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특히 철학이 예술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여러 학자들의 글을 통해 보여주는 책이다. 예술은 단순히 예술 혼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생각들, 즉 철학과 함께 굴러왔기 때문에 예술은 인문학과 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책 내용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들을 뽑아봤다.
예술적 상상력에 의해 삶을 영위하는 진정한 인간이 출현하여 자신의 존재를 강화해나가는 데에는 반드시 위반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인 금기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강고한 사회적 금기는 무서운 사회적인 처벌로 사회 구성원들에게 금기의 선을 준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압박한다. 이러한 압박에 순응하게 되는 순간 예술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진정한 인간성은 삭제된다. 그렇다고 사회적 금기 체계를 완전히 제거해버리면, 위반할 대상이 없어져 오히려 예술적 상상력이 성립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그 사이의 영역, 그 충돌의 영역, 그 이중 배리의 영역에서 예술적 상상력이 힘을 발휘한다.
예술적 상상력은 금기에 대한 도전 속에서 생성된다는 것이다. 예술은 항상 새로워지려고 하고, 깨려고 하는 성격이 이 얘기와 통하는 것 같다.
오늘날 대중성 없는 예술성은 공허할 뿐이며 예술성 없는 대중성은 맹목적일 뿐이다. 문제는 예술 작품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대중 그 자체의 역동성이다. 대중들이 자본의 논리에 포획된 욕망에 대한 이성적 반성과 성찰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접근한다면 대중예술은 풍요로운 창조적 다양성의 체험적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들이 단지 소비자로서 예술 작품을 소유하고 소비하고자 한다면, 그리하여 '상업성=대중성=예술적 가치'의 등식을 유지하는 한에서 대중예술은 예술의 고유한 가치와 자율적 예술을 파괴함으로써 자신의 고유한 가치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고유한 예술적 체험을 스스로 박탈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될 것이다.
대중예술의 상업성이 예술의 순수성을 훼손하기 때문에 진정한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수용하는 대중들이 비판적으로 접근한다면 풍요로운 창조의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예술에 대한 책들을 보면 비슷한 내용들이 많은데, 언제 한 번 늘어놓고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