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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9] 박지원의 한문소설 (한 푼도 못 되는 그 놈의 양반): 앞뒤 이야기 자르지 말자행간의 접속/문학 2013. 4. 6. 09:38
1. 박지원의 한문소설들
전해지는 박지원의 한문소설은 모두 10편인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방경각외전에 7편: 광문자전, 예덕선생전, 민옹전, 양반전, 김신선전, 마장전, 우상전
열하일기에 2편: 호질, 옥갑야화(허생전 포함)
안의 현감을 있을 때 쓴 1편: 열녀함양박씨전 병서
이 책에는 그 중 마장전과 우상전을 빼고, 8편을 엮어서 청소년들이 읽기 쉽게 펴낸 책이다. 읽으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양반전이며, 허생전, 호질 등의 작품들이 단독으로 떨어져 있는 형태가 아니라 책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 형태로 전해지고 있어 현대적인 소설과는 사실 다른 측면이 있었다.
2. 방경각외전의 작품들
광문자전의 광문은 종로의 거지이다. 얼굴은 못 생기고, 배운 것은 없지만, 말이 순박하고, 마음이 넉넉하여, 부자의 도움으로 약국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신용이 쌓여 의로운 사람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장사하는 사람들, 양반들 모두 그가 보증을 서면 믿고 돈을 내주기도 하고, 기생들도 광문이를 좋아하여 그를 위해 술을 바치거나 춤을 추기도 하였다. 그의 이름을 사칭한 사람들이 있어서 그에게도 책임을 물어 귀양을 가기도 했고, 이후 풀려나와 옛 친구들을 만난 후에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예덕선생님전의 예덕선생은 원래 이름은 엄행수인데, 직업은 똥을 푸는 사람이다. 선비 선귤자의 제자 자목이 왜 엄행수 같이 천한 사람과 벗을 하느냐고 묻자 그에게 엄행수의 행실과 사람됨에 대해서 가르쳐 주는 이야기이다. 요지는 지저분한 똥을 나르는 일을 하니 더럽다 하겠지만 그가 살아가는 방법은 향기로우며, 의리를 지키는 것은 높다는 것이다.
민옹전은 벼슬은 하지 않고 책만 읽는 민옹(민노인)의 기이한 행동, 기발한 언변 등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나는 그냥 괴상한 사람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민옹이 죽자 그를 위해 추도문을 지은 것으 보니 "늙어죽도록 마음에 품은 바를 베풀지 못했기로 내가 이야기로 만들었으니, 아아 죽었으나 죽지 않으리!"라고 되어 있다. 이것은 많은 지식을 쌓고서도 베풀지 못하는 선비들의 삶을 반어적으로 비판한 것이었다.
양반전은 정선 양반이 책만 읽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 빌린 환곡을 갚지 못하자 부자에게 양반 신분을 팔고, 매매 계약서를 쓰는 내용이다. 처음 매매 계약서에는 지켜야 할 도리만 많고 이득이 되는 것이 없자, 부자가 이득이 되도록 계약서를 고쳐달라고 한다. 다시 쓴 매매 계약서에는 농사 안 짓고, 대강 공부하고, 벼슬도 할 수 있고, 남의 물건을 빼앗거나, 양민을 때려도 된다는 등 도적같은 일을 해도 된다고 썼다. 이에 부자가 자신을 도적놈이 되라고 하는 것이냐며 화를 내고 양반이 안 되겠다고 한다. 결국 양반전은 양반들이 도적놈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김신선전의 김신선의 이름은 김홍기이다. 생식을 하고, 여름에 부채질도 안 하고, 머무는 곳 없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닌다. 그를 찾아 다니는 이야기인데, 의도를 잘 모르겠다.
3. 열하일기의 작품들
호질은 열하일기의 관내정사 안에 실려 있다. 어떤 상점에서 벽에 걸린 글이 재미있어서 베낀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박지원이 꾸며낸 것 같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호질의 앞에는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뒤에는 현 정세에 대한 그의 생각이 들어가 있다. 그 가운데에 호질이 있는 것이다.
앞에 있는 호랑이 이야기는 범을 잡아먹는 짐승이 열 개나 있다는 것, 사람을 잡아먹으면 범이 신령해진다는 것, 범이 배고파서 무얼 먹을까 생각할 때, 의원, 무당, 유학자를 먹으라고 하니까 싫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나서 북곽선생과 과부인 동리자가 부정한 짓을 하다가 들켜서 북곽선생이 범에게 꾸지람을 듣는 호질이 나온다. 선비 북곽선생과 열녀 동리자의 위선을 범이 꾸짖는 것이다.
뒤의 이야기는 당시 중국과 조선의 모습을 얘기하고 있는데, 청나라는 범, 북곽선생은 중국 유학자, 동리자는 조선유학자이라고 봤을 때 범을 잡아먹을 수 있는 방법이 10가지나 있으니 그 방법을 찾아보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풍자의 범위가 굉장히 넓다고 볼 수 있다.
옥갑야화는 조선으로 가는 길에 옥갑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나눈 이야기라고 한다. 허생전을 포함하고 있고, 그 앞뒤에 여러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앞에는 여섯 역관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뒤에는 명나라 유민일지도 모르는 이인들의 얘기를 하고 있다. 가운데의 허생전은 매점매석으로 조선의 경제를 뒤흔다는 이야기이다.
앞의 이야기에는 여섯 역관 중에 변승업이라는 사람 이야기를 하는데, 이 사람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허생의 이야기와 연결이 된다. 허생이 돈을 빌린 사람이 바로 변승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뒤의 이야기는 이인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들이 명나라 유민으로 청나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조선으로 들어와 칼을 갈고 있다는 것이다. 허생을 찾아간 이완 대장이 청나라를 치기 위한 방책을 묻자 허생이 대답해주는 것과 연결이 될 수가 있다.
결국 전체를 연결하자면 청나라를 무너뜨리자면 역관들과 허생처럼 장사와 무역으로 경제력을 키우고, 허생이 이완대장에게 말한 방책을 실천하면 된다는 것이다. 허생전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알 수 없는 속뜻이 있다고 볼 수 있다.
4. 안의 현감 시절 작품
열녀함양박씨전 병서는 안의 고을의 박씨가 함양으로 시집가서 남편이 죽자 삼년상을 치르고 목숨을 끊었다는 얘기이다. 여기에도 앞뒤에 다른 이야기들이 붙어 있는데, 앞에는 과부들이 수절을 넘어서 자결까지 하니 너무 심하고, 자결을 하지 않으면 열녀 축에도 끼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내용이 있다. 뒤에는 고을의 수령과 선비들이 박씨를 모두 열녀라고 칭송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초상 예절을 모두 마치고 나서 남편을 따라 같은 날 같은 시에 죽어 마침내 처음의 뜻을 이루었으니 참으로 열녀가 아닌가"하는 반어로 열녀와 열녀를 칭송하는 사회를 비판한다.
5. 생각한 것들
박지원의 한문소설들을 앞뒤 이야기를 자르고 읽었었는데 그렇게 보면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호질과 허생전이 그러했다. 박지원의 풍자를 느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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