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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60] 10대의 섹스, 유쾌한 섹슈얼리티: '유쾌한'은 빼고행간의 접속/교육/청소년 2012. 10. 30. 23:40
제목을 보고 10대들의 성과 관련된 생각과 실태를,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어른들의 태도들에 대해서 유쾌하게 애기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내용은 10대들의 성과 관련된 것 맞다. 어른들의 태도 별로 뚜렷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결정적으로 유쾌하지 않다. 읽어보니까 '유쾌한'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유는 이 책의 기획을 '유쾌한섹슈얼리티인권센터'에서 했기 때문이지 내용이 유쾌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거기다가 필자들이 대부분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보니 논문식으로 글을 썼고, 그래서 내용이 딱딱하고 어려웠으며 결국 유쾌하지 않았다.
성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10대의 성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10대의 성에 대해서 얘기한다고 한다면 10대는 아직 완성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보호되어야 할 그 무엇으로 취급되는 것 정도이다. 이것 외에 10대의 성에 대해서 얘기하게 되면 대부분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성폭력, 성매매, 동성애, 미혼모.... 등이 생각날 것이다. 이런 것은 말하는 사람도 껄끄럽고, 듣는 사람도 불편하다. 그런데 이 책은 용감하게 얘기한다. 우리가 부정해도 그게 우리 10대들의 성을 얘기할 때 존재하는 현실이니까...
어쩌면 그들의 성적인 경험은 어른들에 대한 저항이나 반항으로서가 아니라 그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서 때로는 억울함, 때로는 즐거움이 교차하는 일상일 수 있다. 성경험이 어른에게 일상이고 성장인 것처럼 그들에게도 일상이며 성장 과정일 수 있다. 그래서 의미를 많이 부여하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의미 없는 쿨한 경험이기도 하다. 10대의 경험이 실종된 이유는, 단지 그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힘 가진 사람이 없으며 혹 있어도 그 경험에 대한 언어가 없기에 새롭게 해석되거나 가시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10대 자신들끼리는 서로 이야기하지만 언제나 그것은 비밀이 되고 만다.
10대의 성경험이 일상일 수 있다는 생각은 약간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10대들이 이성에 관심을 갖고, 자기를 꾸미고, 성에 대해서 생각하고 서로 얘기나누는 것은 일상적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이런 것을 '섹스'가 아니라 '섹슈얼리티'라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섹슈얼리티는 유쾌하다. 단지 이 책은 글을 유쾌하게 쓰지 않았을 뿐이고....
책 내용 중에 10대 청소년의 성매매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청소년이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한다는 주장과 사회구조적으로 유도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고, 각각의 주장에 따라 성매매를 한 청소년에 대해서 처벌을 해야 할지, 보호를 해야 할지 논쟁도 함께 존재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어른들이 10대들과 소통하라고도 한다. 동의하는데 구체적이지 않아서 다가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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