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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66] 거꾸로 생각해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 내 삶을 그르치지 않기 위해행간의 접속/교육/청소년 2012. 11. 9. 00:30
대한민국의 진보적 지식인, 활동가들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 사회의 여러 주제들(사회, 경제, 과학, 생명, 공동체, 문학, 평화 등)에 대해서 쉽게 설명해준 책이다. 중학교 3학년이나 고등학교 1학년 정도의 학생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
가장 먼저 홍세화가 머리글에서 거꾸로 생각해야 하는 이유를 얘기한다.
사람은 합리적 동물이라기보다 합리화하는 동물이다. 나 또한 그릇된 생각을 갖고 있는데 자각 증세가 없어서 그 생각을 고집하며 살아간다면? 나 또한 지금 갖고 있는 생각을 합리화하면서 고집하며 살아간다면?
우리가 끊임없이 거꾸로 생각해 봐야 하는 까닭은 너무나 분명한 게 아닐까? 내 삶을 그르치지 않고 사회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
우석훈은 『88만원 세대』에서 했던 얘기들을 요약해서 쉽게 얘기한다.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는 20대, 10대이고, 이들을 착취하면서 이 사회는 번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구조는 8자형 구조로 되어 가고 있는데,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복지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정말 이해하기 쉽게 얘기한다.
8자형 구조 다음에는 상위계층과 하위계층이 분리되어 서로 계층이동을 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 완전 계급사회가 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경쟁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사는 곳이 분리되고, 학교가 분리되고, 생활양식이 분리된다. 특목고와 자사고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은 경쟁해서 서로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가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사실은 허상일 수 있다. 한두 건의 성공사례로 모두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여기게 하지만 과연 그런가? 각종 미디어에서 개천에서 용나는 사례, 위기 극복사례를 크게 다루는 이유도 너도 할 수 있다고 꼬셔서 경쟁시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가 이런 사회에 살고 있다.
강수돌은 공정무역, 공정여행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고, 강양구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행복은 우리가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우석균은 의료, 특히 제약업체의 얘기를 하면서 제약업체는 생명을 위해서 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돈을 위해서 약을 만드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얘기하고 있다.
이상대는 중학교 교사인데, 학생들에게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 소설을 써야 하는 이유 등을 얘기하면서 문학이 우리에게 어떤 것인지, 그 의미에 대해서 교단의 경험을 얘기하고 있다. 그 중에서 수행평가로 소설 쓰기를 할 때 겁먹거나 부담스러워서 거부하는 아이들을 설득하는 글이 인상적이다.
너희들 이야기를 너희 아니면 누가 써? 집에서 부모님과 말이 잘 통해? 친구 사이는 갈등 없이 매끈하게 잘 풀리고? 야동 봤지? 어때, 가슴도 벌렁벌렁하고 세상 사람들이 다 달라 보이지 않았어? 공부는 또 어떻고? 일부러 못하는 거 아닌데. 공부도 못하는 게 뭔 핸드폰이냐고 퍼부을 때는 삥 돌아 버리는 것 같지 않았어?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확 패 버리고 싶은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도 있지? '나'가 되었든 '강쇠'가 되었든 한 인물을 내세워 내가 겪은 이야기를 일정한 형식으로 담으면 그게 소설인거야. 길이에 부담 갖지 말고 일단 써 보자. 아마 부모님이 열혈 독자가 될 거야. 왜? 말도 안 듣고 개기기만 하는 너희 마음보가 너무너무 궁금하거든. 친구들한테도 도움이 되겠지. 아, 나랑 똑같은 고민을 하는 인간들도 있구나. 그래 이렇게 이겨 낼 수도 있겠다, 하면서 위안도 받고 세상에 눈도 뜨고.... 너희들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것, 이거 생각보다 아주 대단한 일이야.
그렇게 쓴 소설을 모아서 낸 책이 『로그인 하시겠습니까』이다.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생생하다.
김수연은 공동체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단순히 도움을 받는 것보다는 서로 나누면서 가난을 극복하는 것을 얘기하고, 박기범은 전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의 경쟁과 속도에 빠지지 말고, 나눔과 협동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용은 무거워도 분량이 많지 않아서 가볍게 읽을 수 있다. 한번쯤 생각한 것들을 이 책을 통해 정리할 수도 있고, 이 책을 계기로 새로운 생각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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