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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여행] 앙코르 유적 5일차: 소순환 코스
    바람의 시선/여행/등산 2009. 1. 16. 15:57

    5일차는 동료와 따로 다녔다. 동료와 여행을 함께 왔다고 해서 항상 함께 다녀야 할 필요는 없다. 하루 정도는 혼자서 다니면서 약간의 고독과 사색, 그리고 독립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온전히 자신의 결정으로 100% 자유를 느낄 필요도 있다. 그래서 혼자 다녔다. 그렇다고 동료와 마음이 안 맞거나 다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자전거를 다시 빌렸고, 소순환 코스를 중심으로 앙코르 유적지를 돌아다녔다.

    1. 쁘라쌋 끄라반

    안내 책자에는 쁘라쌋 크라반은 앙코르 유적의 막내라고 한다.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유적이라서 그렇단다. 그런 얘기를 듣고 봐서 그런지 꽤 반듯반듯한 것이 젊어 보인다. 그런데, 유적은 그렇게 크지 않고, 아담하고 단순하다.


    마치 가장 최근에 복원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닳고 닳은 세월의 흔적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예배당 안쪽의 부조도 훼손되지 않고 잘 남아있다. 보통 다른 유적들은 건물 안쪽에 부조가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2. 반띠아이 끄데이

    반띠아이 끄데이는 넓은 면적을 차지한 단층 사원이다.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많은 기둥들이 잘 남아서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사원 안보다도 사원으로 들어가는 앞에 있는 이 기둥들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끌었다. 이 기둥들이 무언가를 바치고 있었을 것을 상상하면 느낌이 좋았다.


    아래 사진에서는 이 기둥들이 오른쪽에 보인다.

    3. 따 프롬

    2일차에 왔었던 따 프롬에 다시 왔다. 사원을 집어 삼키는 나무들을 사진이 아닌 동영상으로 생생하게 담고 싶었다. 화질은 좋지 않지만 그래도 나무들의 거대함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4. 차우 세이 테보다와 톰마논

    따 프롬에서 앙코르 톰으로 가는 길에 차우 세이 테보다와 톰마논이 마주 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져서 그런지 둘은 너무 닮아 있다. 설명을 찍은 사진이 없었으면 헷갈리기 쉽다.

    먼저 차우 세이 테보다에 갔다. 아담하다.

    이어서 바로 톰마논에 갔다. 톰마논의 벽면에 있는 부조가 아름다워서 밑에서 올려다 보면서 찍어보았다.

    톰마논의 모습이다. 위에 있는 차우 세이 테보다와 비슷하다. 둘 다 힌두교 사원이다.

    5. 앙코르 톰의 서문을 나서서

    앙코르 톰으로 들어와서 서문으로 나가보았다. 앙코르 톰의 서쪽은 사람들이 잘 안가는 한적한 곳이다. 이쪽에 있는 유적은 서 메본 정도 밖에 없다. 그거 하나 보려고 이쪽으로 오는 것은 좀 낭비라고 생각한 것 같다. 실제로 나도 그랬다. 그래서 자전거로 가는 데까지만 가보고 돌아올 생각으로 조금만 달려보았다.

    서문으로 나오면 비포장 길이 나오고, 현지인들의 마을이 나온다. 마을은 드문드문 있다. 앙코르 유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전거로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이 쪽에서 사는 모양이었다. 마을의 아이들은 나같은 낯선 외국인이 지나가면 멀리서 인사를 한다. "하이~" 나도 인사를 한다. "하이~". 가끔 가다 어딜 가냐고 묻기도 하는데, 그냥 간다고 대답한다. 목적지가 있어서 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왕복 1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다 돌아왔는데, 내가 진짜 자전거 여행객이었다면 현지인들 집에 들어가서 밥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친절하고, 잘 대해주는 것 같다.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거부감은 없었다.

    6. 프놈 바켕

    프놈 바켕에 다시 올라 석양을 봤다. 1일차보다는 조금 더 나은 것 같았다.

    7. 사고를 당하다.

    프놈 바켕에서 석양을 보고 동료와 만나기 위해 시엠립 시내로 가는 길에 앙코르 와트를 1km 정도 지난 지점에서 사고를 당했다. 해가 진 후라서 어두웠고, 가로등은 당연히 없었다. 지나다니는 차들도 별로 없어서 자동차 전조등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깜깜한 상태에서 조급한 마음에 자전거를 빨리 몰다가 도로의 움푹 패인 곳에 걸려서 그냥 앞으로 고꾸라졌다. 사고는 정말 한 순간이었다. 내가 왜 이러지 하는 생각도 들기 전에 이미 내 몸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몸을 일으켰지만 너무 어두워서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때 관광지 경찰이 내게 왔다. 아마도 유적지에서 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과정이었나 보다. 경찰관이 괜찮냐고 물었고, 나는 일단 괜찮다고 했지만 후레쉬 불빛에 내 상처를 비춰 보니 괜찮지 않았다. 입술이 터졌고, 팔꿈치, 무름, 정강이의 찰과상이 심했다. 그리고 지금은 발견할 수 없는 다른 어떤 곳이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굴이 바닥에 부딪쳤는데, 이가 모두 무사한 것이었다.

    경찰관은 나에게 혼자 갈 수 있느냐고 물었고, 찰과상이니까 숙소로 가서 씻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괜찮다고 얘기하면서 혼자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나의 상태를 확인하고 다른 경찰을 불렀고, 경찰봉고차가 왔다. 그들은 혼자서 어두운 길을 가게 되면 또 사고가 날 수 있으니까 숙소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나는 이 사람들이 돈을 요구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괜찮다고 했지만 그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 상태를 보니 체인도 빠져 있었고, 정말 어두운 길을 또 자전거로 가는 것은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슨 간이 조서 같은 것도 썼다. 내용은 내가 혼자 다니다가 사고가 났고, 잃어버린 물건 없으며 나중에 뭘 요구하거나 그러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영작을 할 수가 없어서 경찰이 불러주는 대로 썼다.

    캄보디아에서 경찰차를 타게 되다니... 경찰봉고차에 탔고 자전거도 실었다. 나를 실어다 준 경찰관은 내 상처를 다시 확인하더니 병원에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병원비가 얼마나 나올지 모르는데 무작정 병원에 갈 수 없어서 그냥 숙소로 가기를 원한다고 했더니 병원비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숙소를 가기 전에 병원에 들렀다.

    8. 병원에서

    숙소와 가까운 병원에 들렀고, 치료를 받았다. 치료라고 해봐야 상처 소독하고, 항생제 준게 전부였다. 그리고, 면역 주사 맞았다. 의사와 간호사가 사고 경위와 나의 병력에 대해서 이것 저것 물어봤는데, 병 이름을 영어로 얘기해서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이것 저것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특히 주사를 놓으려 할 때 내가 왜 주사를 맞아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백신이라고 얘기해줬다. 안 맞으면 오한이 올 수도 있고, 맞아도 문제 없다고 했다. 결국 맞았다. 병원비 영수증을 보니 모두 합해서 107달러가 나왔다. 세상에 비싸지 않다면서 드레싱하고 주사 맞는데 100달러가 넘다니.... 기분 완전히 가라앉았다.

    아무튼 나를 도와준 경찰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저녁에 동료를 만났다. 동료는 다친 것에 놀랐고, 치료비가 100달러가 넘었다는 것에 또 놀랐다. 그러나 우리가 구입한 여행 상품에 여행자 보험이 포함되어 있어서 영수증을 잘 챙겼다가 서울 가서 치료비를 청구하면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 말 듣고 기분이 좋아졌다. 100달러 그냥 날리는 줄 알았는데, 돌려받을 수 있다니 정말 다행이었다. 영수증 잘 챙겨야지.

    9. 길은 인간이다.

    길은 사람이 만든 것이고, 길에는 항상 사람이 있고, 그래서 길은 인간이라는 생각을 2일차에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했었다. 그 생각이 오늘 그대로 증명이 되었다. 사고가 난 길에서 나는 사람을 만났고, 그래서 길에서는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우스운 것은 동료와 같이 다닐 때에는 이런 사고가 없다가 동료와 딱 한 번 따로 다녔는데 그 때 사고가 난 것이다. 여행 기간 동안 웬만한 의사소통은 동료가 해서 나는 영어 거의 하지 않고 다녔는데, 오늘 혼자 사고가 나서 경찰과 의사와 되도 않는 영어로 정말 열심히 말했다. 살기 위해서.... 내가 영어로 말을 하지 못하면 나에게 여러 가지 피해가 올 것이기 때문에 정말 최선을 다했다. 정말 절실했다. 내 평생 영어를 가장 많이, 가장 열심히 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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