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에서 훈데르트 바서 전을 봤다. 건축가, 화가이기도 한데, 일단 그의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자연에 대한 생각이 있는데, "자연에 직선은 없다. 따라서 건축 속의 선도 직선이 아니다."라고 한다. 다시 생각해 보니 직선은 정말 인위적인 느낌이 든다. 자연은 직선을 만들지 않는데 말이다. 그의 건축 속의 모든 선은 직선이 아니다. 창문도 직선이 아니고, 모두 삐뚤빼뚤하다. 그런 선이 정말 자연스러운 선인 것 같다. 자연을 닮은 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나선에 대한 생각도 있다.
나선은 생명과 죽음의 상징이다. 나선은 무생물체가 생명체로 변하는 그 지점에 놓여 있다. 우리의 인생 전체는 나선을 그리며 전개된다. 우리는 원을 그리며 움직이지만 절대로 같은 지점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원 같아 보이지만 닫혀 있지 않은 것, 이것이 나선의 특징이다.
나선 속에서 어떤 진리를 발견한 것 같다. 나선은 그냥 나선으로만 생각했는데, 나선 속에서 삶과 죽음, 닫히지 않는 열림 등을 볼 수 있는 혜안이 대단하다고 여겼고, 그것이 그의 작품 속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그런 그의 생각이 나타난 건축물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블루마우 온천 마을이다. 일단 건물 옥상과 지상이 언덕으로 연결된 온천 마을 리조트인데, 건물을 어떻게 이렇게 지을 수 있는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또 마틴루터 고등학교도 인상적이었다. 학교라는 건물이 이런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면 정말 가르치고 배울 맛 나겠다. 학교 끝나도 집에 가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헤던하임 어린이 탁아시설도 좋다. 아이들이 그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낀다. 나가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전시회에서 모형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오스트리아에 가면 진짜로 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를 갈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문득 오스트리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직접 그의 작품들을 보고 싶다. 아니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