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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2] 글러브: 배우는 야구하고, 선수는 연기하는 영화
    느낌의 복원/영화 2011. 2. 5. 00:07

    글러브
    감독 강우석 (2011 / 한국)
    출연 정재영,유선
    상세보기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를 봤다.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충주 성심학교는 청각장애학생들이 다니는 특수학교다. 여기까지 나오면 영화가 대충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는 것이 머리 속에 그려진다. 제대로 야구를 배우지 못한 청각장애 야구부원들이 사람들의 냉대와 무관심을 딛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노력하는 과정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한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 뻔하다.

    그렇다. 이 영화의 특징은 감동이다. 사실 스포츠 영화의 전형적인 구조를 따라가고 있고, 장애 극복 이야기의 전형적인 구조를 따라고 있다. 어려움 극복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고 다 같이 눈물 흘릴 마음의 준비를 다 하고 있는 영화이다. 그런데, 관객들의 마음이 야박한 것이 감동할 준비를 하고 있어서 예상대로 감동할 이야기를 들이대면 너무 뻔하다고 뭐라 그러고, 새로운 방식으로 가면 감동이 덜 하다고 뭐라고 그러면서 까탈스럽게 뒷말만 해댄다. 뻔한 감동을 기다리면서도 뻔하지 않은 감동을 요구하는 관객들의 이중성을 감독은 어떻게 요리할까 이것이 이 영화에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점이다.

    먼저 전형적인 감동을 큰 줄거리 차원에서 주려 하고 있다. 성심학교 학생들의 눈빛의 변화, 그리고 운동장에서 땀흘리고 뒹구는 장면들에서 감동을 주려 한다. 그런데 좀 감정이 너무 과하다 싶어서 손발이 오글거리는 장면들이 좀 있다. 주로 정재영이 학생들 앞에서 멋들어진 대사로 학생들을 감동시키는 장면들이 그런 것들인데, 현실에서 그런 광경들이 얼마나 자주 우리에게 있는지 의문이다. 소리 지르고 눈물 흘리면서 멋진 대사 치면 감동하는 사람들한테는 좀 미안한 얘기지만 감동은 적절하게 절제해야 더 폭발력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강우석 감독 스타일의 이런 감동은 좀 사절이다.

    그런데 잔잔한 감동은 야구부원들의 피부색에서 발견했다. 이 배우들 영화를 찍은 것이 아니라 야구 훈련을 했다는 것이 그냥 보인다. 피부색이 다 까맣다. 새하얀 사람 거의 없다. 청각장애인 야구부라서 영화 속에서 서로 이름을 불릴 일이 없다 보니 배역 이름은 자막 올라갈 때만 알 수 있고, 영화 속에서는 차명재 외에는 이름없는 야구부원일 뿐인데도, 그들은 정말 열심히 굴렀나 보다. 누가 봐도 야구선수로 보였고, 정말 야구를 하려는 사람의 눈빛을 보여줬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뻔하지 않은 감동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상대팀인 군산상고 역을 하는 선수들은 연기 지도까지 받으면서 나름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한 것으로 보인다. 배우는 야구하고, 야구선수는 연기를 하면서 연기와 야구가 영화라는 예술로 승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뻔하지 않은 감동은 정재영의 거침없는 독설이 보여주고 있다. 엄격히 말하면 감동에만 매몰되면 감동이 잘 살지 않으니까 곳곳에 감동에 빠져서 허우적 대지 않도록 적당히 깨게 하는 독설이 감동을 잘 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유선이라는 캐릭터는 정재영과 마주서서 정재영으로 하여금 독설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야구 장면의 연출도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어설픈 구석 없이 거의 선수급의 기량을 배우들이 보여줌으로써 완성도를 높였다.

    결론적으로 큰 감동을 받으려고 극장에 들어섰다가 잔잔한 감동을 얻고 나왔는데, 이 잔잔한 감동도 세심하게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우니 적극적인 감상을 요구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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