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역관에 대한 이야기이다. 역관은 중인 신분으로 기본적으로 사신들이 중국이나 일본을 갈 때, 통역을 담당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통역만 한 것이 아니라 중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무역도 담당했다.중국에 가면서 수출품을 가지고 가서 팔고, 수입품을 사가지고 온다. 그리고, 나라끼리의 공무역도 하면서 동시에 사무역도 했다.
그 당시에 중국을 왕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중국 사람들과 말이 통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고, 양반들은 상업을 천시 여겨서 무역에 관심을 갖지 않았으므로 역관만이 독점적으로 무역을 했고, 그래서 부를 쌓을 수 있었다. 그러다 상업이 발달하면서, 상인들이 편법으로 무역에 뛰어들고, 이를 합법화하자 역관들의 독점은 무너지고, 상인들과 경쟁하게 되었다.
한편 역관들은 통역 작업이나 무역 외에도 정치적인 정보 수집이나 서양 문물 수입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중국과 백두산 경계를 하는 일에도 참여했고, 화약 밀수입하는 데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중국에 서양 문물이 들어왔을 때에도 개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개화사상을 퍼뜨리는 데에 노력을 해서 개화파를 양성하기도 했다.
인상적인 부분은 새로운 문물을 접한 역관들이 나라의 번영을 위해 개화를 선택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었다. 그 사람들이 받았을 문화적 충격과 나라가 변화하지 않으면 퇴보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 그리고 그들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의 그 좌절감 등, 이들이 겪어야 했을 인간적 갈등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요새도 영어 몰입교육이라고 해서 외국어를 잘 해야 사람 대접 받고, 세계화 시대, 무한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는 것과 통하는 얘기인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가운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외국어 교육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을 위한 외국어 교육인지 분명한 인식이 바탕이 된 후에 이루어져야 한다. 개화기 역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