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책 69] 길을 잃지 않는 바람처럼: 딱 제목 그대로의 자유로움
    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12. 11. 14. 09:42

     


    길을 잃지 않는 바람처럼

    저자
    곽세라 지음
    출판사
    쌤앤파커스 | 2010-09-0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삶이 무거운 이들을 위한 12년차 집시 세라의 상쾌한 인생찬가『...
    가격비교

     

    얽매이기 싫어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싫다고해서 다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를 집시라고 말하는 글쓴이는 자유로움을 넘어선 자유로움을 지닌 사람인 것 같다. 보통은 자유로움하면 자유롭게 여행을 하는 것 정도인데, 글쓴이는 그 이상이다. 계획없이 떠나고 계획없이 정착하고 계획없이 일 저지르고, 계획없이 배우고, 계획없이 모든 일을... 그러면서 심각하지 않게... 글쓴이가 책에서 자기가 한 일을 나열해보면 아래와 같다.

     

    2000년 한국

    한국에서는 광고대행사 직원으로서 숨막히는 생활을 함

    2002년 7월 인도

    남인도의 작은 마을 요가 아쉬람에서 스승 무카라지에게 요가와 명상을 배우고 웃음 사두가 됨

    클럽메드의 GO(스탭)가 되어 6년동안 인도네시아 빈탄, 발리, 태국 푸켓 등에서 요가를 가르치며 일함

    타이페이에서 존의 초청으로 요가 워크숍을 함

     

    2003년 벨기에

    벨기에의 초콜렛 분수를 찾으러 감.

    <고디바> 초콜릿 하우스에서 점원 버지니를 만나서 중국식 타로 점을 쳐줌. 트렌스젠더의 외로움을 다독여줌

    버지니가 주변 친구 올가에게 점을 쳐주는 마녀라고 소개하고 그녀의 사랑을 빌어줌

    올가가 주변 사람들에게 운명을 읽어주는 마녀라고 소개하여 사람들이 몰려 옴

    고아원 원장 레이디D에게 사랑을 찾아줌. 막시밀리앙은 그의 아들.

     

    인도

    인도 폰디체리에서 사기꾼 같은 노인으로부터 숙명과 운명에 대해서 듣고 춤을 배우러 떠남.

    인도 웨스트 벵갈의 작은 마을 샨티니케탄에서 지탠다르 싱 선생에게 서인도의 춤 마니푸르 댄스를 사사받음.

    인도 마드라스에서 인생을 심각하게 살 용의가 없는 사람들의 모임 결성

     

    일본

    나가노현의 산골마을 쿠로히메

    노리지코에서 집 구함. 호수가 너무 맑아서 계속 있고 싶어. 도쿄에서 무역업 하다 두메산골로 들어온 토토로 아저씨네와 이웃함.

    노리지코 호수에서 캐나다 일러스트레이터 만남. 잘 그리려고 하지 말고 지금 막 그려라

    도쿄의 일러스트학교에 등록. 베테랑 일러스트레이터 사와무라 선생님의 가르침. 선생의 추천으로 출품하여 일본 국전에서 입상함.

    사와무라 선생님의 눈짓으로 인도에 가게 됨

     

    2009년 1월 1일

    갠지스강에서 친구들의 소원을 신에게 발송하기 위해 바라나시에 옴. 보트맨 소년을 만남

    바라나시에서 그림을 그리다. 호텔 방에서 사리 세탁하는 모습을 보고 사리를 삼. 그리고 그림을 그리게 됨. 손을 그림

    호텔주인 마누쉬의 배려로 호텔 대신 그의 집에 머물면서 작품 준비를 함.

    그 집에 머물면서 마누쉬의 딸 아누라디, 아누라다의 올케 빈두와 친해짐

    대형 갤러리에서 퇴짜맞고 대신 작은 갤러리를 소개받고 초대전을 개최함. 큐레이터는 낙.

    초대전을 본 바이런이 순회전시회<아트 투 하트>를 제안해서 시행함

     

    뭐 하나 일관적인 맥락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싶다. 그래도 결론은 이렇게 살아도 된다. 삶으로 보여주지 않는가 행복이란 이런 것이라고.. 그 중에서 '인생을 심각하게 살 용의가 없는 사람들의 모임'을 결성할 때, 그가 받은 항의 중의 하나는 무책임하고 회피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글쓴이는 솔직하게 말한다.

     

    네. 그럴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하지만 피할 수 없을 때에는 선택의 문제가 될 것이다. 똑같은 인생의 숙제가 주어졌을 때 하긴 하되,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쪽을 택하려는 사람들의 모임일 뿐입니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그게 중요하다.

     

    그리고 위의 자기가 한 일들, 겪은 일들을 시간 순서대로 쓰지 않고, 그때 그때 생각나는 대로 쓰다보니 퍼즐을 맞추듯이 일의 순서를 재구성해야 한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지만 중간 정도 읽고나서 다시 되짚어 보니 퍼즐이 맞기 시작한다. 이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글 속에도 자유로움이 보인다.

     

    이 사람에게 벌어진 일들을 보면 너무 자유로워서 비현실적이라는 느낌, 환타지 소설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표현들도 몸에 부딪치는 느낌이다. 무슨 말이냐하면 생각에서 나온 글이 아니라 몸에서 나온 글이라는 것이다.

     

    한번 안아보면 그 사람의 성격과 수준을 알 수 있다. 포도주와 레스토랑에 레벨이 있듯, 포옹에도 엄연히 레벨이 있는 것이다. 정말 제대로, '끝내주게' 껴안을 줄 아는 사람이 주위에 있는가?

     

    이런 표현들, 삶에서 묻어난 느낌들이 살아있는 표현들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글이 단순히 의미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나도 느낀다.

     

    처음에는 그저그런 잠언집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읽고 보니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좀 미안하다. 그리고 제목 정말 잘 지었다. 자유로움을 이보다 더 잘 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심각하지 않으면서....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