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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60] 로큰롤 인생: 열정과 친구와 죽음의 합창
    느낌의 복원/영화 2008. 12. 11. 14:13
    로큰롤 인생
    감독 스티븐 워커 (2007 / 영국)
    출연 밥 실먼, 아일린 홀, 밥 샐비니, 프레드 니들
    상세보기
    『로큰롤 인생』을 나타내는 단어 세 개를 고르라면 '열정', '친구', '죽음'을 고르고 싶다. 영화를 보면서 이 단어들이 계속 맴돌았다.

    1. 열정

    나이 60도 아니고, 평균 80을 넘긴 노인들이 로큰롤 음악을 부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로큰롤 음악의 리듬은 그들이 쉽게 몸을 맡길 수 있는 음악이 아니다. 음악을 단순히 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뭐가 그리 어렵겠냐고 말할 수 있지만, 노래를 하려면 그 음악의 리듬에 나의 몸을 맡겨서 리듬을 타고, 발성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운동 능력이 떨어져서 그런 음악들이 몸에 감기는 것이 아니라 몸에 부딪쳐서 막 튕겨나가기 쉽다. 그런데, 그런 음악들을 몸으로 즐기면서,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다고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열정이 이렇게 그들을 즐겁게 하는데, 누가 그들이 늙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2. 친구

    그 나이에 그런 열정을 혼자만 갖고 있다면 그 열정은 오래 가지 않는다. 한 순간의 즐거운 느낌으로 기분 좋은 한 때를 보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열정을 지속적으로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 같은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나이에 그런 친구들을 갖기는 쉽지 않다. 나이 70~80이 다 되어서 "나 노래가 하고 싶어, 로큰롤이 하고 싶다"라고 하면 "노인네가 주책이다"라고 말하면서 핀잔을 주는 경우가 많을텐데, 그런 친구보다는 "함께 해보자"고 권유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친구, 무엇보다도 같이 늙어가기 때문에 편한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내가 늙어 그 나이가 되었을 때 나의 곁에 그런 존재로 남을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내가 또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로 남을 수 있을지도....

    3. 죽음

    늙음과 죽음은 너무 가깝다. 영화 속에서도 공연 준비하는 동안에 두 명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그들이 여기까지 오면서 수도 없이 많이 겪었다. 그래서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슬픔에 매몰되어 공연이 흔들리거나 좌초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몫까지 더 해야겠다는 생각에 힘내서 공연을 이끈다. 결국 죽음은 그들에게 열정과 삶의 에너지로 승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죽음이 그렇게 에너지로 승화될 수 있었던 것은 죽음을 두려움과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감싸안아야 할 그 무엇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열정은 친구를 만들고, 친구는 결국 하나 둘 죽지만, 그 죽음은 다시 열정과 삶의 에너지를 만든다. 이게 이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렇게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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