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고나서 처음 든 생각은 거의 아는 내용들이라서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책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남자와 여자의 차이, 모성 이데올로기, 외모 지상주의, 성폭력, 직장에서의 성차별 등을 얘기하고 있는데, 이전에 읽었던 여성학 책에서 접했던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들은 아니었다.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해서 내가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새롭지 않은 것 속에서 느끼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독서수다 모임에서 선정한 책이라서 읽었던 것인데,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운 엄마들의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여성학 책을 쌓아놓고 읽어도 알 수 없는 것들을 그들은 현실에서 느끼고 있다는 생가이 들었다.
모성 이데올로기의 가장 큰 문제는 어머니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인데, 나는 그저 그것을 그런게 있구나 하고 넘어가지만 실제로 아이 낳고 키우는 어머니들은 어떤 선택의 상황에서 아이를 1순위로 놓지 않고 다른 일을 우선하면 나는 모성이 없는 것인가 하는 죄책감이 든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내가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라서 잘 알지 못했었다.
책을 읽고 그냥 그렇구나 하고 나 혼자 정리하는 것보다 같이 얘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자리였다. 특히 여성학 관련 책을 읽을 때에는 여성과 함께 이야기를 해야 좀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