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최재천 교수가 『EBS 세상보기』라는 프로그램에서 26번에 걸쳐 강의한 내용을 정리하여 만든 책이다. 나도 가끔 가다 EBS에서 최교수가 강의한 것을 보기도 했는데, TV로 강의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책을 읽으니 훨씬 친근하게 읽을 수 있었다. 거기다가 문체도 말하는 것처럼 경어체를 사용하고 있어서 더 그러했다.
읽다보니까 바로 전에 읽은 『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와 겹치는 내용들도 많이 있었다. 사람들한테 친숙한 내용으로 어렵지 않게 이야기하려고 예를 들다 보니 내용이 겹치는 것 같았다. 차이점이라면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는 신문이나 잡지의 글들을 모아서 쓴 것이라서 시사적인 내용이 들어간 동물 이야기이고, 이 책은 시사적인 내용은 거의 없거나 있어도 조금만 있고, 대부분 동물행동학에 대한 얘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보다 내용도 풍부하고 조금 더 학술적이다.
인상적인 내용은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전자는 생명이 탄생한 그때부터 지금까지 죽지 않고 계속 살아온 불멸의 나선입니다. 도킨스는 생명체란 유전자가 더 많은 유전자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낸 생존 기계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모이를 쪼아 먹고 짝짓기를 하고 달걀을 낳는 닭이 닭이라는 생명의 주체인 것 같지만, 사실 닭은 달걀이 더 많은 달걀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낸 기계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생명체 중심이 아닌 유전자 중심으로 생명을 바라보면 이렇다는 것이다. 생명체는 죽지만 유전자는 생식을 통해 다음 세대로 유전이 되어 영원히 살아남게 되는데, 결국생명의 주체는 생명체가 아니라 유전자라는 생각이다. 이 얘기를 읽다보니까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가 생각난다. 『공각기동대』에서도 생명은 유전자 정보의 흐름이자, 그 결정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책의 내용의 이 부분과 통하는 것 같다.
그 다음에 인상적인 내용은 남을 돕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남을 돕는 것은 개체 수준에서 보면 손해보는 일이지만 유전자의 관점에서 볼 때는 도움이 되므로, 유전자가 우리로 하여금 남을 돕게 하는 것이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나와 같은 유전자를 돕는 것이므로 유전자 전체로 봤을 때는 이익이 되는 것이다. 결국 남을 남으로 보는 것이 아닌 나와 같은 유전자를 지닌 존재로 보는 것이다. 여기에 남녀노소, 인종, 종교, 문화, 장애유무 등은 생각할 것 같다. 그저 같은 유전자니까 돕는 것이다. 그런 일을 유전자가 기억하고 있어서 우리로 하여금 그렇게 돕게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만 같고 있으면 세상은 정말 평화로울 것 같다.
생명은 그저 소중한 존재라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명에 대한 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