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e』를 보면 황우석 신드롬에 관한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의 참고도서로 이 책이 있길래 읽게 되었다. 과학에 관한 기사가 우리에게 얘기하지 않은 부분과 기사에 대한 비판적 인식의 기반을 제공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우리가 언론에서 과학 기사를 접할 때, 과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비판적인 시각을 갖지 못하고 수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얘기하는 책이다.
"굶주림과 기술, 그리고 선동적 수사"라는 글의 예를 들어본다. 이 글은 "식탁의 풍요를 가져온 암모니아 생산 기술"이라는 글을 비판하고 있다."식탁의 풍요를..."이라는 글을 읽으면 인류의 식량 생산성이 높아져서 식량 위기가 해소되어 굶주리는 사람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말이 과학적 논리라기보다는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고 한다. 이 말이 과학적이기 위해서는 현재의 식량 생산량이 필요량에 비해 부족하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굶주림이 식량 생산 기술 부족 때문이라는 증거 없이, 그것을 '전제'로 하는 주장은 비논리적이다. 소비량의 1.5배를 생산하는데도 굶는 사람이 있다면 이것은 생산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문제이다. 그 밖에 유통과 공급의 문제, 독점의 문제, 가격 형성의 문제, 안전성의 문제 등은 배제된 채 기술 혁신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처럼 단순한 선동적 수사만 남아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읽는 과학 기사에서 전문적인 내용을 자세하게 다룰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생략되는 내용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생략되어서는 안 되는 내용이 생략되어서 일반인들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은 맨 끝에 팁을 적어놓았다.
1. 제목을 잊어라. 관심을 끌려는 제목에 현혹되어 내용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2. 숫자를 의심하라. 숫자가 권위를 가지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연구에 의한 숫자에 권위가 있는 것이다.
3. 기사 후반부 내용을 소홀히 읽지 마라. 과학 기사의 핵심인 연구 방법에 대한 내용은 대개 기사 후반부에 있다.
4. 돈과 관련한 문제를 생각하라. 돈 때문에 한 연구일 수도 있다.
5. 기사의 크기나 빈도로 연구의 중요성을 판단하지 마라. 작은 기사라도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다.
6. 한 종류의 신문에 만족하지 마라. 기자의 역량에 따라 기사의 질이 다르다.
7. 과거의 기사를 무시하라.
8. 백과사전을 자주 이용하라. 모르는 내용은 백과사전을 통해서 보충한다.
9. 논리적 사고를 포기하지 마라.
10. 권위에 대한 의존을 버리고, 자신만의 시각을 구축하라.
마지막으로 과학, 기술 관련 보도의 한국적 특성에 대해서 얘기한다. 한국의 과학 보도에는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적 언술이 있는데, 이는 근대에 대한 열등감에서 나온다. 이런 열등감은 과학에 대한 열망을 낳고, 다시 열광을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면, 세계 최초로 무엇을 했다는 식으로 보도되면 우리는 뿌듯함을 느끼고, 우리가 세상을 주도해 나가는 것처럼 느낀다. 이런 과정에서 과학 기술에 대한 성찰은 존재하지 않는 부작용을 낳는다. 황우석 사태가 대표적이다.
과학 기술 관련 보도를 접하면서 비판할 구석이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지식이 없어서 비판하지 못한 점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비판의 방법 중의 하나를 발견한 것 같다. 과학 기술 관련 보도를 접할 때 이 책의 방법을 잘 생각해서 진실에 더 접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