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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53] 하류지향: 소비주체로서의 학생
    행간의 접속/교육/청소년 2012. 10. 22. 08:00

     


    하류지향

    저자
    우치다 타츠루 지음
    출판사
    열음사 | 2007-10-2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일본 젊은이들의 선택은 공부와 일에...
    가격비교

     

    일본의 교육계는 이미 10여년 전에 공부하지 않는 학생, 일하지 않는 청년들이 등장했다. 교육과 노동에 대한 권리와 의무는 자신들과 관계 없는 것이라 여기고 자신의 인생이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진행시키는 사람들인 것이다. 저절로 그렇게 가는 것을 어쩔 수 없어 하는 것이 아니고... 최대한 노력해서 밑으로 가는 것이다. 무슨 깊이 있는 철학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지은이는 이런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 풀어놓고 있다.

     

    먼저 수업 시간에 "이걸 배우면 무슨 득이 되나요?"라고 묻는 아이들에 대한 얘기를 한다. 아주 계산적인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아이들의 머리 속을 지은이는 분석해본다.

     

    아이들에게 40분이든 50분이든 교실에 가만히 앉아서 조용히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공책에 필기하는 일은 일종의 '고역'이다. 아이들은 이 '고역'을 교사에게 지불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다른 말로 하면, '고통'이나 '인내'라는 형태를 취한 '화폐'를 교사에게 지불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하여 어떤 재화와 서비스를 '등가교환'하는지를 아이들은 묻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만큼 지불하는데 선생님은 무엇을 줄 건가요?"라고 아이들은 묻고 있다.

     

    그러면서 이 질문에 교사들이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교육제도는 그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아이들은 왜 이런 식으로 등가교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지은이는 요즘의 아이들은 사회경험을 가정에서의 일손돕기가 아닌 물건사기에서 처음 경험한다고 말한다. 물건을 살 때 아이들은 어린 아이로 취급받지 않고 어엿한 소비주체로 인정받는다. 소비주체로서의 경험은 아이들에게 돈의 전능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 상대와 대면하는 상황에서 자기를 소비의 주체로서 내세우는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교실에서는 "이거 배우면 무슨 득이 있느냐?"는 말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리고 득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게다가 더욱 위태로운 점은 아이들의 눈으로 봤을 때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 중에서 그 의미와 유용성을 납득할 수 있는 상품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들이 왜 필요한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배우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것은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 유용성을 모르는 것이다. 그 유용성을 다 안다면 다 배웠기 때문에 배울 필요가 없다. 교육을 경제적인 유용성과 연관시키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한가지 수업 시간에 참여하지 않고 떠들거나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교사가 지적했을 때 오히려 짜증을 내며 화를 내는 아이들의 경우도 이야기 하는데, 위에서 언급한 등가교환의 원리에 따르면 아이들은 자기가 지불한 고역만큼의 이익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더이상의 고역을 지불할 수 없어서 수업을 듣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나태하고 게으르고 산만하다고 지적받는 것은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담배를 피다 적발당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 현장을 들켰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피지 않았아요."라고 말한들 소용없다. 하지만 담배를 발로 비벼 끄면서 "피지 않았어요."라고 주장하면 사실의 확실성은 조금이나마 줄어든다. 5퍼센트가 되었든 10퍼센트가 되었든 '담배를 피고 있었다'는 사실의 신뢰성이 흔들린다면 해서 손해 볼 일은 없다. 아이들은 그걸 노리는 것이다. <중략>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라도 일단은 부인해서 조금이나마 사실성을 깎아내리고 학교에서 받을 벌칙을 줄이려고 한다. 이러한 행동은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방법과 똑같다. 아이들은 소비자 마인드로 학교 교육과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딱 우리 학교 애들 모습이다. 연기가 풀풀 나는 화장실에서 혼자 나오다가 걸렸으면서 자기가 핀 것이 아니라고 부인부터 하는 학생들을 보면 힘이 쭉 빠진다. 그러면서 증거 대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아닐 수 있는 가능성을 부풀려서 자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어차피 걸린 것 해서 손해 볼 것은 없다. 구석까지 몰리고 더이상 부인할 수 없을 때 그 때서야 인정한다. 구석까지 몰리지 않으면 절대 인정하지 않고 빠져나간다.

     

    또 다른 문제는 아이들만 소비주체로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도 소비주체로 생각하고, 교육부나 교육청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민원인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라고.... 교육적 의미는 뒤로 하고.... 한심함을 넘어서는 것이다.

     

    읽으면서 아이들의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뒤로 갈수록 이에 대한 해결책도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허무하게도 없더라. 교육자로서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징 대해서는 얘기해주지 않는다. 단지 소비주체로 생각하는 아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교육의 유용함을 얘기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므로 타당하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다. 맞는 얘기이긴 한데, 현장에서는 어떻게든 학생들의 요구에 응답을 해야 하니까 궁색하게라도 답변을 마련하려 하지만 마땅하지 않다.

     

    결국 이 책의 의미는 문제에 대한 분석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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