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79] 강남몽: 강남을 꿈꾸다? 강남이 꿈꾸다?행간의 접속/문학 2013. 9. 5. 23:00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꿈, 강남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강남을 어느 누구 하나가 만든 것도 아니고, 누구 하나만 살았던 것이 아니므로 여러 인간 군상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삽화식으로 등장시키고, 그들이 엮이면서 이야기는 짜맞춰진다. 대하소설식으로 풀어갔으면 촌스러웠을 것을 감각적으로 구성함으로써 흥미를 일으킬 수 있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1995년 대성백화점 붕괴사건부터이다. 그 안에 있던 사람들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얘기하고 있다.
1. 박선녀
선녀는 젊었을 적에는 북창동과 무교동 등지에서 시청 공무원들이 주로 드나들던 조마담(조회장)의 룸쌀롱에서 프리랜서로 접대를 하던 여자였는데, 이후 강남에서 나이트클럽을 운영한 돈으로 부동산 등에 투자하여 돈을 벌었고, 이후 자신의 룸까페를 경영하면서 생활하던 중, 대성백화점 회장 김진을 만나 그의 세컨드가 되어 딸 진희를 낳고 생활하던 중 대성백화점 붕괴사고 때 매몰된다.
2. 김진
경기도 양주 출신인데, 아버지가 큰아버지를 따라 만주로 가서 그곳에서 자란다. 별다른 수입이 없는 가운데, 일본군 헌병을 하는 조선인의 눈에 들어 밀정일을 하며 살아간다. 해방 후 미군정 첩보대인 CIC에서 방첩 및 정보 업무를 담당하면서 좌익 척결에 앞장선다. 전쟁 후 미 정보부 CIA 한국 연락관으로 있다가 박정희 쿠데타 후에 예편하여 건설업에 뛰어든다. 건설업을 하면서 부동산에도 투자하여 돈을 벌었고, 대성백화점과 아파트를 짓는다. 이 때 선녀를 만나 결혼한다. 대성백화점 붕괴 직전에 빠져나와 살아났지만 자신의 백화점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한다.
3. 심남수
군에서 의병제대 후 길에서 만난 부동산업자를 만나 땅투기의 기술을 익히고, 물주들의 땅을 관리해주면서 돈을 받고, 자신의 땅도 조금씩 챙겨 재산을 불려 나간다. 강남이 개발되기 전 시청 공무원으로부터 개발 계획을 듣고 땅에 투자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박선녀와 동거 아닌 동거를 하면서 사귀지만 일본으로 떠날 준비를 하면서 헤어진다. 90년대에 들어와서 건축사무소를 차린다.
4. 홍양태
광주 충정로 출신의 폭력배로 서울로 올라와 무교동, 북창동 등을 거점으로 세력을 확장하여 각종 이권을 챙겨서 서울의 패권을 장악한다. 라이벌인 북구파의 강은촌과 무수한 싸움을 벌이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힘을 합쳐 공동으로 다른 패를 견제하기도 한다. 각종 사건으로 복역과 출소를 반복한다. 박선녀가 강남의 호텔에 나이트클럽을 개업할 때 동업을 하여 인연을 맺기도 한다. 말년에는 쓸쓸하게 보낸다.
5. 임정아
대성백화점 점원으로 붕괴시 매몰되었다가 구조된다. 엄마는 충청도 부여, 아버지는 전라도 해남 출신으로 구로공단에서 만나 사귀게 되고, 동거하며 결혼생활을 한다. 광주대단지에 땅을 그냥 준다는 말만 믿고 갔다가 정부의 가혹한 조치에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지만 이후 건설업의 호황으로 미장일이 잘 되어 어느 정도 살게 된다. 이후 정아를 낳고, 정아는 여상을 졸업하고 대성백화점에 취직한다.
모두 강남과 관련된 사람들이고, 이들의 이야기를 보면 강남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그 곳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박선녀를 중심으로 이 사람들이 서로 엮이게 되는데, 그들의 삶들이 평범하지 않고 파란만장하여 흥미롭다.
한가지 흠은 김지의 이야기가 너무 늘어져서 흥미가 떨어졌고, 반면에 홍양태의 조폭 이야기는 흥미가 있어서 속도감있게 넘어갔다. 좀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엮었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행간의 접속 >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91] 금강: 서정과 서사 사이의 아득한 거리감과 그 만큼의 상상 (0) 2013.10.10 [책 89, 90] 올림픽의 몸값 1,2: 퍼즐 맞추는 듯한 즐거움 (0) 2013.10.08 [책 78] 허수아비 춤: 다 아는 것을 고발하면 민망하지요. (0) 2013.09.03 [책 71, 72] 장길산 4부 역모 (9, 10권): 진정 용화세상 (0) 2013.08.24 [책 68~70] 장길산 3부 잠행 (6권~8권): 고수 대 고수 (0) 2013.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