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 대한 책을 한 권 읽게 되니까 또 과학에 대한 책들을 줄줄이 읽게 되었다. 과학에 대한 책을 읽는다고 해서 내가 과학을 잘 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단지 과학적인 호기심과 관심이 좀 있을 뿐이다. 문제는 내 호기심과 관심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과 방식으로 설명해주는 자료를 만나지 못해서 내 호기심과 관심은 일회성에 그치고 말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1권 생물, 물리, 수학 분야는 이해하기 힘들어서 재미없었고, 2권 지구과학, 문화기술, 환경, 항공우주기술은 좀 이해할만해서 약간 재미있었다. 그리고 나노기술은 그저 그랬다. 글을 쓴 전문가들이 교양으로 읽히기 위한 것이므로 최대한 전문적인 내용들은 배제하고, 쉽고, 대중적으로 썼겠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상상이 되지 않았다. 상상이 되지 않으니 개념이 서지 않았다. 개념이 서지 않으니 설명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독자들이 개념이 서지 않는 것을 상상하게 하기 위해서는 직접 설명으로는 불가능하다. 여기서 대상을 같은 위계, 혹은 같은 성격의 대상을 빗대어서 표현하는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과 수학을 잘 하는 사람은 정말 상상력이 풍부해야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머리도 좋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훈련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인상적인 내용들을 뽑아보면 생물 분야에서는 생명윤리와 관련된 "생명윤리, 인간다움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가 흥미를 끌었는데, 철학적인 요소를 다루기 때문에 흥미를 끌었다. 물리 분야에서는 "스포츠 속에 물리이론이 어떻게 쓰일까"와 "색깔은 어떻게 나타나는 것일까" 등이 흥미로웠다.둘 다 우리 생활과관련이 있어서 흥미를 끌었다. 특히 색깔 얘기에서는 특정한 색깔을 나타내는 분자가 있어서 그 색깔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문화기술 분야에서는 "영화『매트릭스』와 같은 상황이 미래에 실제로 발생할 수 있을까"라는 글이 흥미를 끌었는데, 영화 얘기를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동의할 수 없는 진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라는 진술인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묻고 싶다. 사람같은 로봇을 만들려고 하는 이유과 효용에 대해서... 로봇이 있으면 편해지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로봇을 다 시키는 것이 편한 것이고, 행복한 것인가?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그린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명석한 두뇌와 치열한 실험정신 이전에 철학적 소양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글을 쓴 사람이 철학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밝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서 그런 것이다.
과학자들이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으로 이 책을 만든 것에 고무적으로 생각한다. 다음에 이와 같은 책을 낸다면 조금 더 쉽게 글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대중들의 과학적 지식과 과학적 사고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과학교육이 이루어진 후에 지금 수준으로 써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