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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86] 상상하라, 다른 교육: 교육이라는 벽에 균열내기행간의 접속/교육/청소년 2013. 9. 29. 22:07
교육공동체 벗에서 '불온한 교사 양성과정 2'를 진행했다. 그 때의 강의와 질의 응답을 엮어서 책으로 냈다. 1권과 비교했을 때 많이 무난해진 편이었다. 1권은 발랄하고 톡톡 튀는 구성으로 불온을 온몸으로 보여주려고 한 반면 2권은 그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불온하긴 여전히 불온하다.
인상적인 불온한 얘기들을 뽑아보았다.
사실 학교라는 공간은 이미 어떤 담론으로 질서 지어져 있는 공간이에요. 그런데 이 질서 바깥에는 불화를 통해 지향해야 하는 더 큰 질서가 있어요. 이 질서 안에 있었던 사람들한테는 더 큰 질서로 나아가는 과정이 무질서로 보일 수밖에 없는 거죠. 전 가장 중요한 건 무질서를 감당해낼 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교사 자신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이 너머에 무질서가 아니라 더 큰 질서가 있다는 것, 지금 우리는 더 큰 질서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 그러려면 기존의 작은 질서는 해체돼야 하고, 그 과정은 기존의 질서가 주도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해 주어야 하는 거죠. 이것은 현재의 질서를 해체하고 넘어서려 한다는 점에서 불온한 일이기도 해요.
엄기호의 얘기이다. 학교의 질서 밖의 더 큰 질서로 가기 위한 무질서를 나도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발랄한 마음으로 무질서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그것이 더 큰 질서로 연결될 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 누가 해본 것도 아니고.... 그래서 늘 생각으로만 머물러 있었는데, 더 큰 질서 과연 존재할까? 잘 모르겠다.
정용주는 평가할 때 커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저는 몇 년째 평가할 때 커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는 것을 남에게 가르쳐 주는 것도 평가 과정에 포함시킵니다. 모르는 것은 찾고 물어보고 가르쳐 줄 수 있도록 합니다. 시간의 제한은 없어요. 뭘 참고했는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만 적으면 됩니다. '나는 모르는 것을 친구의 도움을 얻어서 알았어요' 또는 '책의 몇 쪽을 참고했어요'라고요. 그래도 모른다면 공개적으로 함께 이야기합니다. 학생들이 3월에는 다른 사람이 내 지식을 볼 수도 있다는 두려움, 지식에 대한 소유 의식 때문에 가림판을 안 하면 굉장히 두려워해요. 그러다 가림판을 스스로 제거하게 됩니다. 이것을 통해 제가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자 했던 건 지식 자체가 개인의 머릿속에 있는 사적 소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이런 평가를 하면서 학생들의 공부 방식에 전환이 일어나도록 합니다.
커닝이 가능한 평가. 목적은 지식은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평가를 할 때 문제에 대한 답을 쓰고, 그 답을 어디에서 알게 되었는지를 쓰게 하여 그것도 평가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쓰면 그 사람에게도 가산점을 줄 수도 있고.... 괜찮은 방법이다.
이영주는 인권과 평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평화로운 교실'이라고 했을 때 선생님들은 어떤 장면이 떠오르세요? 아이들이 모두 제자리에 앉아서 선생님을 바라보고 웃고 있는 교실? 그건 판타지예요. 그런 교실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학생들에게 '평화로운 교실'이 어떤 모습일까를 물으면, 우선 수업 시간이 아니고요, 책상 앞에 앉아 있지 않은 교실이랍니다. 우리는 동상이몽을 하고 있지요. '평화교육'은 다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끊임없이 갈등과 다툼이 일어나고 편견과 시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것을 어떻게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인지를 배우는 교육입니다.
평화로운 교실을 이렇게 생각하다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그래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말이다.
채효정은 집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오늘날의 경쟁 사회라고 하는 것이 대개 집이 없는 사람들을 우대하는 문화예요. 저도 느끼거든요. 직장에서나 어디에서나 제가 아이가 없는 여자처럼 행동하기를 바라죠. '개인'을 만드는 과정은 공동체로부터 개인을 철저하게 도려내는 과정이거든요. 공동체로부터 개인을 도려낸 대신 붙여 준 것이 합리성이죠.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인간'이 된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규정해 버리면 과거에 참 가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랑이나 우애 같은 개념들을 해결하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장으로서 사적 영역을 만들어요. 거기에 그런 가칠들을 다 몰아넣고 그 안에서만 이것을 해결하도록 강제하는 거죠. 개인이 도려내어져 있는 '사회'에서는 그런 친밀감이 안 생기잖아요. 직장 동료랑 우애, 사랑, 헌신, 이런 거 안 되잖아요. 그걸 해결할 수 있는 장은 사적인 장에만 남아 있으니까 이 괴리 때문에 가족이 너덜너덜해하고 한 인간한테 족쇄로 다가오는 거죠.
가족이 불편하고, 짐처럼 느껴지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세상은 집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기를 원하지만 우리는 집이 있고, 가족이 있어서 그만큼 해내지 못하면서 늘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공동체라면 공과 사의 영역이 그렇게 구분되지 않으면서 그 안에서 사생활이 어느 정도는 보장되지 않는 측면이 있겠지만 이런 괴리는 없을 것 같다.
하승우는 애국가, 국기에 대한 맹세 등을 얘기한다. 이런 것들은 결국 국가에 대한 사랑을 강요하는 것인데, 감정적인 것을 강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 사람이니까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다거나 국가가 없으면 네가 존재하겠느냐하는 말로 애국을 강요하는데, 국가를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강요하는 것에 대한 반대인 것이다. 국가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자기 나름의 질문과 답을 통해서 국가를 사랑하게 하는 과정이 없이 무조건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 교육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을 만날 수 있다. 좀 과격하기는 하지만 학교를 뒤엎자는 것이 아니라 균열을 내어 변화의 매듭을 풀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질서로 나가자는 것. 쉽지 않겠지만 나도 균열에 동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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