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특선 영화로 봤다. 그냥 괜찮은 로맨틱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보고나니 제법 완성도 있는 영화였다. 완성도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각본과 편집이 우수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면에서 각본과 편집이 우수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네 가지 정도로 얘기해 보겠다.
1. 연극 시라노와 주인공들의 이야기의 절묘한 매치.
엄태웅 일행은 망한 극단의 단원들이다. 극단을 살려서 연극을 다시 올리기 위해 부업으로 연애조작단을 꾸린 것이다. 특히 연출가 엄태웅은 연극 시라노에 애정을 갖고 있다. 시라노의 이야기는 자신의 외모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 앞에 나서지 못한 상태에서 그 사람을 사랑하는 또 다른 남자를 대신해서 연애 편지를 써주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에서도 자신이 잊지 못하는 과거의 여자 앞에 나서지 못하고, 의뢰인 남자 대신 사랑을 이루는 작업을 하는 엄태웅의 모습이 절묘하게 매치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결말을 쉽게 예측하지 못하게 하는 연출력이 돋보이는데, 특히 마지막 최다니엘의 시라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갖고 고백하는 장면이 나온다. 즉, 엄태웅이 자신의 마음을 담아 프로포즈 대사를 읊은 후에 최다니엘에게 이제부터는 당신이 스스로 마음을 담아 마무리하라고 하자, 최다니엘은 시라노에서 감정이입이 되는 사람은 시라노가 아니라 시라노에게 대필을 부탁한 남자라고 말한다. 그 여자에 대한 그 남자의 마음도 충분히 절실하지 않았겠느냐, 그 남자가 주인공이 아니라고 해서 그 남자의 사랑이 시라노의 사랑보다 진정성에서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 이 장면에서 새로운 시각, 참신한 시각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 영화의 결말이 구태의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2. 엄태웅과 이민정의 사랑과 이별을 단선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엄태웅과 이민정이 서로 사랑했다는 사실을 단선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잘 섞어서 관객들에게 적당한 호기심을 느끼도록 하면서 현재의 심리까지 잘 어우러지게 한 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객들이 더 잘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의 과거는 5년 전 서울 운전면허 시험장과 3년 전 파리 유학 상황이 있는데, 5년 전 장면이 먼저 일어났지만 3년 전 장면을 먼저 보여주고, 나중에 5년 전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두 사람의 인연이 예사롭지 않은 인연임을 보여주었고, 엄태웅이 남자 선배 집에 잠든 이민정을 보고 오열하는 장면도 현재의 심리에 맞게 서로 다르게 보여줌으로써 두 사람의 연애를 더 깊이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
3. 연애를 하는 남녀의 심리를 재미있게 보여준다.
연애를 하는 남녀의 심리는 송새벽의 사랑을 이루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남자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깔끔한 캐주얼과 첼로, 음악과 우산, 그리고 추억을 만드는 다알리아 등 남녀의 연애 심리를 아주 통속적이지만 절대로 저급하지 않게 보여줌으로써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4. 조연들이 깔끔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박신혜와 박철민의 연기도 훌륭하다. 엄태웅과 이민정 사이에서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궁금증을 잘 발산시키면서 현재의 사랑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엄태웅을 마음에 두고 있으면서도 그 감정을 이성으로 적절하게 조절하는 박신혜의 연기는 훌륭했고, 마지막에 엄태웅의 연극에 찾아와서 박철민의 컨설팅 아래 엄태웅에게 그 마음을 전하는 장면도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냈다. 박신혜가 중간부터 엄태웅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고 덤볐다면 마지막 장면의 재미는 훨씬 반감되었을 것이다.
이런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로 이정재와 장진영이 나왔던 『오버 더 레인보우』가 있었다. 그 영화도 과거와 현재가 계속 반복되면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느낌이 비슷하다.
설 연휴에 재미있는 영화를 잘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