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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윤민석 음악회: 과거는 현재와 미래로 가는 디딤돌느낌의 복원/뮤지컬/연극/공연/전시 2012. 9. 17. 00:40
윤민석 음악회에 다녀왔다. 80년대부터 최근까지 30년 가까이 민중가요를 만들어온 노래 운동가이다. 시인은 그를 노래하는 전사라고 말한다. 그의 노래를 전대협 세대, 한총련 세대, 탄핵 세대, 촛불 세대들이 불러왔고, 그 노래 속에서 위로 받고 행복 했다. 그리고 그렇게 위로받은 이들이 그에게 그 빚을 갚고자 모였다. 암으로 투병 중인 아내로 인해 그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았던 삶에 대해서 후회하고 좌절하고 절망하고 있었고, 우리는 전사의 몰락을 받아들일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에게 그의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자 한양대 노천에 모였다.
이런 민중가요 노래 한마당이 몇 년만인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희망새, 조국과 청춘, 노래마을, 우리나라, 류금신, 정태춘, 박은옥, 노찾사.... 그밖에 여러 노래 일꾼들의 모습은 새삼스럽기까지하다. 반가움이겠지....
공연 시작 전에 미리 와서 객석에 앉아 있었는데, 리허설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울컥 올라오는 무엇이 있고, 눈물이 난다. 이거 왜이러나? 지나온 내 삶이 그렇게 부끄러운 것 같지는 않은데... 웬지 모를 눈물이 주책없이 흐른다.
그러다 희망새의 '애국의 길'을 듣고서는 노래 가사들이 가슴에 박혀서 한 소절도 따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흘렀다. 음향시설이 빵빵하고, 야외 공연이니까 주변 사람들이 눈치를 못 챘지 그렇지 않았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몰릴 뻔 했다. 특히 3절, "우리의 후손들이 태어난 후에 전설처럼 우리를 이야기하리라."에서는 우리 아이까지 생각하면서 나의 삶을 다시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20년 전에 아무렇지도 않게 불렀던 노래들이 이제 와서 왜 이렇게 가슴이 저린지....
류금신의 '오 통일이여'를 들을 때에는 통일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던 사람도 통일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마지막 가사 '오~ 통일이여, 우리들의 사랑이여'에서는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통일이 왜 우리들의 사랑인지 느낄 수가 있었다. 관련 없어 보이는 두 단어가 너무 가깝게 느껴진다.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알게 되었다. 영혼을 뒤흔든다고 할까?
정태춘, 박은옥의 무대 중에서 박은옥의 목소리는 자애롭고, 고움 그 자체였다. 목소리와 자태는 변함이 없고, 사람을 감싸주는 느낌이 너무 포근했다. 집회 현장에서 항상 정태춘만 혼자 올라왔었는데, 함께 서는 무대가 영광이었다.
그리고, 뒷풀이는 노래하나 사람들하고 했다. 94년도에 나우누리 민중가요 동호회 사람들인데, 페이스북을 통해서 연락이 되서 다시 만났다. 다들 오랜만이었고, 반가웠다. 그 사이에 결혼하고, 애 낳고, 일하고 지지고 볶으면서 열심히들 살아왔고, 한 시대를 함께 지내 왔다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시절 함께 했던 일들을 얘기하다 보니 2012년에 1997년을 회상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우리가 찍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 우리 정말 잘 나갔는데....
과거의 끈들이 단순히 묻혀 있는 기억 속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로 가는 힘찬 디딤돌임을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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