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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81-83] 다시 쓰는 택리지 1권~3권: 가보고 싶은 곳이 샘솟는 책행간의 접속/인문 2013. 9. 23. 00:30
택리지는 조선시대 이중환이 쓴 인문지리서이다. 이 책을 기반으로 신정일이 변화된 시대와 지리적인 정보들을 다시 쓴 것이다. 1권부터 3권은 팔도총론으로 1권 경기, 충청편, 2권 전라, 경상편, 3권 강원, 함경, 평안, 황해편으로 되어 있다. 4권과 5권은 어디에 살 것인가와 산하의 의미를 서술하고 있다.
읽으면서 생각한 것은 두 가지이다. 우리나라에 가볼 만한 곳이 정말 많다라는 것과 동시에 내가 가본 곳이 정말 얼마 안되는구나 하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지역들을 뽑아보았다.
1. 파주의 율곡 유적지
파주에 율곡 유적지가 있다. 율곡이 태어난 오죽헌만 생각했는데, 아버지가 경기도 파주에 살았기 때문에 성장을 파주에서 했다고 한다. 그래서 파주에는 율곡리라는 마을도 있다. 그 율곡리에 가면 화석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근처 자운산에는 그를 기리는 자운서원이 있으며, 그 주변에 율곡 부부의 묘와 율곡 부모의 묘도 있다고 한다. 그 근처에 경기도교육연수원인 율곡연수원이 있는데, 연수원 이름이 왜 율곡연수원인지 이제야 알았다. 참고로 황희정승이 세운 반구정이라는 정자도 그 근처에 있다고 한다.
2. 부여
백제의 마지막 수도인 부여는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대학 때 문학기행을 하면서 갔던 곳이기도 하다. 자전거 여행할 때에는 갔다고 하기는 좀 뭣하고, 정확하게 말하면 궁남지만 들렀었다. 문하기행 때에는 부소산성, 고란사, 낙화암, 정림사지, 신동엽 시비 등을 갔었는데, 그 때에는 복수전공하느라 바빠서 같이 간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못했고, 어딜 어떻게 들렀는지도 모르고 따라다니기만 했었다. 책으로 다시 보니 정말 백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이었는데, 정말 몰라도 한참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3. 안동
안동은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이 유명하다. 가본 적이 없어서 꼭 가보고 싶다. 아울러 병산서원, 부용대, 이육사 문학관 등도 함께 들러 보면 좋을 것 같다. 서원이 자연을 벗하면서 학문을 즐기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자연을 벗하는 학자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4. 산청의 구형왕릉
유명한 곳은 아닌데, 산청에 구형왕릉이라는 곳이 있단다. 가락국의 왕릉으로 전해지는 돌무덤이란다. 돌무덤이라고 해서 길가에 돌무더기 쌓아놓은 것이 아니라 피라미드 형태로 쌓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형태의 무덤 형태라서 꼭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릉이든 아니든....
5. 충주호 비봉산
풍광이 아름다울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산의 동쪽, 북쪽, 서쪽으로 충주호가 감아돌아가기 때문에 정상에 올라서면 충주호의 풍광을 그득이 눈에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아는 동네 이야기가 나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자란 강남구 도곡동의 유래에 대한 것이 있어서 발췌해 보았다.
광주군 언주면의 관내로 뒤에 산이 둘러 있고 물 아래쪽 산부리에 돌이 많이 박혀 있기 때문에 독부리 또는 독골이라 부르다가 한자명으로 도곡(道谷)이라 부르던 도곡동에 '거리시장'이 생겨안 것은 1977년이다. 이십몇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도곡동은 나라 안에서 제일 땅값이 비싼 곳이 되었으며, 봉은사, 무동도, 닥점의 세 마을을 병합하여 삼성리라고 불렀던 삼성동에 강남구청이 생기면서 빌딩 숲이 들어선 것도 1980년대 이후의 일이다.
도곡동에 살면서, 삼성동을 지나다니면서 동 이름이 어디에서 유래되었을까 궁금했는데, 이렇게 책으로 알게 되어서 궁금증이 풀렸다. 아울러 대모산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영릉은 본래 경기도 광주시 대모산(현재의 서초구 내곡동과 개포동의 뒷산)에 있었다. 효성이 지극한 세종이 부왕 태종의 능인 헌릉 옆에 있고자 해서 그곳에 묻히길 원했는데 길지가 아니었던지 세조 때부터 천장 문제가 거론되어 예종 때 옮기게 된다. 풍수가들은 "이 능의 덕으로 조선왕조가 100년 더 연장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때 소풍갔었고, 지금도 자주 다니는 대모산이 원래 세종대왕의 릉인 영릉 자리였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여기에 영릉이 있었으면 괜찮을 것 같기도 했는데, 좀 아쉽기도 하다. 하긴 대모산 아랫쪽에 광평대군 묘역이 있는 것으로 봐서 연관이 있었을 것 같기는 했다.
내 동생이 살고 있는 의왕시 오전동 모락산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내손동과 오전동의 경계에 모락산이 있다. 이 산은 세조가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르는 것을 목격한 임영대군이 세조에게 반감을 품고 이 산에 은거한 뒤 매일 산에 올라서 낙양(서울)을 사모하여 소일했다고 해서 모락산(慕洛山)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근래의 지도에 보면 '帽洛山'으로 잘못 기재되는 경우가 많으니, 하루속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이 산 밑에는 삼십리굴이 있는데, 동학농민혁명 당시 동학군 수백 명이 이 굴에 숨어 있다가 일본군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알고 나니 내 주변의 여러 곳들이 의미 있고, 이야기를 간직하고 잇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두문불출이라는 한자성어의 유래도 지명과 관련한 것이었다. 이성계가 왕위에 올라 도읍을 한양으로 옮긴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개성에 남아 따라가지 않았는데, 이 사람들이 은거하던 마을이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 광덕산 골짜기에 두문동이었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집밖에 나가지 않는 것을 '두문불출(杜門不出)'이라고 하게 된 것이다.
그밖에 충청도 쪽에 은근히 사찰이 많은 것도 알게 되었는데, 백제 때 대륙이 막혀 있었기 때문에 중국과 교류하기 위해서는 태안을 중심으로 교류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 영향으로 그쪽에 사찰이 많은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여러 문인들의 문학관들(옥천 정지용, 김제 아리랑, 군산 채만식, 안동 이육사, 벌교 태백산맥 문학관 등)도 가보고 싶었고, 또한 여러 산성이나 읍성들(해미읍성, 고창읍성, 낙안읍성, 전주 남고산성, 담양 금성산성, 진도 용장산성, 진도 남도석성, 칠곡 가산산성, 부산 금정산성 등)에도 가보고 싶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가보고 싶은 곳이 샘솟는 책이다.
아, 그리고 3권은 북한지역을 담고 있는데, 다녀온 흔적도 보이던데, 어떻게 정보나 자료들을 구했는지 궁금하다. 통일이 되면 가보고 싶은 곳들도 더 많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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