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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91] 금강: 서정과 서사 사이의 아득한 거리감과 그 만큼의 상상행간의 접속/문학 2013. 10. 10. 00:23
서사시라는 것을 처음 읽었다. 교과서에서 시의 일부를 본 적은 있지만 전체를 본 적은 처음이다.
1. 주요 내용
서사시라서 이야기가 있고, 당연히 줄거리가 있다. 전체적인 내용은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수운, 해월, 전봉준, 그리고 가상의 인물 하늬가 걸어갔던 혁명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무너져가는 부패한 나라를 살리고자, 어진 백성들을 살리고자 일어났던 인물들의 고뇌와 환희, 그리고 좌절과 절망, 그러나 끝내 놓칠 수 없는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
2. 화자는 누구?
서사시를 읽으면서 헷갈리는 것 중의 하나는 시적 화자이다. 시적 화자가 한 두 사람이 아니다. 처음에는 소설처럼 서술자였다가, 하늬였다가, 진아였다가, 전봉준이었다가, 다시 서술자였다가, 일반 백성이었다가.... 따라서 읽으면서 누구의 정서인지를 간파해야 하고 느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너', '나' '우리'와 같은 인칭 대명사가 나오면 이건 또 누구를 뜻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이거 파악하느라고 2번 읽었다.
3. 과거 속에서 찾은 현재
주된 내용은 동학농민혁명을 다루고 있지만, 간간히 서술자가 주관적으로 개입하여 개인의 경험에 바탕을 둔 현재의 감상, 그리고 현재의 역사와 사회 등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들도 있다. 동학농민혁명 이후에 일제와 분단, 전쟁, 그리고 독재와 혁명이 이어지는 역사 속에서 지식인은 어떻게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반동과 혁명의 역사는 끊어진 것이 아니라 면면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4. 서정과 서사의 교차
서사시라서 당연히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는 대부분 역사적인 상황들, 혁명의 전개 과정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시이므로 서정이 있고, 그 상황 속에서 개개의 인물들이 느끼고, 집단이 느끼는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 서정과 서사가 지속적으로 반복, 교차되는데, 이 둘의 간극이 주는 느낌이 묘하다. 뭐랄까.... 서사를 이야기할 때에는 거대함과 웅장함이, 서정을 이야기할 때에는 섬세함과 아스라함을 느끼는데, 이 서사와 서정 사이의 그 아득한 거리감을 나의 상상력으로 채워야 한다는 사실이 당혹스럽웠지만, 그래서 2번 읽기도 했지만, 무리없이 채워지더라. 어쩌면 이 서정과 서사의 거리감을 채우는 맛이 서사시의 맛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5. 다른 서사시도 찾아보자.
다른 서사시들도 찾아보고 싶다. 보통 역사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 등의 광고를 할 때, 대서사시라고 하는데, 서사시를 접하고나니 그 말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고, 아무데나 서사시라고 붙이는 것은 실례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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