이들을 찾아갔는데, 마침 지르다만 있어서 둘은 관계를 맺는다. 공평하게... 조지가 돌아와서 둘을 발견한다. 결국 지르다는 그녀에게 지속적으로 접근했던 사업가와 결혼하여 뉴욕으로 떠난다. 그러나 답답한 생활을 못견디는 지르다 앞에 톰과 조지가 나타나고 세 사람은 다시 시작한다.
생각이 참 발칙하면서도 신선하다. 그리고 쿨하다. 이게 가능한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 셋이서 사랑하면 좀 어떤가. 서로 생각하면서 독점하지 않으면서 행복하면 되지 않나?
또 하나는 『Same Time Next Year』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일년에 한 번 24시간만 만나면서 꽤 오랜 기간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이다. 1951년 캘리포니아의 어느 해변의 호텔에 남자와 여자가 각각 들어서고 레스토랑에서 처음으로 합석한다. 두 사람은 서로 통하는 것을 느끼고, 관계도 나눈다. 두 사람은 둘 다 결혼한 상태이기에 일상을 깰 수는 없음을 알고, 헤어진다. 그리고 1956년, 같은 곳에서 그들은 다시 만나고, 또다시 서로 통하는 것을 느낀다. 다시 1961년 , 1966년, 1972년, 1977년 두 사람은 계속 만나고 마음을 나눈다. 그들의 만남은 그들의 일상에서는 멀어져 있을지 모르지만 삶의 활력이 되고, 희망이 되면서 삶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윤택하게 만든다. 결혼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남자가 여자에게 결혼을 요구하지만 그것보다는 이러한 만남이 서로를 덜 구속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그들은 그 관계를 유지한다.
이 만남도 참 신선하다. 또 쿨하다. 그리고 구성도 괜찮은 것 같다. 5년마다 시간이 흐르는데, 그 시간을 그 기간의 미국 사회사와 문화사의 장면들을 삽입하여 시대를 읽어내는 재미도 준다. 보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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